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팔레스타인, 저항, 혁명 ─ 해방을 향한 투쟁 ⑧: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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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협정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과 나란히 공존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한다는 발상은 환상임이 명백하다.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하에서 오슬로 협정에 따라 만들어진 팔레스타인 “국가”는 전혀 국가라고 할 수 없는 허울에 불과하다. 이런 기만책이 뜻하는 바에 역겨움을 느낀, 시온주의와 결별한 극소수 지도자의 한 명인 메론 벤베니스티는 그런 “국가”의 주권이 어떤 모습일지를 이렇게 내다봤다.
그 주권은 주택 건물 꼭대기에서 묫자리 바닥까지의 공간으로 제한될 것이다. 영공과 수자원은 여전히 이스라엘이 지배할 것이다.
헬리콥터 순찰, 방송, 수도, 전기, 거주자 명부, 신분증 발급, 통행권 발급 모두 이스라엘이 (직·간접적으로) 통제할 것이다.
머리도 없고, 두 발도 없고, 장래도 없고, 발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기괴한 팔레스타인 국가가 마치 균형과 평등이라는 목표, 즉 “두 민족을 위한 두 개의 국가”라는 오랜 구호에 담긴 이상을 실현한 것인양 제시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오슬로 협정이 팔레스타인인 난민의 귀환권을 부분적으로 보장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유하게 하고, 서안·가자지구의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철수시켜서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들어 냈더라면, 이것은 정의가 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오’일 수밖에 없다. 그런 방안은 이스라엘 건국의 기초가 된 역사적 범죄, 즉 1948년에 벌어진 팔레스타인인 85만 명에 대한 인종청소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 그런 방안은 미국 제국주의가 막강하게 무장시킨 인종차별적 식민 국가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 그런 국가는 팔레스타인인들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 상시적 위협이 될 것이다.
그래서 주요 팔레스타인인 활동가들은 유대계 이스라엘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에 기초해 단일 세속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BDS 운동의 창시자 오마르 바르구티는 이렇게 주장했다.
식민 정착자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민주주의 국가 모델에 따라 식민 지배와 차별이 없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함께 매진할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억압받아 온 선주민이 억압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관대한 제안이다.
그런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무장 투쟁만으로 이를 쟁취할 가망은 거의 없다.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인 저항 세력들의 무장 투쟁은 용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온주의자들의 전쟁 기구를 꺾을 수 없다. 아랍 정권들은 중동 지역 제국주의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로, 이스라엘군에 맞설 수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기 고향에서 억압받는 소수자 신세가 됐다.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이 귀환하게 되면 1인 1표제에 따른 국민투표 등의 민주적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결권도 핵심 문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외교·군사적 쟁투에 이용당하는 협상 카드가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으로 자기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주체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기를 들 권리, 자신들을 대표해 투쟁하고 발언할 사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대중 시위, 대중적 불복종 운동, 파업과 같은 민주적 전통을 부활시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의 계획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런 운동들은 1948년 이스라엘이 잔혹하게 무력으로 강탈한 땅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과 서안·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바깥에 사는 팔레스타인 동포들의 투쟁을 긴밀하게 연결시킨다.
이스라엘이 오슬로 협정을 체결하고, 정착자들로 하여금 토지를 강탈하게 하고, 서안지구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하는 목적은 모두 아래로부터의 항쟁이 분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그런 노력은 오랫동안 거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인들 자신의 투쟁만으로는, 그것이 국제 연대 운동의 성장과 결합된다 해도 정의를 쟁취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억압은 중동 제국주의 시스템의 주춧돌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 정권들에도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은 아랍 정권들에 맞선 독립적이고 혁명적인 운동을 건설하는 것과 연결돼야 한다.
중동의 활동가들에게 이것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이는 2011년 아랍 혁명 이전의 시기에 중동의 활동가들이 함께 한 경험의 일부다.
하지만 2011년 혁명 물결은 분명한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일터와 빈민가에서 뿌리가 얕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아랍의 혁명가들에게 중요한 과제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것을 아랍 세계의 독립적인 노동자 운동의 핵심 요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운동의 재부상은 이스라엘 노동자들에게 새롭고 다른 종류의 물음을 제기할 것이다.
2011년 아랍 세계에서 혁명이 분출해 이스라엘 내에서도 대규모 사회 운동을 자극했을 때, 유대계 이스라엘인들 내의 정치적·사회적 모순도 흘낏 드러났다.
이 시위 자체로는 유대계 이스라엘인 노동자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시온주의의 인종차별적 정착자 이데올로기를 깨뜨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는 부분적으로만 성공적이었던 혁명적 분출조차 이스라엘 사회 내 계급 분단선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에서 “한 국가” 방안을 달성하는 투쟁이 중동의 혁명적 재편 없이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는 민족 해방 투쟁이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즉 독재와 식민 지배를 타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억압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하는 투쟁으로 성장·전화하기를 바란다.
그런 투쟁에서는 조직 노동계급의 구실이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그들의 투쟁 방식인 파업, 대중 시위, 시민 불복종은 가장 광범하고 민주적인 형태의 참여로 벌어진다. 그런 투쟁의 결과는 밀실에서 외교관이나 군 장성들 ─ 설령 그들이 저항 운동 출신이라 해도 ─ 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어느 하나 쉽지 않을 것이다. 반혁명이 중동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집트 군부 정권이 하마스를 집요하게 악마화하고 비방하는 와중에 이집트의 작업장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지지를 얻어 내는 것은 만만찮은 투쟁이다. 그럼에도 이 투쟁의 승리로 얻을 성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스라엘의 점령하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 청년들 사이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끈기와 용기를 믿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오늘날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있다.
중동 바깥에 사는 우리도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 등 서방 권력자들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의 공범이고 한국 정부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편들고 있기 때문에, 서방과 친서방 나라들에서의 저항은 중요하다.
우리가 가하는 타격 하나하나가 중동 제국주의의 안정을 흔들 수 있다.
국제주의적·혁명적 사회주의 경향을 건설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동의한다면 지금 우리와 함께하자.
중동 전역의 혁명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궤멸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는 그 기대와 다르게 중동 전역에서 혁명적 봉기를 분출시킬 수 있다. 이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에 맞서 행진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단지 가자지구에 대한 연대만 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시온주의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를 편드는 자국 지도자들도 규탄한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미국 대통령 바이든, 영국 총리 리시 수낙 등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패배는 자기 의지를 관철하려다 역풍을 맞아 항쟁이 촉발되는 것일 테다.
혁명은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바로 그런 일이 제1차세계대전 말 러시아와 독일에서 벌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지배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은, 그 지배자들이 물러서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독재자·착취자·억압자들이 벌벌 떨고 몰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나라들에서 거대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성장해 노동계급의 다른 쟁점들과 연결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을 끝장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시위를 지속하고, 운동을 더 투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분노할 때이지 “진정”하거나 “점잖게 굴” 때가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반란은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을 계속 후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폭격 중단하라”는 뜻으로 “휴전”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더 많은 각급 단체들이 더 투쟁적으로 연대 운동에 뛰어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학살범들과 이집트·요르단의 독재자들,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자들을 타도하자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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