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보안법 탄압에 입을 꾹 닫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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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반미자주파 활동가들을 겨냥한 보안법 탄압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두 달여 동안에만 9건이나 된다. 정예지 반일행동 대표 체포 및 압수수색, 〈자주시보〉 전현직 기자 3인 체포, 민중민주당 당사와 전현희 전 대표 압수수색, 〈사람일보〉 사무실 압수수색, 권말선 시인 체포, 진보적 탈북민 모임인 통일중매꾼의 동분선 대표 체포 등.
7월 23일에는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하 공동대표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는데, 2심 재판부가 1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늘려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자주시보〉 기자들은 보안법 탄압에 항의해 7월 31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안탄압 분쇄,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8월 8일에는 100여 명이 대통령실 앞에서 ‘공안내란세력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시민대회’를 열었다.

최근 잇따른 보안법 탄압 사건들은 윤석열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윤석열의 보안법 탄압은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쿠데타의 명분을 쌓는 데에 이용됐다.
그런데 윤석열이 파면된 새 정부하에서도 보안법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수장들이 쿠데타 가담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되려 쿠데타에 맞서 싸운 친민주주의 운동의 일부를 (보안법을 이용해)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 서울경찰청장(직무대리)은 계엄 당시 행안부 경찰국장이었던 박현수다. 최상목이 대통령 권한대행일 때 승진했다. 박현수는 계엄 당일 국회 봉쇄를 지휘한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고발돼 있다.
보안경찰과 검찰은 이재명 정부하에서도 보안법 탄압을 지속하며 급진적 표현자유 단속이라는 반민주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더 구체적인 맥락에서는,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한미동맹 ‘현대화’ 요구,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으로 한국에서 반미 정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아래로부터 저항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미리 차단해 보려는 것일 것이다.
민중민주당은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보안법 탄압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9년간 지속해 온 주한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와 정당 연설회를 중단해야 했다.
마녀사냥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과 보안경찰의 보안법 탄압을 모르는 척 보아 넘기고 있다. 〈국방일보〉가 신임 국방부 장관 취임사를 전하면서 ’12.3 내란 사태’ 관련 언급을 뺀 것을 강하게 질책한 것이나, 산재 사망 사건의 기업주들에게 책임을 추궁한 것 등과 대비된다. 8.15 특별사면 대상에도 보안법 수감자는 아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보안법 탄압이 계속되면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 자신의 탄압이 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극우 등 우파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불행히도, 민주노총과, 대선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약했던 정의당은 최근 잇따른 보안법 탄압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진보당은 8월 8일 최근 보안법 탄압을 규탄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시민대회’(대통령실 앞)에 공동 주최로 연명했다.)
보안법 마녀사냥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이런 탄압이 용인되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국가기구 안팎에서 친미·반공을 부르짖는 극우 등 우파 세력의 기를 살려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