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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정부의 임신중지 법제도 마련 계획:
임신중지권 방치 6년, 이번에도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법·제도 마련’이 포함됐다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7월 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각각 ‘낙태죄 대체 입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먹는 임신중지약 허용과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이다. 또한, 임신중지를 엄격히 제한한 모자보건법 14조를 낙태죄 효력정지를 반영해 전면 삭제했다(임신 주수 등의 제약 조건은 없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의당도 남인순 의원의 개정안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해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2019년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 6년 동안 ‘입법 공백’으로 임신중지권이 보장되지 않아 여성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최근 한 여성이 ‘36주 낙태’로 인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비극도 국가가 임신중지권 보장을 방기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남인순·이수진 의원의 개정안은 고통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임신중지약 도입과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은 모두 시급한 과제들이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온전히 여성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이미진

그런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견인해 이 개정안이 순탄하게 통과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낙관일 수 있다.

민주당 자체는 임신중지권 전면 보장을 지지한 적이 없다.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임신중지권 보장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일었던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유지와 조건부 임신중지 허용안을 제시했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4주 이내 허용안을 준비했지만 좌우 압력을 받아 결국 발의하지 못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전면 허용 법안을 발의했지만 발의에 동참한 민주당 의원은 극소수였고 결국 민주당의 무관심 속에서 폐기됐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도 임신중지권 보장을 공약에서 뺐고, 기자의 질문에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회피했다.

민주당은 반낙태 보수·우파에 맞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지켜낼 열의가 없다. 매번 임신중지 찬반 세력의 눈치를 보며 줄타기를 해왔다. 그래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지난 6년 동안 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장악했음에도 ‘입법 공백’이 지속된 것이다.

현재 임신중지권 관련 법 개정안 발의와 국정 과제 포함에 대해 반낙태 세력의 반발이 거세다. 윤석열 정부 시절 반낙태 운동을 주도한 국힘 조배숙 의원은 개신교 극우와 함께 남인순 의원의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도 “낙태 무제한 허용”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좌우 압력이 거세지면 정부와 여당은 또다시 논의만 찔끔 이어가다가 흐지부지 만들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민주당 내에서 아예 후기 임신중지를 제약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될 수도 있다(그리되면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그에 조응해 조정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은 당시의 거의 모든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지만, 후기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은 정당하다고 봤다. 민주당은 이 기준을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신중지권 지지 진영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응원하는 태도여서는 안 된다. 여성의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지지하며 독립성을 견지하고, 기층의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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