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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12월 22일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부산·대구 집회 소식

12월 22일 오후 한파 속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12월 22일(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하는 제65차 서울 집회가 열렸다.

올 겨울 중 가장 춥다는 한파에도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주말마다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서 우의를 다져 온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시험 기간을 마치고 집회에 나온 대학생들도 오랜만에 만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새로운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온 한 한국계 청년은 뉴욕에서도 매주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 참가해 왔다며 반가워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한 관광객 가족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소식을 살펴봤다며 적잖은 돈을 팔연사에 후원했다.

이날 집회는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 중에도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시리아에서 벌이는 공격도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에서 발언하는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주마나 씨, 김경호 강남향린교회 담임목사, 미국인 스튜어드 씨, 재한 이집트인 청년 아부 씨 ⓒ이미진

스스로를 재외 팔레스타인인이자 “절반은 시리아인”이라고 소개한 주마나 씨는 두 나라를 모두 유린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점령한 ‘완충지대’인 골란 고원 바깥의 시리아 땅도 강점하고, 시리아의 방위력을 파괴해 시리아인들이 반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정을 어기고 레바논을 248차례나 공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라파흐와 자발리야를 완전히 파괴했고, 카말 아드완 병원을 물샐틈없이 포위했습니다. 언제 환자·의료진·피란민을 모조리 살해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김경호 강남향린교회 담임목사는 다가오는 성탄절을 기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현실로 이뤄지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하는 연설을 했다.

“아기 예수가 오신 팔레스타인 땅에서 여전히 전쟁과 학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자기 전유물로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과 아기 예수로 오신 예수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편에 계십니다. 아기 예수는 이 땅에 정의를 세우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오셨습니다. 힘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키고 폭격하며 학살을 일삼는 자들은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미국인 스튜어트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의와 평화를 되찾는 일에 우리가 계속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출신국 미국에서는 학살 공범 바이든의 임기가 곧 끝납니다. 다음 달이면 트럼프가 바이든에 이어 가자지구 인종 청소를 지원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애써 악행을 숨기려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더 강한 탄압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학살 중단,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 요구를 내건 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다가오는 새해와 새 미국 정부에 맞서, 가족·친지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알리고, 운동을 조직하고, 연대를 구축합시다.

“저들은 한 송이 꽃을 짓밟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가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12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재한 이집트인 청년 아부 씨의 연설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에 고무된 이집트인들의 정서를 잘 보여 줬다.

“2주 전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국주의 열강도 민중의 의지에 반하는 정권을 무한정 지탱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 서구 제국주의 열강은 이미 테러 국가 이스라엘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첫째, 팔레스타인인들은 저항을 포기할 생각이 절대 없습니다.

“둘째,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저희와 전 세계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자지구 사람들과 연대하고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계속 맞서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참가자들은 커다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아부 씨의 발언 전문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다.)

행진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종로를 거쳐 명동을 누비며 활기차게 구호를 외쳤다.

명동성당 앞에서는 수녀들이 행진 대열에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힘내요’ 하고 연대를 표했다. 구호에 맞춰 박수를 치며 대열에 합류한 관광객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 집회의 행진길에서 만난 재외 팔레스타인인이 구호를 선창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명동 거리에서는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한 재외 팔레스타인인 가족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행진이 끝날 때까지 함께했고,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선창하기도 했다. 재외 팔레스타인인의 귀환 염원을 담은 구호 “Free Palestine, within our lifetime(우리 생애 안에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리라)!“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행진을 마치며 사회자는 다음 일요일인 12월 29일 오후 2시에 열릴 2024년 마지막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성대하게 벌이자고 호소했다.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 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행진을 마친 팔레스타인 연대 65차 서울 집회 참가자 일부가 시리아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부산

부산의 도심 서면에서 올해 마지막 부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활동가들의 대학 무슬림 기도실 방문과 모스크 방문 등을 통해 새롭게 참가하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한 팔레스타인계 영국인이 온라인에서 부산 집회 소식을 접하고는 2~3시간을 이동해서 집회에 오기도 했다.

이번 집회는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부산에서 처음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였다. 많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에 관해 묻고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상엽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이렇게 연설했다. “계엄령 당일 수많은 사람들이 맨몸으로 쿠데타에 맞서는 것을 보면서, 맨몸으로 이스라엘과 맞서 싸운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윤석열은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한 자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탄핵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을 바라는 우리에게도 승리입니다. 이 여세를 몰아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도 힘차게 이어 갑시다.”

