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규제 입법 위해 우파 국회의원들과 협력하는 보수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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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국민의힘 조배숙·조정훈 의원이 행동하는프로라이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와 함께 ‘우리 사회의 태아생명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36주 낙태’ 사건을 계기로 임신중지를 대폭 규제하는(사실상 금지하는) 입법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이었다. 또, 반낙태 보수파가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120여 명이 참가했다. 국민의힘(국힘) 전 당대표 김기현, 전 원내대표 윤태옥, 당대표 후보였던 윤상현, 국회 법사위 간사 유상범, 6선 의원 조경태 등 국힘 중진 의원과 간부급 인사 15명도 참가했다. 당대표 한동훈과 원내대표 추경호는 축사를 보냈다. 이 때문에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껏 고무돼 보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총회장 오정호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전사인 조배숙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15명의 의원님들을 이 자리에 오도록 하는 우리의 파워가 바로 이렇습니다!”
정부의 ‘36주 낙태’ 공격을 계기로 반낙태 보수파가 자신감을 얻고 여당의 주요 간부들을 끌어들여 협력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한동훈은 보내 온 축사에서 “영아 살해 수준에 가까운 낙태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의사 처방 없이 낙태약이 판매되는 일도 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생명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조배숙은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조배숙은 보수 복음주의 정치인과 법률가로 구성된 복음법률가회의 상임대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이 로비를 통해 공화당을 끌여들여 성공했듯이, 한국에서도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인들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는 강조도 있었다.
모든 임신중지 반대
보수 복음주의자인 세미나 발표자들은 ‘36주 낙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크다는 점을 이용해 임신중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반대하는 것은 단지 후기 임신중지만이 아니다. 이들은 모든 임신중지를 반대한다.
발제자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홍순철은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허용하는 임신중지 사유(태아의 심각한 질환, 강간으로 인한 임신, 근친 관계 임신 등)도 전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부의 생명이 위태롭지 않은 한, 심지어 강간을 당해 임신하더라도 무조건 출산하라는 것이다!
토론자인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은 “태아는 수정 또는 임신 순간부터 영혼을 가진 독립된 인간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태아는 모체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모체의 일부로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다. 태아 ‘생명권’을 운운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아기 낳는 도구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다.
무엇보다 임신중지 규제는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임신중지 규제는 수많은 여성들을 안전하지 못한 낙태로 내몰거나 값비싼 낙태 비용을 감당하느라 고통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8월 26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가 설치된 병원의 약 30퍼센트가 임신중절 수술을 하지 않아서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수술할 병원을 찾느라 임신 후기까지 내몰리거나 불법 낙태약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민주당 약점 찌르기
한편, 토론회에서는 반낙태 진영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약점을 찌를 방안도 논의됐다.
한 발표자는 ‘민주당도 선거와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에 36주 낙태 문제는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조배숙도 ‘헌재의 결정은 낙태죄를 유지하되 허용 가능한 임신 주수를 고민하는 것이므로 이런 취지를 민주당이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온갖 거짓과 위선 속에서도 한 가닥 진실을 얘기한 셈이다. 민주당 자체든 그 의원들이든 정부의 36주 낙태 공격에 대해 여태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조배숙은 민주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고 민주당 의원으로도 활동했던 정치인으로 그 당의 생리를 잘 알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임신중지권 옹호 세력이 민주당에 기대서는 안 됨을 보여 준다.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이 다시 우익 본색을 드러내는 것에 발맞춰 반낙태 진영이 전열을 가다듬고 임신중지 규제 입법에 나설 것임을 보여 줬다.
임신중지에 대한 실질적 필요와 지지 여론 때문에 정부·여당이 당장 임신중지 일반을 공격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반낙태 보수·우파들의 운동이 활성화되면 정부·여당도 더 적극성을 보이며 이를 우파 결집의 수단 중 하나로 삼으려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후기 임신중지 공격과 반낙태 보수파의 데마고기에 맞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확고하게 옹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