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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또다시 극우화와 발맞춰 반낙태 운동 재가동하는 보수파들

“임신중지는 살인이 아니다. 자기 몸에 대한 여성의 권리다!” 2017년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조승진

보수파들이 다시 임신중지(낙태)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36주 낙태 영상’을 올린 여성과 임신중절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살인죄 혐의로 수사 의뢰한 일과 맥을 같이한다. 경찰은 해당 여성과 의사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고, 최근에는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 4명을 살인 방조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이들을 모두 출국 금지시켰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와 보수적인 그리스도교 단체들은 ‘36주 낙태’ 사건을 규탄하며 “태아 보호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생명트럭’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임신중지 반대 홍보전에도 돌입했다. ‘에스더기도운동’은 “낙태로부터 태아를 지키는 길을 모색하다”라는 주제로 8월 22일부터 4주간 ‘생명포럼’을 주관한다.

보수적 의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만삭 낙태는 살인”이라며 임신 22주 이후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 병원과 의사를 신고할 수 있는 콜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보수파들은 이번 ‘36주 낙태’ 사건을 계기로 임신중지 규제 법안을 추진하려 한다.

우파 정당 국민의힘의 의원들은 이미 임신중지 규제 법안 논의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의원 조배숙은 이른 시일 내에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배숙은 차별반대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권리를 강력히 반대하는 5선 의원으로, 보수 복음주의 정치인들과 법률가들로 구성된 복음법률가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8월 28일 조배숙은 같은 당 의원 조정훈 의원과 ‘행동하는프로라이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와 함께 ‘우리 사회의 태아생명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전에 낸 법안을 볼 때 이들은 임신 초기(임신 6주 또는 10주 이내) 임신중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낙태죄’를 유지하는 안을 발의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여성들의 고통과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로 임신중지 반대자 등 보수 세력은 (잠정적) 패배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우파 견제 정서와 임신중지권 지지 여론에 부딪혀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극우파가 성장하고 임신중지권 공격이 벌어지면서 한국 보수·우파와 임신중지 반대 세력도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다시 극우 본색을 드러내면서 후기 임신중지 공격에 나서자, 우파들은 임신중지를 대폭 제약하는 법안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고 여기는 듯하다.

정부도 “[임신중지] 관련 입법 마련이 시급하다”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6주 낙태’ 사건을 경찰에 의뢰한 직후, ‘인공임신중절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이번 후기 임신중지 공격이 어느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는지 임신중지 찬반 진영의 동향을 살피며 임신중지 규제 수준과 추진 방법 등을 고민하는 듯하다.

보수·우파들의 운동이 활성화되면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임신중지 공격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36주 낙태’ 사건 이후 경찰은 이미 공격을 확대해 임신중절약(미프진)의 “불법 유통”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이에 미프진 유통 웹사이트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약의 가격만 올리고 가짜 약을 부추겨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을 고통으로 내몰 뿐이다.

거짓과 위선

보수·우파는 임신중지를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데마고기일 뿐 아니라 위선이다. 그들은 “생명 경시 풍조”를 가장 앞장서서 자행하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비난하지 않는다. 심지어 개신교 우파는 대부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태아 생명권’에 대한 임신중지 반대 세력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 그들은 1970~80년대 한국 정부가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면서 피임과 임신중지를 권장했을 때, 이를 묵인하거나 때로는 산아제한 캠페인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들이 임신중지를 공격하는 진정한 목적은 “태아 보호”가 아니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와 성적 보수주의를 옹호하고 노동계급을 내부적으로 이간하려는 데 있다.

보수·우파는 가난과 실업, 복지 삭감에 맞선 유일한 방패는 가족뿐이라고 선전하며, 임신중지와 동성애가 가족 위기와 삶의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선전을 통해 지배계급과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따라서 후기 임신중지 공격을 고리로 한 보수·우파의 태아 생명권 담론에 맞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확고히 옹호해야 한다.

임신중지권 옹호에 일관되지 않은 민주당

수년째 임신중지권을 사실상 외면해 온 민주당은 ‘36주 낙태’ 논란에 대해 여태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민주당 자체는 ‘낙태죄’ 폐지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옹호한 바가 없다. 몇몇 소속 의원들이 임신중지권 보장 법안을 낸 적은 있지만 문재인 정부와 자당의 외면 앞에 무기력했다. 지난 국회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 법안과 제한 없는 낙태 허용 법안을 낸 권인숙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서 박주민 의원과 남인순 의원(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출신)이 각각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으로 임신중지권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도 ‘36주 낙태’ 논란에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주민·남인순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임신중지 제약과 타협할 여지를 남긴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위기에 처한 윤석열 정부에 계속 숨통을 틔워 주고, 노동자 등 서민층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생활 개선은 외면해 왔다. 게다가 최근 이재명은 정부·여당에 타협하고 부유층을 위해 거듭 후퇴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활용해 보수·우파의 임신중단 반대 움직임을 물리칠 수 없는 이유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임신중지를 부정하는 법적 제약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 후기 임신중지를 포함해 조건 없이 모든 임신중지를 합법화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재정 지원 등으로 임신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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