이집트 당국이 가자지구 및 수단의 여성들과 연대해 4월 23일에 벌어진 시위를 탄압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시위를 벌인 19명을 체포했다.

이번 체포 사태는 이집트 정권의 역겨운 위선을 보여 준다. 이집트 정권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에 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 주민들과의 연대를 더 끌어올리려는 사람들을 억압할 뿐이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변호사이자 사회주의자인 마히누르 엘마스리, ‘인권을 위한 이집트 이니셔티브’(EIPR)에서 활동하는 로브나 다르위시, 저널리스트 라샤 아잡이 있다. 하디르 알마흐다위, 아스마 나임, 파리다 알헤프니, 에만 우프, 메이 알마흐디, 이스라 유세프, 리나 알리도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유엔여성기구의 카이로 지역 본부 앞에 모인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이었다. 유엔여성기구는 스스로를 “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해 일하는 유엔 기구”라고 소개한다.

이집트 언론노조의 자유위원회는 “유엔 지역 본부 앞에서 평화로운 시위를 하다가 체포된” 모든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또한 그 시위가 “시온주의 세력이 가자지구의 우리 동포들을 공격하는 것, 특히 가자지구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하며 국제 사회의 무능을 비판한 것이고, 국제적 침묵 속에 수단 여성들을 상대로 자행되는 폭력에 반대한 것”이라고 했다.

마히누르는 활동가, 노동조합원, 시리아 난민을 변호한 일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이집트 국가는 [청년 블로거] 칼레드 사이드 살해 혐의로 기소됐던 경찰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항의하는 시위와 관련한 사건으로 그녀를 2년간 수감했다.

2010년 칼레드 사이드의 죽음은 시위 운동의 불을 지폈고, 이 운동은 2011년 혁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았다.

이집트 당국은 2014년 9월 마히누르를 석방했지만, 2015년 5월 다른 혐의가 더 있다며 다시 수감했다. 다시 체포됐을 당시 그녀는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알렉산드리아의 엘라믈 경찰서 앞에서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한 변호사를 경찰이 공격한 것에 대해 내무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농성이었다.

2018년 법원은 이집트의 억압적인 집시법과 1914년 영국 식민 당국이 만든 공공집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녀는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을 통해 신속히 석방될 수 있었다.

2019년 9월, 마히누르는 테러, 허위사실 유포, 소셜미디어 오용 혐의로 알렉산드리아에서 구금됐다.

2020년 8월, 그녀는 “불법 조직 가입”이라는 추가 혐의로 검찰청에서 조사받았다.

여기에 적은 것보다도 더 많은 체포와 심문 전력을 가진 그녀가 4월 23일에 다시 시위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유엔여성기구 사무소에 배치된 경비부대가 4월 23일 오후 2시경(현지 시간)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들을 폭행했다고 한다. 구금된 이들은 오후 3시 15분 경비대 차량에 강제로 태워지고 휴대전화도 꺼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결연한 의지

EIPR은 “이번 시위는 팔레스타인 및 수단의 여성들과 연대하고, 시위 당시 기준 200일 동안 가자지구에서 계속된 말살 전쟁을 종식시키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연대 네트워크’와 ‘팔레스타인을 위한 대학 노동자’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체포된 이들을 ‘테러 조직 가입’과 ‘불법 집회’ 혐의로 기소했다는(사건번호 1567/2024) 소식에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구금된 모든 이들을 즉각 석방하고 이들에 대한 모든 기소를 취하할 것을 이집트 당국에 촉구한다. 또한 유엔여성기구가 즉각 성명을 내어 이번 체포를 규탄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가자지구의 봉쇄를 유지하고 수단군을 군사적, 외교적으로 지원해 수단 내전에 불을 붙이고 있는 이집트 정부를 규탄한다. 우리는 영국, 유럽연합, 미국 정부가 이집트의 잔혹한 독재 정권에 무기를 팔고 외교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전쟁과 인종학살에 저항해 연대하고, 자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그에 공범이 되는 것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