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자 기고:
미·중 간 경쟁 격화에 일조할 마스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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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HD현대중공업 노동자다. 무더운 여름에 비 오듯 땀 흘리며 일하는 도중에 한·미 조선업 협력(‘마스가’ 프로젝트)에 관한 소식이 들려 왔다.
HD현대중공업 주가가 상승했고 여러 언론들도 마스가를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대미 관세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15퍼센트로 합의하는 데 마스가 프로젝트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소식은 긍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한국 조선업 기업들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협력하고자 얼마 전 HD미포조선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HD미포조선의 도크 크기가 미국 군함을 건조·수리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미국에 HD현대중공업의 생산 공장도 만들 것이라고 한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군함 신규 건조에 관심이 큰 것 같다. 구축함 외 병력 수송선 등 여러 군함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효과로 특수선 분야 수익이 대폭 늘어날 것이고, 나아가 전 세계 군함을 건조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커져 가는 것 같다. 물론 일각에서는 ‘초강대국 미국의 압력에 맞서기 어려우니 실리를 찾는 것이 좋다’, ‘향후 불황기를 대비하려면 필요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미국 조선업 성장이 한국에 나쁘다’, ‘기술력 유출이 걱정된다’, ‘무리한 사업 확장은 불황기가 올 때 불리하고 결국 노동자만 피해 본다’는 식의 반대 의견이 많다.
노동조합도 국내 조선업 경쟁력 약화와 국내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반대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분명 미국 해군력 증강을 돕는 일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해군을 투입하며 군사적 위협을 키우고 있다. 8월 29일에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을 앞두고 대만을 방문했다.
나날이 고조되는 미중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다면 필시 대규모 해군이 동원될 것이다. 그럴 때 미국 군함 건조와 수리를 담당하는 한국의 조선소는 안전할까? 아무런 책임 없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대거 희생될 수 있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실리로 포장할 수는 없다. 당장 전쟁이 안 난다고 해도 미중 갈등에 휩싸이게 하는 일을 어찌 실리로 합리화할 수 있겠는가.
마스가는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굴복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를 ‘국익’으로 포장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다. 이 점은 현대중공업 사측의 발표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국익”이 곧 노동자들의 이익인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기 때 현대중공업은 불황기에 대비하자면서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불황기가 닥쳤을 때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노동자 수만 명이 피눈물을 흘리며 조선소를 떠나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조선업은 또다시 호황이다. 하지만 불황기 때 못 올린 임금을 보상받기를 원하는 노동자들의 염원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자 측은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경쟁력 논리와 국내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사용자 측이 발표한 마스가 프로젝트 협력이 가져올 장밋빛 전망이 어느 정도 현실화된다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력 논리는 사측이 발표한 중국·일본과 “규모의 경쟁”을 하려면 노동자들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취약하다.
또한 경쟁력 논리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경쟁심을 강화시키는 깊은 수렁으로 노동자들을 이끌고 갈 수 있다. 이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등 조선 업종 노조들은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가 한국인 고용과 숙련 인력 육성을 저해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식의 매우 문제적인 주장을 해 온 바 있다.
우리 노동자들은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에서 자기 사용자, 자국을 편드는 것으로는 이득을 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국제적 단결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현대중공업 사용자 측은 우리의 임금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조선소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중국 조선소 노동자들의 임금이 점점 인상되자, 이제는 중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근거로 써먹지 못하게 됐다. 결국 중국 조선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한국 조선소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계급의 장기적·전체적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지의 노동자들을 서로 분열시킬 마스가 프로젝트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