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해산 시도 정당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올해 1월 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때 이를 몸으로 막아섰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있었다. 그들에 대한 수사가 경찰에서 내란죄 특검으로 넘어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힘을 위헌정당심판으로 해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늘고 있다.
특권형 부패로 얼룩진 정당이고, 몰락하는 소상공인의 당장의 생존을 위한 민생지원금 15만 원조차 반대할 정도로 부자들만을 위한 정당인 데다, 다른 무엇보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후 국힘 지지율은 10퍼센트대로 추락한 뒤 회복 기미가 없다.
국힘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 불참을 유도한 추경호(당시 원내대표), 그리고 나경원 등이 윤석열과 사전에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쿠데타 수괴의 지시에 따라 표결 방해를 기도했을 개연성이 매우 큰 것이다.
그 뒤 윤석열 국회 탄핵소추 표결에도 계속 불참했다. 바로 그때 “국민의힘 정당 해산” 국민동의청원에 순식간에 35만 5,507명이나 동참했다.
그러나 국회 탄핵 뒤에도 국힘 의원 45명은 윤석열 체포를 막는 인간 방패를 자임했다. 국힘 정치인 상당수가 쿠데타 기도와 비호 행위에 관여했다.
대선 기간 국힘 내에서 분란이 일어났지만 그것도 고작해야 윤석열 내각의 총리 한덕수와 장관 김문수 중 누구를 대선 후보로 밀 것이냐 하는 문제를 둘러싼 것이었다. (내란죄 피의자) 한덕수는 트럼프가 선호했고, 김문수는 거리 극우가 선호했다.
극우의 주류화
현재 국힘 당권파인 친윤계는 공식정치 바깥에서 행동하던 ‘윤 어게인’ 극우를 끌어들여 새 당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전한길을 불러 국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줬던 국힘 의원 장동혁은 이번 당대표 선거가 “극우 프레임을 깨부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반자유민주 세력의 싸움”이라고 호도하며, “탄핵에 찬성했던 내부 총질 세력[에]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힘 새 대표는 결국 김문수 아니면 장동혁이 될 듯한데, 누가 되든 쿠데타 지지 극우파가 주류 우파 정당의 중심에 굳건하게 자리잡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극우의 주류화’를 굳히기 위해 국힘과 “윤 어게인” 극우는 미국 극우 인사들의 윤석열 지지 선언을 받아 내는 데 혈안이다. 모스 탄 방한에 이어,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미국에 가서 트럼프 정부 1기 때 백악관에서 일했던 프레드 플라이츠를 만나 윤석열 옹호 발언을 받아 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나경원은 플라이츠의 손을 꼭 붙잡고 경의를 표했다.
미국 고위 인사들의 윤석열 지지 발언은 전통적 친미 국가인 한국에서 극우가 ‘정상적인’ 정치 세력으로 행세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는 정치·경제·안보 등 복합 위기에 대한 극우적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국힘 의원 다수가 쿠데타를 옹호하고 극우화하는 것과 직결돼 있는 것이다.
물론 윤석열이 성마르게 앞서가는 바람에 기업주들은 당황했지만, 그들은 쿠데타를 공개 비난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윤석열 파면·구속 과정에서 국힘은 분열되지 않고 통합을 유지했다.
그렇다고 쿠데타에 협력하지 않은 자들이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볼 수도 없다.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로 칠레 전역을 피로 물들이며 아옌데 민중연합 정부를 전복한 피노체트도 그 직전 실패한 6월 쿠데타에서는 쿠데타 군이 아니라 아옌데의 편에 섰었다. 피노체트는 그저 세력균형을 저울질하고 있었을 뿐이다.
국힘의 장동혁도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는 찬성표를 던졌던 자다. 한동훈, 안철수는 쿠데타 옹호 극우 후보 김문수 지지 운동을 대선 때 열심히 했다.
국힘은 한미·한일 관계뿐 아니라 반노동, 반환경 정책의 청산도 반대하고 있다.
국힘과 협치를 통해 정국을 안정시켜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은 몽상이다. 국힘은 해체당해야 마땅한 쿠데타 동조 극우 정당이다. 이번에 누가 당대표가 되든 극우화 흐름은 역전되지 않을 것이다. 국힘이 해산당하고 그 주요 정치인들은 공론장에서 축출당해야 한다.