이날 집회에는 이집트인 난민이자 이맘(모스크 예배 인도자)인 아므르 씨가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공동체의 이주민이 일터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아므르 씨가 보내 온 메시지를 다른 참가자가 대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므르 씨의 메시지는 인종 학살의 공범인 미국뿐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시를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는” 아랍 정권들을 비판했다. 그리고 참혹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25차 부산 집회와 행진에 한 시민이 호응을 보내고 있다 ⓒ오선희

윤석열 퇴진 운동과 탄핵소추안 통과의 영향 때문인지, 집회와 행진 대열은 평소보다 더 많은 환대와 관심을 거리에서 받았다.

몇몇 청소년들이 집회와 행진에 잠깐 합류하기도 했다. 한 젊은 여성은 자신이 일하던 가게에서 나와 미니 앰프가 달린 마이크로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집회와 행진을 마친 사람들은 내년에도 연대를 이어 가자고 다짐했다.

대구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6차 대구 집회 ⓒ안우춘

대구 동성로 CGV 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제6차 팔레스타인 집회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활력 있게 열렸다.

팔레스타인인, 김천에서 온 이집트인, 인도네시아인, 방글라데시인, 미국인, 캐나다인 등 참가자들의 국적도 다양했다. 방글라데시인인 파리하 씨가 영어 통역에 기여해 줬다.

서안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이 연설에 나서, 이스라엘이 그 전까지는 시리아인들을 걱정하는 척하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자마자 시리아를 침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것이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팽창주의적 본성”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 유학생은 이렇게 연설했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가족을 미국으로 초청했습니다. 마크롱은 네타냐후의 외교적 면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푸틴에 관해서는 국제 법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

“가슴 아픈 것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정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저항을 진압하는 이스라엘의 도구처럼 됐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시위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날마다 더 멀리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6차 대구 집회 ⓒ안우춘

윤석열 퇴진 운동의 영향으로 행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팻말과 팔레스타인 연대 굿즈를 나눠 주는 가판대에 많은 젊은 여성들이 관심을 보였다. 한 여성 참가자는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한 행인은 집회를 보고는 참가자들을 위한 따뜻한 커피를 들고 와 사회자에게 건네 주기도 했다.

행진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은 연말을 맞아 붐비는 거리를 누볐다. 많은 관심을 받았고 박수를 쳐 주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청소년들이 잠시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대구)은 다다음주인 1월 5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팔레스타인 영화 ‘파르하’ 상영회 및 팔레스타인인과의 간담회를 연다.(참가 신청 링크)

재한 이집트인 청년 아부 씨의 연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이 됐습니다. 이스라엘은 매일 끊임없이 대학살을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은 카말 아드완 병원을 폭격해 부상자와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저는 오늘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지난 월요일 이스라엘이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를 폭격해 수많은 아이·여성·남성을 죽였습니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미소를 항상 잃지 않은 칼리드 나브한 씨도 있었습니다.

칼리드 씨는 작년 11월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폭격으로 소중한 손녀를 잃었습니다. 칼리드 씨는 손녀를 “영혼의 영혼”이라고 부르며 깊이 사랑했습니다.

칼리드 씨는 충격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다른 약자를 돕고, 굶주리고 다친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기이하게도 서구 미디어는 이런 선량한 남자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반면, 인종 학살을 자행하는 진짜 테러리스트 네타냐후를 문명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서구 제국주의는 ‘수염을 기르고 전통 의상을 입은 무슬림은 테러리스트’ 라는 고정관념을 심어 왔습니다. 무슬림 나라들을 쉽게 침략하고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주 전, 수많은 시리아인을 고문하고 죽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국주의 열강이 민중의 의지에 반하는 정권을 무한정 지탱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시점에는 그런 정권이 제국주의자들에게 부담이 되며, 그들이 그 정권을 포기하게 되면 그 정권의 몰락은 시간 문제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도 언젠가 무너질 거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식민 국가인 이스라엘이 살아남은 이유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지원 덕분입니다. 이스라엘이 서구 제국주의에게 큰 부담이 돼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테러 국가 이스라엘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게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 팔레스타인은 저항을 포기할 생각이 절대 없습니다. 하마스가 설립된 1987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죽이기 위해 팔레스타인 저항의 지도자들을 죽이고 가자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지만, 이들은 결국 실패했고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인 하마스가 강력해졌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없어도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빠르게 몰락할 것입니다.

둘째,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저희와 전 세계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자지구 사람들과 연대하고 식민 점령자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계속 맞서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셋째, 너무 늦었지만 앰네스티를 비롯한 세계적 단체들이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일랜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대한 소송에 동참하기로 했고 이스라엘 대사관도 폐쇄했습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외쳐 봅시다. Free Free Pale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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