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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지방선거·보궐선거:
인종차별적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약진

5월 1일 영국 지방선거·보궐선거에서 극우인 영국개혁당이 크게 약진했다. 영국개혁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했고, 지방의회 의석은 1641석 중 677석을 차지했다. 또한 처음으로 2명의 시장을 배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번에 선거가 열린 지역은 대체로 주요 도시가 아니었고, 대부분 지난 선거에서 보수당 후보가 선출된 곳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린 곳인 런콘은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했던 곳이다.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과 나이절 퍼라지(가운데) ⓒ출처 영국개혁당 (‘엑스’)

나이절 퍼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은, 영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보수당과 노동당에 대한 환멸을 이주민 혐오와 연결시키며 세력을 키워 온 인종차별주의 정당이다.

영국개혁당 자체는 파시스트 정당은 아니지만, 파시스트인 토미 로빈슨을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당원들이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 일부를 포함해 꽤 있다(퍼라지 자신은 로빈슨과 거리를 두고 있다).

선거 직전 여론 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은 노동당과 나란히 26퍼센트를 기록하며 보수당(21퍼센트)을 따돌렸다. 영국개혁당은 이번 선거로 우파 정치의 대표 주자 자리에서 보수당을 밀어낼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보수당 지지자들이 우경화한 결과다. 영국의 싱크탱크 퍼슈에이션 UK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개혁당 지지자들 넷 중 셋은 과거 보수당을 지지했거나 보수당·노동당 모두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반면 노동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소수라고 한다.

영국개혁당은 시장 선거들에서도 처음으로 승리했다(그레이터링컨셔, 헐앤이스트요크셔). 당선한 영국개혁당 시장 중 한 명은 보수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그녀가 유세 기간 동안 줄기차게 강조한 메시지는 ‘난민들이 지나치게 우대받고 있다,’ ‘난민들 때문에 백인을 위한 복지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는 인종차별적 편견 부추기기였다.

영국개혁당은 노동당 지지 지역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에 치러진 유일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영국개혁당 후보가 간발의 차이(6표)로 노동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한 것이다. 그 선거가 치러진 런콘·헬스비 선거구는 2024년 7월 총선 당시 노동당이 과반을 득표해 2위인 영국개혁당과 표차를 무려 1만 5000표 가까이 벌렸던 곳이다.

한때 노동당의 아성이었던 돈캐스터 지방의회도 영국개혁당으로 넘어갔다.

이런 결과를 두고 퍼라지는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가)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을 너무 크게 소외시켰다”라고 조롱했다.

지난 보수당 정부의 실패로 반사이익을 보고 집권한 노동당은, 시장을 만족시키면서도 개혁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주들과 노동자들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노동당 정부는 겨울 연료비 보조금 삭감, 장애인들에게 지급하는 개인자립수당 삭감 등 개혁은커녕 긴축 정책을 추진해 노동계급 대중의 분노를 크게 샀다.

수 년에 걸친 긴축과 신자유주의는 수많은 영국인들에게 쓰라린 경험을 안겼고, 퍼라지와 영국개혁당은 이런 정서를 파고들고 있다. 앞서 봤듯, 그들은 “대규모”, “불법” 이주민들을 받아들인 것이 “국가 쇠퇴”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인종차별적 거짓 해결책을 내세운다.

영국개혁당의 이런 거짓말이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수 년 동안 보수당과 노동당이 경제 위기 고통의 책임을 이주민·난민에게 떠넘겨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보수당과 노동당은 자신들도 영국개혁당 못지 않게 이주민에게 강경하다는 것을 보이려고 인종차별 정책을 강화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바로 그런 패턴에 충실하게, 이번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의 약진을 확인한 노동당 정부는 인종차별 정책을 더한층 강화할 것이다. 노동당이 영국개혁당을 제대로 견제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영국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 활동가들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영국개혁당이 인종차별주의 정당이라는 것을 들춰내고 이주민에 대한 그들의 거짓말을 반박하는 활동을 벌였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 런콘을 찾아 주말마다 캠페인을 벌이고, 지방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에서 도합 10만 장이 넘는 유인물을 나눠줬다.

그나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영국개혁당 후보가 단 6표 차이로 간신히 승리한 것도 그런 활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 활동가는 이렇게 논평했다.

“그토록 근소한 차이로 저들이 이긴 것을 보면, 다음번에는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인종차별 반대 활동과 좌파 운동을 더 능동적으로 해서 스타머 정부에 도전하고 우익을 무너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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