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서울):
희망은 이스라엘의 시위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국제 연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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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끔찍한 전쟁을 지속하면서 인종 학살을 서안지구로 확대하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이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이 국제적 연대감을 확인하고 결의를 다지는 집회가 열렸다.
9월 7일(토) 오후 2시 주한 이스라엘과 주한 미국 대사관과 가까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연 51번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는 그 전 주 집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특히, 새로운 유학생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새로운 팔레스타인인 유학생들과 한국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외국인, 한국인 발언자들의 집회 발언(과 한국어·영어·아랍어 3개 국어 통역)을 매우 집중해서 경청했다.
서안지구 제닌 주민이자 현지 언론 ‘와파 통신’의 국장 싸이르 아부바크르 씨는 전화 연결을 통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금 서안지구, 특히 제닌에서는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테러 행위가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일간의 공격으로 제닌 전체가 폐허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열흘 동안 이스라엘 점령군은 상수도와 전기를 끊고 온갖 파괴 행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부바크르 씨는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의지가 굳건하다고 강조하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집회 하루 전날 서안지구에서는 튀르키예 출신 26세 여성 미국인 아이세누르 에지 아이기 씨가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반대 시위에 참가하다 이스라엘군의 저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조사는 하겠지만 시위대가 먼저 위협했다며 뻔뻔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자국민이 살해당했음에도 말로 유감만 표명할 뿐, 이스라엘에 막대한 무기를 쥐어 주고 하마스를 비난하며 전쟁을 지속시키려 한다.
이에 관해 가자지구 출신의 팔레스타인인 마리얌 씨는 이렇게 발언했다.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바라는 이 세상의 모든 목소리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제 이스라엘이 튀르키예계 미국인 활동가를 총살한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녀의 아주 평화적인 활동마저도 시온주의 독재자들은 위협으로 여긴 것입니다.”
마리얌 씨는 아이기 씨의 죽음이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그녀의 여정을 우리가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을 감동시켰다.
한편, 이번 집회는 이스라엘이 또다시 반네타냐후 시위에 직면한 가운데 열린 것이기도 하다. 많은 언론들은 이것이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의 사회자인 김지윤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의 시위에 희망을 걸 수 없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그 시위의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 자신의 저항과 우리의 국제적 연대야말로 이스라엘의 끔찍한 인종학살을 멈출 열쇠일 것입니다.”
그런 열쇠의 하나로써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커다란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어 온 미국의 대학생 운동이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그 운동에 적극 참여해 온 미국인 대학생 활동가도 발언에 나섰다.
“민주당은 휴전 협상 운운하는 미사여구를 쏟아내지만 전쟁 범죄자 네타냐후를 밀실 회의에 불러서 미국의 전폭적인 무기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 지배계급의 우두머리가 누가 되든 사태를 전혀 호전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제국주의, 백인 우월주의, 시온주의에 맞선 투쟁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없이 계속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국이 사방으로 포위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시온주의가 세계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게 하고, 인티파다(항쟁)를 멈출 수 없는 힘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급진성을 보여 주는 그녀의 힘찬 발언에 참가자들은 열띤 환호를 보냈다.
새 학기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재개한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이시헌 활동가도 연단에 섰다.
이시헌 씨는 최근 월드컵 예선 축구 경기에서 한국팀을 상대로 사실상 승리나 다름 없는 무승부를 거둔 팔레스타인 대표팀에 축하를 보내는 한편, 캠퍼스에서 연대가 건설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지난 3일 동안 벌써 여덟 명이 ‘수박’에 가입했습니다. ... 우리는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폐쇄를 포함해 이스라엘 국가 및 대학들과의 교류 단절을 서울대 당국에 요구하며 행동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제2차 인티파다 24주년 즈음인 9월 25일에는 ‘수박’의 제안으로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대학생 공동행동이 열립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드높일 것입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해 온 유학생 아야 씨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운동이 실로 국제적 운동의 일부임을 느끼게 했다.
아야 씨는 덴마크와 다른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알고 있으며, 자신이 한국에 간다고 말하자 ‘한국인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 달라’ 했다고 전했다.
“여러분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감동과 힘을 줍니다. 우리가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떠올려야 합니다. 여러분의 행동에 긍지를 느끼고 멈추지 말고 운동을 지속해 주세요.”
참가자들은 도심 행진을 힘차게 시작하며 집회에서의 연대 분위기를 이어 갔다. 행진은 집회 장소에서 시작해 명동 거리를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이어졌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한국인, 이집트인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구호를 선창하며 대열을 이끌었고, 참가자들은 쉼 없이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더위가 한풀 꺾여 주말 나들이를 나온 많은 행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오늘 행진에서는 청소년·청년들의 호응이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을 향해 “화이팅!”을 외치거나 구호를 함께 외치는 청년들이 여럿 있었고, 대열이 명동 거리에 가까워지자 방송차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며 구호를 함께 외치는 청년들도 있었다.
행진 대열이 명동 거리에 들어섰을 때에는 히잡을 쓴 여성 일행이 함께 힘차게 구호를 외치다가 합류하기도 했다.
여행차 한국에 왔다가 집회에 참여한 독일 만하임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들은 독일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혹심한 경찰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미국 다음으로 이스라엘에 무기를 많이 수출하는 독일 정부에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이렇게 큰 팔레스타인 연대 커뮤니티가 있는지 몰랐다”는 소감도 전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대사관을 향해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다!” “학살전범 네타냐후! 인종학살 멈춰라!”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대 운동을 키워 나가자고 서로를 고무했다.
다음 서울 집회와 행진은 9월 21일에 열린다. 9월 13일에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영화 “파르하” 공동 상영회가 진행된다.(참가 신청: https://bit.ly/FARHA-screening)
그리고 9월 25일 오후 6시에는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9.25 대학생 공동 행동’이 열린다.
개전 1년을 기해 10월 6일에는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와 행진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