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극우 대항 맞불 집회가 중요한 승리를 거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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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일) 영국의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이 극우·파시스트와의 중요한 거리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 전투는 특히 거리의 극우·파시스트와 공식 정치권 극우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거둔 승리라서 더욱 의미 있다.

인구 1만여 명의 영국 소도시 에핑에서는 파시스트와 극우가 난민들이 숙소로 이용하는 모텔을 지난 한 달간 거듭 공격해 왔다.
많을 때는 1,000명이 모여 모텔을 에워싸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퍼붓고 난민들을 위협했다. 난민을 방어하려던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이 행진 중 기습 공격당하는 일도 있었다.
파시스트·극우의 난민 공격이 성공을 거듭하자 영국의 대표적인 파시스트 토미 로빈슨은 7월 27일 에핑에서 “애국자”들이 결집하자고 제안했다.
에핑에서 벌어진 파시스트·극우 세력의 난민 공격이 연일 화제가 되자 (파시스트 정당은 아니지만 극우인) 영국개혁당의 의원들은 에핑의 파시스트·극우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절 퍼라지는 그들을 “심각한 우려를 대변하는 이들”이라고 비호했다. 영국개혁당의 현지 시의회 후보는 파시스트와 함께 연단에서 서기도 했다.
원내 극우정당 영국개혁당이 거리 파시스트·극우 단체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영국개혁당과, 에핑에서 난민 숙소를 공격하는 폭력배들은 둘 다 인종차별적 극우이지만 각각 다른 역학에 따라 움직여 왔다.
영국개혁당은 선거와 의회 정치를 주무대로 하는 극우 정당으로, 거리 폭력 조직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또한 자신들이 정상적인 공당임을 내세우려고 그동안 거리 파시스트·극우 단체들과 선을 그어 왔다.(비록 지역구 수준에서는 은밀한 연계를 맺어 왔음이 여러 곳에서 폭로됐지만 말이다.)
영국개혁당과 거리 파시스트·극우 세력의 연계가 더 공공연하고 강력해질수록 공식 정치 전반이 더욱 우경화할 것이고, 거리 파시스트·극우가 활개칠 공간도 더 크게 열릴 것이다.
그런 만큼 에핑에서 파시스트·극우를 저지하는 것은 그 지역을 넘어 전국적 중요성이 있었다.
영국의 인종차별 반대 공동전선 ‘인종차별에 맞서자’는 7월 27일 맞불 집회를 선포하고 전국 동원을 호소했다.
또한 ‘인종차별에 맞서자’ 활동가들은 에핑에서 난민 숙소 공격을 주도하는 핵심 극우 활동가들이 파시스트 정당 ‘홈랜드’ 소속이라는 점을 폭로했다. 이런 폭로는 난민을 향한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보통 사람들”이라는 극우의 거짓말을 반박했다. 그래서 난민을 혐오하는 연성 지지자들이 중핵 인자들에게서 거리를 두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7월 27일 거리에 나온 극우·파시스트는 규모는 전보다 훨씬 줄어 300여 명에 불과했다. “애국자” 동원을 호소했던 토미 로빈슨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반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2,000명을 동원해 파시스트·극우를 압도하고, 그들이 난민 숙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너네 토미는 어디 갔냐?” 하며 파시스트 대열을 통쾌하게 조롱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에핑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한 주민은 “우리는 그동안 (난민들과) 아무 문제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극우들은 여성의 안전을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짓도 안 한 사람들을 문제 삼는다. 반면 여성들에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백인일 때는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
동원 규모에서 파시스트들을 이기는 것은 중요했다. 파시스트·극우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을 통해 세력과 힘을 확인시키려는 파시스트·극우의 기세를 꺾어 놓는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동안 영국개혁당이 거리 파시스트와 선을 그었던 것도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그들의 위험성을 폭로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한 파시스트 집회 때마다 맞불 대응을 했던 것은 그들의 가면을 벗기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영국개혁당이 거리 파시스트·극우와 연계를 강화하기 시작한 지금 이런 활동이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