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개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문제와 중동에 관한 여러 책들이 재조명되거나 새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개 전쟁 이전의 과거를 다루거나 전쟁의 특정한 측면을 다루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역사는 현재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이지만, 전쟁은 그 외에도 여러 중요한 정치적 물음 또한 제기한다.

이스라엘 비판은 유대인 혐오인가?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이끌고 있는 하마스, 더 나아가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두 국가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등등. 이런 까다로운 정치적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이 전쟁을 단지 끔찍한 학살로만 보지 않는다. 이 전쟁은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 전반에 심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 저항과 연대 운동을 공격하는 주장을 반박하고, 이스라엘 사회의 성격,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등을 제시한다.

특히, 현재 전쟁의 맥락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을 심층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이 책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곤경을 돌파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끔찍한 인종 학살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은 더더욱 요원한 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전 세계와 특히 아랍 세계에서 일으키고 있는 파장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가능케 할 격변이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 책은 그런 격변이 왜 가능하고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시중의 많은 책이 이런 가능성을 보지 않은 채 ‘국제 사회’의 개입이나 이스라엘 내부의 변화 같은 신기루 같은 대안을 좇는 것과 날카롭게 구별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전망은 팔레스타인 해방에서 팔레스타인인 자신들과 아랍 노동자·빈민 대중의 구실에 주목한다. 아랍 노동자·빈민에게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강대국들에 맞설 실질적 힘이 있고, 그 잠재력을 깨우는 데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이 핵심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노동자 연대〉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이미 봤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본지에 실리지 않은, 심층적 분석이 담긴 여러 논문이 수록돼 있다.

이스라엘의 끔찍한 인종 학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유익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