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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의 몰락에 불안감을 느끼는 미국·이스라엘·아랍 지배자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모래성처럼 삽시간에 붕괴됐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북부 점령지 골란고원의 경계를 넘어 시리아 영토 안쪽 비무장 완충 지대를 침략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자국 병력에 장기 주둔을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오롯이 점령지 위에 세워진 국가답게, 이스라엘은 때는 이때다 싶게 시리아 영토를 침략했다.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 전역을 600회 넘게 공습했다. 공군 비행장, 대공포대, 무기 생산 시설, 무기고, 함선 등이 공격 목표물이었다.

네타냐후는 12월 15일(이하 현지 시각) 골란고원 정착자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국경에 ‘새로운 전선’이 만들어졌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리아 헤르몬산 정상을 방문해 “오래 주둔하겠다”고 공언한 네타냐후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이스라엘은 왜 시리아를 공격하는가?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헤즈볼라가 타격을 받은 것은 이스라엘에 희소식이다.

그러나 알아사드의 몰락은 이스라엘에 기쁜 소식이 아니다. 알아사드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에 이스라엘은 대시리아 전선이 형성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지난 1년여 동안 끊임없이 시리아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폭격했다. 그러나 알아사드 정권은 실질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 정권을 보호하던 러시아군도 마찬가지였다. 알아사드는 가자·레바논 전쟁에 대해서도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본명은 아흐마드 샤라야)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경계선을 분명히 넘어왔고, 이는 역내 긴장을 부적절하게 높이는 위협이다.”

그러나 “시리아는 수년간 이어진 갈등과 전쟁으로 지쳐 있고 새로운 갈등을 벌일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단계에서는 재건과 안정이 우선순위로, 추가적 파괴로 이어질 분쟁에 끌려가지 않고자 한다.”

알줄라니는 “시리아가 이스라엘 공격의 발사대로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 쿠사이 알다하크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어떠한 결의안도 채택하지 않았다.

유엔 시리아 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은 알줄라니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유엔 안보리가 2015년에 채택한 시리아 국내 문제 해결에 관한 로드맵이 논의됐다. 이 로드맵에는 유엔 감시하에 18개월 안에 선거를 실시하는 것과 누스라 전선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누스라 전선은 HTS의 전신이다. 알줄라니는 이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국주의자들의 셈법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알아사드의 몰락을 중동 재편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다.”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자마자 미국은 시리아를 폭격했다. HTS에 대한 불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아무래도 미국 정부가 이전에 HTS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알줄라니에 대해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시리아가 테러리스트의 근거지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더 중요하게는, 미국이 중동에서 자국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조건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중동 지배력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는 시리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고 말했다.

그래서 알줄라니가 온건성을 표방하는데도(알줄라니는 정권을 장악한 뒤 “[이슬람 극단주의 통치 아니라] 정상적인 시리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불신감을 나타내며 시리아를 폭격한 것이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짐 리쉬는 시리아 제재 해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카야 칼라스도 시리아의 새 통치자가 종교적 극단주의를 거부하고 소수민족을 박해하지 않으며 여성의 권리를 보호할 때까지 시리아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그들의 인권 운운은 위선일 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시리아의 인권을 말하지만,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토 점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미국·러시아·튀르키예 군대도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다.

블링컨은 튀르키예 대통령 에르도안을 만나 양국이 “책임 있고 포용적인 시리아 정부로의 이행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알줄라니가 이들리브에서 세력을 키우도록 지원했다. 또,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기회로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공습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을 추방하려고 한다.

아랍의 봄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중동 전역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시리아를 위한 아랍 연락 그룹’은 시리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레바논·이집트의 장관들과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는 야만적인 독재 정권과 왕정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시리아의 “자유”를 지지한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아사드가 몰락하기 직전인 지난 5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대사관 업무를 재개했다.

아랍 지배자들은 다들 자신들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다.

“여전히 독재자들이 통치하는 이 지역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혁명적 열기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최근에 재개한 아랍 지도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분석가·관리들·외교관들에 따르면,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지도자들은 알아사드의 축출이 국내에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군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지난주 토요일[12월 7일] 반군이 진격하자 아랍 국가의 외무장관들은 카타르 도하 회의 도중에 별도로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그 뒤 반군에게 진격을 중단하고 정권과 대화할 것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워싱턴 포스트〉, 12월 14일 자)

아랍 지배자들은 시리아의 권력 공백 상태를 두려워한다.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가 특히 그렇다. 엘시시는 2011년 이집트 혁명(‘아랍의 봄’) 뒤에 선출된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2013년 쿠데타로 무너뜨린 뒤 권력을 장악했다.

엘시시의 노르웨이 방문(12월 8일)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은 “아사드 다음은 엘시시다” 하고 외쳤다.

아랍 지배자들은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 전역으로 확산된 ‘아랍의 봄’을 잊을 수 없다.

미국·유럽연합·이스라엘의 지배자들도 아랍 지배자들과 똑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에서 억눌려 있던 대중의 분노가 폭발해 정권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랍 정권들의 지원 없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의 새 정부가 자신들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지 달아 보려 한다. 그러나 알줄라니와 HTS는 시리아 민중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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