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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이렇게 생각한다 미국 ICE 습격으로 한국인 노동자들 구금:
트럼프의 인종차별을 비난해야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를 지지해선 안 된다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습격한 것은 무도한 인종차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무장한 요원들이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채 굴비 엮듯 쇠사슬로 옭아매 끌고 갔다. 적법한 비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습격의 대상이 됐다.

이번 습격으로 약 450명이 연행돼 단일 일터에서 최대 규모의 연행자 수를 기록했다. 그전에도 ICE는 잇따라 노동자들의 일터를 습격해 왔는데, 올해 상반기에 조지아주에서만 4,000여 명이, 이웃한 플로리다주에서는 최소 1만 명이 연행됐다.

트럼프는 신축 공장에서 ‘미국인’들을 더 고용하라고 시사하며 여전히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출처 ICE 웹페이지

이번 습격은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 미국 권력층 일각에서 여겨져, 한국·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미국 내 기업 활동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는 우려”(〈워싱턴 포스트〉), “미국에 거점을 둔 일본 등 외국계 기업들도 경계심을 높일 것”(〈닛케이〉) 등.

특히 〈뉴욕 타임스〉는 이번 습격이 “트럼프의 두 핵심 의제인 미국 제조업 부양과 강도 높은 이민자 단속 사이에 잠재돼 있던 충돌 지점을 드러내 보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제조업 부양은 중국과의 경쟁에 대응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의 일환이고(‘마스가’ 사례에서 보듯 이는 군사적 경쟁과도 연결돼 있다), 한국 등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은 그 비용을 동맹국들도 나눠 지라는 요구다. 그 대미 투자가 만약 불안정해진다면 그것은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극우 인종차별(특히 이민자 공격)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지켜야 하는 행정부 수반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극우 운동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도자이기도 하다. 마가는 미국 사회의 위기와 그로 인한 서민들의 울분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는 국수주의적 의제를 대표한다. “우리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빼앗아간다”며 이번 단속을 부추긴 마가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바로 그 의제를 밀어붙인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숙청 혹은 혁명” 발언에서 그랬듯이) 미국 제국주의의 핵심 이해관계를 크게 거스르지 않는 한에서 극우 어젠다를 연결시킨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습격 직후에는 ICE를 두둔했지만 이내 태도를 바꿔 문제가 원만히 처리되도록 직접 신경 쓰겠다고 했다. 우방국의 대미 투자에 불안 요소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신축될 배터리 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아닌 ‘미국인’들을 더 고용하라고 시사하며 인종차별적 이민 통제 의제도 올렸다.

한국 지배계급으로서는 관세 대폭 인상 압박에 직면해 미국 내에 공장을 지을 생각이 있지만, 그 이윤을 상당 부분 또는 심지어 대부분 미국 측이 가져갈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던 터에 ‘미국의 일자리는 미국인에게’ 하는 식의 압박까지 들어오니 더욱 난처한 상황일 것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정치적으로 더 직접적인 문제다. 미국 내와 한국 내에 있는 한국인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필요한 한국 정부에게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이주노동자 정책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지배계급에게도 곤란한 문제이니만큼 국힘이 이재명 정부를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비난하는 것은 데마고기일 뿐이고 오래갈 성격의 비난이 못 될 것이다.

이번 습격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자국민 수백 명이 야만적인 구금 시설에 부당하게 감금돼 있는 상황에서 권익 보호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경계할 부분이 있다: 투자 수익 배분, 고용 등에서 트럼프가 내놓는 요구들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이윤을 최대한 확보하게 하려고 정부가 부심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대통령실은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선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 지속”을 우려했다. 외교부 장관 조현은 미국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한미 양국 사이에는 대규모 경제 협력과 투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국제주의자는 한국 정부와 한국 자본가들이 난관을 헤쳐 나아가기 위해 한국 노동계급에게 짐을 지우려 할 것이라는 점을 들춰내야 한다. 좌파 민족주의처럼 이번 사건이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한국 제조업을 강탈하는 수순”이라고 봐 “국익을 지키는” 자주 외교를 촉구하는 것(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은 한국 정부와 한국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556호 ‘트럼프에 대항해 한국 자본주의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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