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마스가 위해 협조하라며 양보 않는 사용자측, 파업 수위 높이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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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부분 파업 횟수와 시간을 늘리며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여름 휴가 직후인 8월 말부터 네 차례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였다. 9월 4, 5일에는 7시간씩 종일 파업 수준으로 횟수와 시간을 늘렸다.
노조는 이번 주에도 화요일부터 매일 7시간씩 파업을 한다. 9월 12일(금)에는 성남 HD현대 본사에 상경해 HD현대 계열사 노조들과 공동으로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가 파업 수위를 높이는 것은 사용자 측이 지난 7월 임금·단체 협상 잠정 합의안 부결 이후 어떤 제시안도 내지 않고 노동자들의 양보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7월 임금·단체 협상 잠정 합의안을 큰 표차로 부결시켰다. 잠정 합의안이 노동자들의 바람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최근 호황기를 맞아 지난 불황 때 못 올린 임금을 벌충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은 진전된 안을 내놓기는커녕 ‘빈손’으로 교섭에 나오고, 파업을 비난하고, 노조에 ‘회사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절충안’을 마련하라고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 측은 이윤 확보를 위한 사업 확장에는 아주 혈안이다.
지난 8월 중순에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모회사)은 베트남 두산비나 공장을 2,900억 원에 인수했다. 사용자 측은 이곳을 친환경 선박의 ‘독립형 탱크’ 생산 기지로 만들어 동남아시아 생산 거점으로 삼으려고 한다.
8월 말에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싱가포르 투자 법인 설립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 해군력 강화를 위한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려는 시도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중 간 군사적 경쟁 격화에 일조하는 위험천만한 일인데도 말이다.
또, 두 조선소 합병은 격화하는 글로벌 조선업 경쟁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얼마 전, 주요 경쟁 상대인 중국과 일본의 각국 내 조선소들이 합병해 규모를 키운 바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합병이 중복 사업 부문에서 희망퇴직 같은 고용 불안이나 강제 전환 배치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에서 각각 군함 건조를 담당하는 특수선 사업부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HD현대미포와 합병 발표 이후 사용자 측에 고용 안정 협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강제 전환 배치와 같은 일은 없을 거라면서도 협약서 작성을 극구 거부하고 있다. 협약서가 있어도 무시하기 일쑤인데, 그조차 거부하는 사용자 측을 믿을 수 있을까?
노동자들이 역대급 실적에도 양보와 희생을 요구받고, 고용 안정 보장도 하지 않는 사용자 측에 분노해 파업 강도를 높이는 것은 정당하다.
그동안 파업에 나선 HD현대 조선소 노동자 수백 명은 공장 내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물류의 흐름을 막아 생산에 일부 차질을 일으켰다.
친사용자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핵심 산업에서 파업이 벌어지자 노동자 투쟁이 고무될까 봐 신경질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지난주에는 현대자동차 노조도 파업을 벌여, 9년 만에 두 노조가 동시에 파업하기도 했다.
친사용자 언론들의 반응은 이번 파업이 사용자 측을 물러서게 할 경우 다른 부문의 노동자 투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연대를 보내자.
마스가 프로젝트 반대해야 한다
보수 언론과 사용자들은 현대중공업 노동자 파업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준다고 공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은 소식지 ‘더 야드’ 8월 27일 자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고 “회사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절충”하자고 파업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군의 해군력 증강을 도와서 미·중 간 경쟁을 격화시키고 전쟁 위험을 키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만약 노동자들의 파업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차질을 준다면 이는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공격에 “마스가 프로젝트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수세적 대응의 바탕에는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조선업의 경쟁력을 앞세우면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제시키고,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는 논리에 취약해진다.
설령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것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긴장을 키울 마스가 프로젝트를 옹호할 수는 없다.
제국주의 전쟁의 위험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을 서로 분열시키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