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홈플러스 공기업화해 노동자 일자리 보호하라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이하 MBK)에게 고용을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집회와 농성 등을 이어 왔다.

그러나 MBK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8월에 홈플러스 점포 15곳을 추가로 폐점하겠다고 했고, 9월 3일에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던 점포 10곳의 폐점 시기를 연내로 당기겠다고 밝혔다. 전국 홈플러스 점포의 10퍼센트 이상을 폐점하겠다는 것이다(현재 120여 곳).

이로 인해 노동자 1만여 명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홈플러스노조에 따르면, 점포 한 곳이 폐점하면 점포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 등을 포함해 평균 1,0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는다.

안수영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9월 1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15개 점포 폐점 발표 이후 노동자들은 불안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불과 4일 만에 옮겨 갈 점포를 결정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집과 가까운 점포가 아닌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곳으로만 이동하라는 강요에 절반 이상이 퇴직을 결심하고 있습니다. MBK는 말로는 고용 보장을 약속하지만,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는 이미 권고사직을 통지하고 있다.

MBK는 법원에 제출한 회생 계획안에서 점포를 무려 40개나 폐점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 5월 1일 ‘홈플러스 지키기 국민대회’ ⓒ이미진

그러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회사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대부분 여성인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받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MBK 회장 김병주의 자산은 2015년 8,100억 원에서 2025년 14조 원으로 급증했다.

MBK가 이처럼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 부를 쌓고 ‘먹튀’할 수 있는 데에는 역대 정부와 금융 당국, 법원 등 국가기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10년 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국민연금이 6,000억 원을 투자하며 MBK를 도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정책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현재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이 점포 매각을 막을 권한이 있지만 법원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홈플러스노조는 8월 11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을 하며 이번 사태에 정부의 개입을 촉구해 왔다. 홈플러스가 새로운 기업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가 나서 달라고 요구해 온 것이다.

농성 한 달여 만인 9월 11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농성장을 방문해 “선량한 인수자를 통한 M&A를 위해 정부가 나서겠다”며 관련 부처와 당사자들의 TF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선뜻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시간을 끌수록 노동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텐데 말이다. 누군가 인수 의사를 밝히더라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점포 폐점과 노동자 해고, 임금 삭감 공격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정부가 홈플러스를 MBK에서 무상 몰수해 공기업화하는 것이다. 또한 추가로 드러나는 부채는 MBK가 책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기업화는 부도기업에서 노동자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안으로 노동 운동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부도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고 생활 수준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능력이 있다.

따라서 이런 요구를 걸고 투쟁한다면 대안 부재로 실의에 빠질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 해고에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역대 정부가 홈플러스 사태에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의무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화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 위기 시기에 파산하는 기업을 공기업화 하는 일은 적잖이 벌어져 왔다.

문제는 과거 정부가 부도 기업 공기업화를 할 때 노동자 일자리 보호가 아니라 시장의 이윤 보호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화 한 기업에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해 수익성을 높인 뒤 다시 기업에 되파는 일들이 벌어졌다.

진정으로 일자리를 지키려면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노동자 투쟁을 전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연대를 구축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9월 16일 일부 내용을 추가해 수정했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