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선거: 다 무너지기 시작해 중도는 버틸 수 없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보수당은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실제 상황에 비해 덜 낙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노동당이 비록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것은 정당 체제가 파편화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에서는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외의 다른 선수들이 판세에 영향을 줬다. 중도에 자민당, 극우에 영국개혁당, 노동당의 왼쪽에는 녹색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있었다.

체제가 심간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노동당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을 혼합하려다 완전히 실패했다 ⓒ출처 Number 10 (플리커)

영국이 채택한 소선구제하에서는 경쟁자가 많으면 비교적 적은 득표율로도 큰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은 전체의 3분의 1을 득표하고도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보수당은 다음 선거에서 자신들도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실제로 보수당은 2019년에 크게 이긴 바 있다. 보수당의 새 지도자 케미 베이드녹은 시간을 갖고 당 이미지를 쇄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럴 시간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 지난주 영국 일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각 당의 득표율 예상치를 보면, 보수당은 15퍼센트로 4등을 한 반면 영국개혁당은 30퍼센트로 1등을 했다. 그 뒤를 이어 노동당이 20퍼센트, 자민당이 17퍼센트를 득표했다.

다음 총선에서도 이런 득표율 분포가 반복된다면, 인종차별적이고 이주민을 혐오하는 나이절 퍼라지가 총리직에 앉게 될 것이다.

좌우 양극화

보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양쪽으로 표를 빼앗겼다. 오른쪽으로는 영국개혁당에, 중도로는 자민당에 표를 빼앗겼다. 두 당은 [이번에 선거로 선출된 약 1650개의 지방의석 가운데 — 역자] 각각 677석과 163석을 차지했다. 보수당은 674석을 잃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로버트 슈림즐리는 서늘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보수당은 사태의 심각성에 더는 의문을 가져선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당은 이제 생사가 걸린 대결에서 지고 있다.”

현 상황이 놀라운 점은 노동당도 좌우로 표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 런콘앤헬스비 선거구를 영국개혁당에 빼앗긴 것이 그런 사례인 데다 자민당과 녹색당의 추격도 받고 있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수성하려던 지방의석 가운데 65퍼센트를 잃었다. 십중팔구 노동당에게 가장 뼈아픈 결과는 노동자 운동의 역사적 중심지인 더럼[잉글랜드 소재 — 역자]에서 나왔다. 더럼에서 노동당은 52석 중 4석만을 부지한 반면, 영국개혁당은 4석에서 65석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의 주된 책임은 키어 스타머와 그의 재무장관인 레이철 리브스에 있다. 그간 보수당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이었고, 무능한 새 지도자 아래서 광범한 환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리브스는 자신의 “재정 책임성”을 금융시장에 보이려고 노동당의 노동계급 기반을 공격했다. 런콘의 한 노동당 활동가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가가호호 방문할 때마다 같은 얘기를 들었어요. [리브스가 추진한 — 역자] 겨울 연료비 보조금 삭감과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개인자립수당 삭감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노동당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을 혼합하려다 완전히 실패했다.

퍼라지는 아주 고약한 인물이지만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처식 경제 정책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 대신, [경영난에 처한 철강업체] ‘브리티시 스틸’과 민영화된 공공시설을 재국유화하라는 요구와 함께 이민자를 배척하고 ‘정치적 올바름’ 반대 정책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불만에 찬 노동당 지지자들을 끌어당기기를 바랐다.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영국 정치를 함께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전조일 수도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이것은 상당히 신중한 표현이다. 그는 2017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데, 당시 보수당과 노동당은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해 한동안 이어지던 파편화의 시기를 끝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제러미 코빈이 노동당 대표로서, 주류의 신자유주의와는 정말로 다른 대안을 제시하려고 분투하고 있었던 때였다.

오늘날 노동당 정부가 현 노선에서 유턴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스타머는 도널드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느라 바쁘기 때문에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 역자]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중도파 총리들을 따라할 수도 없고,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을 이용해 퍼라지를 공격할 수도 없다. 스타머는 영국개혁당을 좇아 우경화할 공산이 더 크다.

영국개혁당에 도전할 진정한 좌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당도, 심지어 녹색당(이번 선거에서 딱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도 없다)도 그럴 수 있는 세력이 아니다.

급진 좌파들이 선거 노력을 한데 모아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다.

주제
국제
유럽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