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정치적 해결”을 위해서는 기층 투쟁이 동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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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 코앞인데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로 한숨 쉬고 있다. 12월 임금은 두 차례 나누어 지급하더니, 1월 임금은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2월 12일에야 1월 임금을 절반만 주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임금 체불은 크나큰 고통이다.
“대학 2학년이 된 늦둥이 아들의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내야 하는데 급여 연체라는 말을 듣고 가족 모두가 놀랐습니다. 차곡차곡 모아 둔 적금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미래가 두려워 마음 한편이 시립니다.”(전인순 월곡점 직원, 마트노조 뉴스에서 인용)
전국에서 2만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임금을 체불당한 바람에 임금 체불 노동자 생계비 대출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이 2월 7일에 동났다. 한 해 예산이 한 달여 만에 소진된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인수·합병이 이뤄질 때까지 점포 폐점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사실상 파기됐다. 현재까지 17곳의 폐점이 확정됐고, 지난해 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41곳이 더 폐점될 예정이다. 노동자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래 수조 원을 챙기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MBK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노동자들이 비판했듯 “노동자 희생을 통해 채권자 배불리기” 계획일 뿐이다. 앞으로도 알짜 매장들을 팔아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수익을 챙기려 한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시작한 이후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선량한 인수자”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도록 정부가 개입해 달라고 촉구해 왔다. 이를 위해 집회, 단식, 농성 등으로 정치권을 압박해 왔다.
2월 9일에는 청와대 앞 ‘홈플러스 살리기 3차 국민대회’에 1,000여 명이 모여, MBK의 먹튀 행각 중단과 정부의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민간 기업의 일이라며 노동자 요구를 외면해 왔다. 최근 대형 마트 새벽 배송을 허용하겠다고 하는 등 기업주 편들기에는 거리낌없이 나서면서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직고용된 노동자만 2만 명, 간접 고용까지 따지면 10만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처한 위기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마땅히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게다가 역대 정부들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도록 도왔고, ‘먹튀’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책임도 있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안
이런 상황은 “정치적 해결”을 위해서는 기층 투쟁이 동원돼야 함을 보여 준다. 파업, 점거 등으로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최근 대량 해고에 맞선 GM세종물류센터 노동자 투쟁은 생산에 타격을 주는 파업이 사용자 측을 물러서게 하고 정부를 움직이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 줬다.
지금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면 정부가 홈플러스를 인수해 고용과 노동조건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날 공기업도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에 민감하다. 과거에 정부가 부도 기업을 공기업화할 때 노동자 일자리 보호가 아니라 시장의 이윤 보호를 우선하며 노동자에게는 구조조정을 강요한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공기업화 요구를 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 수개월간 확인했듯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을 인수하고 고용을 보장할 능력이 있는 것이 국가뿐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공기업의 책임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자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는 데도 유리하다.
그 방식은 MBK에 값을 지불하는 사는 것이 아니라 무상 몰수여야 한다. MBK가 수년간 수조 원을 빼돌리고도 경영 부실을 책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 공기업화는 MBK가 초래한 경영 손실을 메꾸는 데에 세금을 쓴다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무상 공기업화 요구는 기업주들의 고통 전가에 맞서는 것인 데다, 시장 논리에 도전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한 기업에서의 고용 보장 투쟁을 노동자 계급 일반의 이익과 연결시킬 정치적 요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상 공기업화 요구의 실현 가능성은 파업 등 노동자들의 힘을 발휘하는 투쟁과 대대적인 연대 투쟁이 일어나는 것에 달려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재명 정부의 기업 우선 정책 속에 노동자들이 뒷전에 놓인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노동자 홀대에 대한 불만이 자라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더 강력한 투쟁으로 구심을 형성하면 연대가 커지며 투쟁이 정치적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