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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권말선 시인 체포한 보안경찰 규탄한다

인천경찰청 안보수사대가 7월 29일 오전 출근길이던 권말선 시인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해 9월 보안경찰은 권말선 시인이 쓴 여러 시를 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규정하며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의 남편인 한성 씨도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또한 권말선 시인의 변호인인 장경욱 변호사에 따르면, 보안경찰은 권말선 시인의 시가 북한 측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실린 것도 보안법상 회합·통신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이후 권말선 시인은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며, 소모적인 출석 요구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에게 출석 요구를 했고, 이에 불응했다며 권말선 시인을 체포한 것이다.

이적표현물로 지목된 권말선 시인의 시는 ‘한미, 동맹은 없다,’ ‘국가보안법, 네가 없는 아침’ 등이다. 그중 ‘한미, 동맹은 없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미국이 말하는 ‘든든한 한미동맹’이란

점령군으로 들이닥쳐

70년 넘는 세월 동안

분단과 전쟁을 낳고

끝없이 착취하다 결국 다시

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

바로 이것인가?

이 시는 지난 7월 26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200여 명이 모여 진행된 평화 집회에서 낭독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제국주의가 한반도에 벌인 악행을 폭로하고 비판한 문학 작품이 졸지에 절대 봐서는 안 될 ‘불온’ 표현물로 찍힌 것이다.

29일 오후 2시 권말선 시인이 연행된 인천경찰청 앞에서 체포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경기촛불행동, 국민주권연대, 미르마루, 촛불풍물단이 주최했다.

권말선 시인은 매주 윤석열 퇴진 집회를 개최해 온 ‘촛불행동’의 집회에서 행진을 이끄는 촛불풍물단에 참여해 온 활동가다. 그래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권말선 시인 체포는 “촛불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그리고 권말선 시인을 보안법으로 탄압하는 것은 “명백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예술가의 입을 가로막는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했다.

7월 29일 인천경찰청 앞 권말선 시인 체포 규탄 기자회견 ⓒ김영익

기자회견 중에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권말선 시인의 메시지가 소개됐다.

“일체의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억지로 조사실에 앉혀 놔서 변호사 님과 강하게 항의하는 중[이다.] 윤석열의 거부권은 존중받고 시민의 거부권은 짓밟아도 되는가?”

장경욱 변호사는 사전에 일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라는 의사를 변호인 의견서로 4차례나 보냈는데, 부당하게도 이를 출석 불응이라고 간주해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전에 이어 오후까지 무용하게 질문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한 수사라고 경찰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심지어 인천 경찰이 체포영장에 적시된 인치(강제 구인)할 장소와는 다른 곳에 감금해 조사를 진행하는 불법도 저질렀다고 했다.

권말선 시인에 대한 탄압은 명백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다. 블로그에 시구(詩句)를 적는 것마저 ‘이적 표현’이라고 금압한다면, 이는 더 많은 이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축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회합·통신 혐의도 부당하다. 문학 작품을 자유롭게 남북한이 교류하면 안 되는 것인가. 문학 작품으로 자신의 사상을 적고 게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상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하는 일이다.

연이은 보안법 탄압

최근 급진적인 반미자주파 활동가들을 겨냥한 보안법 탄압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6~7월 중에 벌어진 일을 정리하면 이렇다.

6월 26일 정예지 반일행동 대표 체포 및 압수수색

7월 1일 〈자주시보〉의 전현직 기자 3인 체포

7월 17일 민중민주당 당사와 한명희 전 대표 압수수색

7월 23일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대표 징역 2년 선고 후 법정 구속

7월 28일 〈사람일보〉 사무실 압수수색

7월 29일 권말선 시인 체포

물론 이 사건들은 윤석열 정부하에서 수사가 시작된 것들이다. 그렇지만 검찰과 보안경찰은 새 정부하에서도 마녀사냥을 지속하며 대공 수사 기관으로서 존재감과 대공 수사의 중요성을 과시하려 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탄압이 지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거지는 것은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겨냥한 것일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서 밀어붙이고 있어, 국내에서 한미동맹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법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부적절하게 타협하게 되면, 이에 대한 비판도 고개를 들 수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급진적인 반미자주파 활동가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감행되고 있는 것이다.

보안법과 지금 벌어지는 보안법 마녀사냥에 반대해야 한다. 이런 탄압이 용인되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국가기구 안팎의 극우들의 기를 살려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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