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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갈수록 전망이 어두워지는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

8일 여야정 회동은 정청래의 ‘전광석화’ 개혁에 제동이 걸렸음을 보여 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3자 회동 전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따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정청래의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속도 조절을 설득한 듯하다.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던 정청래가 장동혁과 손을 맞잡도록 한 것이 협치의 상징적 조처였다면, ‘민생경제협의체’ 설치는 그 협치의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민생경제협의체’에서 민생이란 기업의 사업 활동을 뜻하는 코드로, 향후 국내외 자본가들의 관심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에 국힘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극우의 주류화”의 재가동으로, 국힘의 대선 패배로 잠시 주춤했던 과정이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가 “숙청과 혁명” 운운하며 날린 견제구로 다시 재개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이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한 5일(현지 시각 4일) 여야정 회동 계획이 발표된 것도 여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조지아주의 극우 정치인이 고발하고 트럼프 정부가 여러 달에 걸쳐 기획한 이 사건은 바이든 정부의 ‘치적’을 깎아내리고, ‘미국 일자리는 미국인에게’ 같은 극우적 어젠다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 회동 직후 트럼프는 중국 내 삼성·SK 반도체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을 금지했던 조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회동 직전에는 미국 내 한국인 공장에 ‘미국인 인력 훈련을 위한’ 한국인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 보여 준 것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핵심 이해관계를 해치는 않는 틀(한미일 동맹) 내에서 한국 내 극우(국힘)을 활용해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정 회동에서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국력’과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현 정부가 미국 트럼프가 주도하는 제국주의 질서의 논리와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기조 하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 한 듯하다.

장동혁이 당대표 선거 때의 과격한 극우 이미지를 감추고 온화한 언사와 표정으로 회담에 응한 것도 이런 기회를 활용하고자 함일 것이다.

이는 윤석열을 탄핵시킨 대중의 염원이 정부와 민주당을 통해서는 ‘사회대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임을 힐끗 보여 준다. 그러기는커녕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중도 정치세력이 지지층에 실망과 환멸을 자아냄으로써 윤석열의 잔당들 같은 극우들이 다시 활개를 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극우 국힘과의 협치 강조는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인 쿠데타 세력 숙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의 동요를 보며 쿠데타 세력의 저항도 거세지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사소한 개선을 사회대개혁이라고 포장하는 게 아니라면 쿠데타 세력 일소와 숙정, 이를 통한 민주주의의 확장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사회대개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온전히 특검에 맡겨두고 있는데, 특검 수사가 부진해지자 특검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화합과 협치, 대화를 강조하려고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직접 손을 쓰기를 주저하고 동요하는 한 특검 기한 연장만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수록 극우는 국내외에서 힘을 얻어 반격을 강화할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 비해 좀 더 강경한 언사를 써오긴 했지만 검찰 내 쿠데타 세력 일소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애당초 처벌을 최소화해야 한다던 측근 정성호를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을 때 그 방향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청래의 주도로 민주당은 5일에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지만, 발표 한 시간 만에 취소하고 7일 고위당정협의를 거쳐 8일에서야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의총 결과를 뒤집지는 않았지만 유예기간을 1년이나 뒀다. 그 전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중도층’ 포섭을 한다며 재개정 가능성도 있다.

정성호는 “검찰 개혁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하고, “검찰도 반성하고 있다”며 두둔한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검찰” 운운하며 저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설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고, 위헌 결정 가능성은 커 보인다. 정성호는 검찰 개혁을 가로막는 ‘5적’을 폭로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공개 비판했고,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에서 조롱과 적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희대, 지귀연 등 사법부 내 쿠데타 지지·동조·방조 세력에 대한 수사와 처벌도 요원하다. 쿠데타의 밤에 쿠데타에 협조하기 위해 열려던 회의는 누가 주도했는지는 아직도 수사되지 않고 있고, 윤석열을 풀어 준 바 있는 지귀연은 여전히 해당 재판을 주관하고 있다. 윤석열의 재판 불출석으로 여론이 나빠지자 지귀연은 12월에 심의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윤석열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재판을 질질 끌겠다는 얘기다. 조그만 사정 변경이라도 생기면 그 시점 전후로 윤석열은 석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란재판부 설치에 대법원이 공개 반발하자 민주당 원내대표 김병기는 또 속도조절론을 펴는가 하면, 대안을 내라며 절충(타협)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12일 법원장회의를 열겠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겠다고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관해서도 대통령실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양도세 관련 세법 개정안도 이견이 해결되지 않아 계속 지연되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민주당은 배임죄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기업 달래기 조처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약속한 사회대개혁의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 특히 그중에 선출되지 않은 자들과 그 시스템이 얼마나 공고한지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 자신이 바로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을 전제로 삼음으로써 개혁을 미루고 동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위기와 세계적 지위 하락을 만회하려는 트럼프의 서방 제국주의 질서 개편 시도는 다른 서방·친서방 국가들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이에 호응하며 내란 청산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하물며 이재명 정부에 ‘사회대개혁’을 기대하기는 갈수록 난망한 일이 되고 있다. 해결의 주체는 투쟁하는 노동계급(노동조합으로 환원되지 않는)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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