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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증보 이재명 대통령 중동 순방:
국내에서는 ‘내란 청산’ 외치면서 이집트에서는 쿠데타 주범과 협력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 중이다. 17~19일 아랍에미리트 방문에 이어 19일 오후 이집트를 방문했다.

이집트 방문에 맞춰 현지 언론에 기고도 했는데, 이 글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가 “지난 2년간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중재국으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 줬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집트 정부는 자국민 대부분의 뜻을 거슬러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학살을 방조하고 심지어 협조해 왔다.

가자지구의 남부 국경 라파흐는 이집트와 접경해 있다. 이집트 엘시시 정부는 지난 2년간 이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왔다. 구호 물자가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면 그토록 많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굶거나 병들어 죽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또한 원하는 일부는 국경을 넘어 피신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집트 민중의 다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돕고 싶어했다.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일체의 행동을 금지해 온 엘시시 정부하에서도 라파흐 국경을 개방하라는 시위가 드물지 않게 벌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 준다. 엘시시는 이런 행동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에도 이집트 대중은 혁명을 일으켜 친미 친이스라엘 독재자 무바라크를 끌어내리자마자 라파흐 국경을 열고 팔레스타인에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 혁명을 분쇄하려고 당시 장군이었던 엘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노상원 같은 자들이 계획했던 ‘수거’ 계획이 이집트에서는 실제로 실행됐고 수만 명이 투옥·고문·살해를 당했다.

그 뒤로도 십수 년 동안 이집트 민중은 압제에 시달리고 있고 친민주주의 세력 중 일부는 위협을 피해 해외로 망명했다. 그중 일부는 한국으로 왔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막는 데서 큰 기여를 하고 지금은 ‘내란 청산’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이 엘시시 군사 독재 정부의 “외교적 인내”를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카이로대학교 연설에서 이집트 전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두려움 없이 미래 세대를 선택한 사다트 대통령의 결단은 중동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고, 이집트-이스라엘 간의 역사적인 평화협정[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사다트의 친서방화 정책과 이후 지속된 이집트 정부의 친미 노선이야말로 중동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시키고 중동 민중의 단결을 방해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한 이집트 청년은 이렇게 꼬집기도 했다. “이집트 청년들은 이집트 군대를 캠프 데이비드 군대[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군대라는 뜻]라고 부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 번영, 문화”를 강조하는 샤인(SHINE) 구상도 밝혔다. 이것은 이집트 대중의 증오를 받는 잔인한 독재자 엘시시를 이집트 청년들이 호감을 느끼는 한국의 문화와 경제 성장 이미지로 포장해 준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자를 역사적 위인으로 칭송하고 해외의 선진 문화와 성장 동력을 끌어 온 인물로 포장해 준 셈이다. 엘시시가 이재명 대통령을 초대해 크게 환대한 이유일 것이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엘시시의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망명해 온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못 본 척하고 있다. 7년 넘도록 난민 자격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난민 인정 요구에 이재명 정부는 모르쇠로(‘법무부 소관이다’)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방위’ 산업 협력과 AI 협력을 강조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아랍에미리트에 전쟁 무기를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가 추진하는 AI 데이터 센터 건설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의 반대 급부가 한국의 첨단 무기 수출인 듯하다. 또한 제3국에 대한 ‘방위’ 산업과 핵발전소 수출도 공동으로 해 볼 것을 제안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예멘을 비롯해 중동의 여러 전쟁에 관여해 왔고 최근에는 끔찍한 인종학살이 일어난 수단 내전의 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면서 중동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국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일관성 없음에 대한 실망이 커지게 될 것이다. 이는 국힘 같은 극우 정당을 이롭게 해 줄 것이다.

이 글은 11월 21일 증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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