그러나 위헌정당심판 청구만 바라볼 수 없다
지난해 12월 7일 국힘의 불참으로 윤석열 탄핵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국회 앞 국힘 당사로 몰려가 “국힘 해체”를 외치며 항의했다. 분노의 투쟁 대상을 명확히 표현하는 구호였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국힘 반대 요구는 위헌정당해산심판을 통한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위헌정당심판은 행정부만이 청구할 수 있다.
위헌정당해산심판론은 쿠데타 저지와 윤석열 탄핵에 앞장선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박근혜, 윤석열을 모두 만장일치로 파면시킨 헌법재판소에 대한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국민적 위기 극복’과 ‘먹사니즘’을 위한 실용 통합 정부를 말하며 좌우를 넘나드는 포퓰리즘적 인사 정책을 펴고 있다.
더군다나 국힘과 극우는 한미 극우 커넥션을 활용해 자신들에 대한 민주당 등의 공격을 가뜩이나 예민한 한미 관계의 마찰 요소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국힘 해산 시도가 정치 양극화를 더 심화시켜 기업인들이 바라는 정치 안정과 안정적 한미관계를 해치고 이재명 정부의 ‘폭넓은’ 포섭 시도를 해칠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볼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서 나온 보완 입법은 이재명 정부가 직접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부담을 덜어 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와 정청래 등이 보완 법안들을 발의했다. 국회도 위헌정당해산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안, 소속 대통령이 내란·외환죄를 저지른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거나 자동으로 위헌정당심판이 청구되도록 하는(의무화) 내용이 그것이다.
이 법안들은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이 국힘 해산 시도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7월 29일 민주당은 의원 징계(제명 포함) 안건을 다루는 국회 윤리특위를 국힘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양보해 국힘에게 사실상 징계 비토권을 제공한 것일 뿐 아니라, 다른 야당 몫조차 무시해 버린 것이다.
이를 합의하고 반색한 국힘 유상범은 윤석열 체포 저지에 나섰던 자로, 특검이 수사하고 국회 윤리특위에서 징계해야 하는 당사자다.
이런 조건하에서 위헌정당해산심판에만 기대는 것은 허망하다. 정부가 심판을 청구해 주길 마냥 기다리다가 시간만 허비하거나, 설사 정부가 청구하더라도(또는 보완 입법으로 청구되더라도) 헌재가 언제 어떻게 심판을 할지 미지수다.
윤석열 탄핵 때도 헌재 판결은 5개월이나 걸렸고, 윤석열을 제외하고 윤석열 일당에 대한 탄핵 건들은 모두 기각됐다. 부담을 피하려고 헌재는 시간을 끌며 열기가 식기를 기다릴 것이다.
따라서 대중적 국힘 반대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인용한 장동혁의 발언을 봐도, 그들은 자신들이 극우로 규정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들이 극우 정치 세력임을 적극 알려야 한다. 극우 정치세력들이 부추기는 반공주의와 외국인 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의 공작에 왜 반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알리고 반대 행동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윤석열 파면 후 열리는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극우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을 폭로하고 반대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선거 심판론’의 약점
한편, 위헌정당심판 청구에 대한 좌파 진영은 입장이 통일돼 있지 않다. 촛불행동이나 민주노총은 헌재를 통한 국힘 해산을 바라는 듯하다. 물론 촛불행동은 지속적으로 반국힘 반우파 집회를 열고 국힘 해체 운동을 하고 있다.
진보당은 헌재를 통한 정당 해산 방식 자체를 반대하고 대신에 선거를 통한 심판을 제안하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 때에 “정당을 강제 해산시키는 제도 자체에 대한 반민주성을 목놓아 외쳤[었다]”며, “처벌을 제대로 하고 국민의힘에게 최저 득표를 안겨서 해체 수준으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당 해산 법안이 행정부가 반대당을 탄압하는 데에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지적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진보당의 전망은 결국 선거 심판론이라는 큰 약점이 있다.
선거 심판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표를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대(민중전선)를 지속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주되게 중도보수층 포섭 방향으로 가고, 약속했던 개혁 입법도 누그러뜨려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우클릭에 대한 비판과 독립적 행동 건설을 회피하도록 만드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
민주당과의 민중전선에 계속 매여 있는 것은 오히려 우파의 기를 살려 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리 같은 급진 좌파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