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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위기, 왜 무상 공기업화를 요구해야 하는가?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노동조합 지도부가 11월 4일 다시 용산 대통령실 앞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문제 해결을 재차 촉구하려는 것이다.

마트노조와 홈플러스지부는 올해 초부터 가을까지 155일 동안 소유주인 MBK 본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었다.

여당이 회생 기간 내 해결을 약속했지만 가망은 점점 줄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2조 원이 넘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능력이 전혀 없는 기업들이었다. 그중 하나는 매출액 3억 원짜리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MBK가 한 짓을 되풀이하려는 것이다. MBK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홈플러스의 수익을 차입 자금을 갚는 데, 즉 (자신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써 버렸다.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기업 사냥 패턴이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그들이 제공하던 유통과 판매 서비스가 어떻게 되든 말든 개의치 않는 것이다.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의 주 이용객은 노동자들이다.

금융권 대기업인 NH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다는 설도 제기됐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무상 공기업화의 실현 가능성은 노동자들의 연대에 달려 있다 ⓒ출처 마트산업노동조합

매각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MBK는 점포 매각,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만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노동계는 애초 사모펀드인 MBK가 투자 차익 회수만 노리는 기업 사냥 경영으로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MBK가 책임지고 고용을 온전히 보장하라’는 것은 정당한 요구다.

그러나 노동계와 좌파 정당들은 그것을 강제할 주장과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 대신 농협의 인수를 선호하는 듯하다. 그 사이에 점포 폐쇄가 늘고 그만두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손실의 사회화

기업 가치로만 2조~3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홈플러스를 민간 기업이 인수하든, 정부가 인수하든 MBK에게 값을 쳐주고 사는 방식은 난점이 있다.

MBK가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의 인수든, 부실을 인수자가 떠안으면 경영 위기에 따른 고통을 노동자들도 분담해야 한다는 압력을 거부하기가 어려워진다.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이든 정부 재정 사용이든 ‘유상’ 공기업화는 MBK가 초래한 경영 손실을 메꾸는 데 세금을 사용한다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공황 직후 여러 선진국들은 금융회사들을 구원하고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결국 정부 재정이 위기에 빠지자, 복지를 급격히 삭감하는 긴축 재정을 시행했다. 바로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로 전형적인 경제 위기 고통 전가였다.

자본의 손실을 사회화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보장하는 대안은 MBK와 투자자들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공기업화 방식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무상(몰수) 공기업화’다.

정치적 투쟁

물론 오늘날 공기업은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에 민감하다.

예컨대 한국전력공사는 이윤을 내기 위해 어떡해서든 전기 요금을 올리려고 한다. 한전의 손실은 순전히 초기 투자 비용 때문이고, 그 인프라로 혜택을 본 기업들로부터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해결해야 마땅한 문제인데 말이다.

서울교통공사도 적자를 핑계로 노인 무료 요금을 폐지하려고 정치권과 주류 언론에 끊임없이 로비를 한다.

공기업들이 수익성 논리에 매달리는 것은, 금융시장의 압박을 받기도 하거니와 정부 자체가 공기업을 수익성에 기초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 연쇄 효과로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도 수익성에 기초한 성과주의로 평가된다.

따라서 공기업화 요구를 제기하는 이유는 국유 기업 형태가 사기업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다.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을 인수하면서도 고용을 보장할 만한 돈을 댈 경제 주체가 국가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가와 공기업의 책임을 제기해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라고 싸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요구는 기업주들의 고통 전가에 맞서는 것인데다, 분명하게 시장주의 논리에 도전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한 기업의 고용 보장 투쟁을 노동자 계급 일반의 이익과 연결시키는 정치적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무상 공기업화로 고용과 영업을 유지한다면, 홈플러스가 이마트나 쿠팡 등과의 시장 경쟁에 충실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상품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상 공기업화 요구의 실현 가능성은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연대 투쟁 여부에 달려 있다. 거꾸로 이런 정치적 투쟁은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는 것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지금 같은 시기에 투쟁을 정치화하는 것, 즉 연대를 확대하고 부문의 투쟁을 노동계급 전체의 투쟁으로 만드는 것은 노동자 운동의 활력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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