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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공기업화는 비현실적 요구인가?

쌍용차 재매각이 다가오면서 부도기업 공기업화 대안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공기업화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얘기한다.

진보정당들은 부도·파산기업 공기업화를 의제로 올려놓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중앙위원회에서 부도·파산기업 공기업화 요구를 부결시킨 바 있고,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도 최근 “국유화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급진 좌파들도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활동가들은 쌍용차 공기업화 요구가 “홍보 논리”일 뿐이라거나 “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이미 수많은 국가들이 경제에 개입해 주요 은행들을 국유화하거나 기업주들을 구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이에 대한 분노가 확대되면서, 저항에 나선 그리스 등의 노동자들은 일자리와 사회복지 확충, 금융통제를 위한 국가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자본주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혁주의자들은 공기업화가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 교리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 요구를 부담스러워 하는 듯하다.

소유

그러나 한국에서도 도로·철도·전력·상수도 등 여전히 많은 산업이 국가 소유라는 점을 볼 때, 공기업화가 꼭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제2차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대대적인 공기업화 정책은 특별한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전후에 경제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공기업화를 채택했다(이것은 이른바 “완전 고용”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애틀리 정부는 파산 직전에 놓인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했다. 그것 말고는 잇따른 파산 위기에서 영국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와 지배자들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삶을 지키려는 공기업화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하고 강력한 대중행동과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위로부터의 개혁과 제도 개선에 치중하는 개혁주의자들은 대중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공기업화 요구를 부담스러워 한다.

한편, 급진 좌파의 일부는 자본주의 국가가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기업화에 부정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기업을 누가 소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쌍용차 같은 부도기업에선 불가피하게 소유권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하에서 사기업이든 국가든 다 똑같다’며 이 문제를 회피하면 결국 구조조정을 낳을 제3자 매각 시도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국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한 부분이며, 결코 시장에 대항하는 세력이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는 적어도 사회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게다가 부분적으로는 국민의 여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래로부터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한국 정부는 실제로 이런 압력과 반발에 밀려 철도·발전·가스 등의 민영화 계획을 10년 가까이 미뤄 왔다.

최근엔 정부에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지난해 철도 파업이 광범한 민영화 반대 여론 속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은 것이나 보편적 복지 요구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공기업화’가 자본주의 현실에 안주하는 개혁주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1930년대 중반에 트로츠키는 노동계급의 즉각적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을 이을 ‘이행기 요구들’을 정식화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개혁적 조처들을 획득하기 위한 ‘최소 강령’과 미래의 사회주의의 약속을 담은 ‘최대 강령’ 사이의 격차를 극복할 가교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경제 위기 시기에 행동강령으로서 ‘부도기업 공기업화’ 요구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제기된 것이다. 공기업화가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자리에 대한 대규모 국가 투자는 자본주의 수익성 논리에 도전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필요한 거대한 투쟁은 사회 변혁을 위한 투쟁의 가능성을 넓힐 것이다.

운동발전의 동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종파주의자들은 이런 가교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트로츠키는 그 한계를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꼬집었다.

“종파주의의 정치적 무기력은 마치 그림자처럼 기회주의의 무기력을 보충한다. 그리고 전혀 혁명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 … [이들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대중투쟁을 통한 공기업화 쟁취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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