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동욱 교사 1주기 추모 집회:
특수교육 과밀학급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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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처벌, 인력과 예산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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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은 죽음에 비해 그리도 가볍게 다뤄지는지, 어째서 살아 있는 너의 과밀학급이 떠난 너의 과밀학급과 다르게 취급되는지…”
10월 25일(토) 서울 광통교 인근에서 교사 1000여 명이 모여 지난 해 10월 24일 생을 달리한 고(故) 김동욱 교사 1주기를 추모하고 특수교육 정상화와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이 집회는 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교직원노조, 전국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특수교사노조가 공동 주최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보고서와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의 순직 인정 결정은 고인의 죽음이 인천시교육청의 특수교육법 27조(학급설치기준)위반으로 인한 과밀학급에서의 과중한 업무 수행으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세세하게 살피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자체적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추모와 분노를 담아 검은 복장을 한 참가자들은 “책임자를 처벌하라!”, “특수교육 정상화하라!” 손팻말을 들고 한 목소리로 고인의 죽음이 교육당국의 잘못된 행정에 의한 것임을 비판했다.
연단에 올라온 현장 교사들의 발언 역시 교육당국의 무책임과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현장 교사 발언을 한 인천 학익고 정소영 교사는 “교사 정원을 확보하지 않고 교사의 헌신을 강요하는 문제, 각종 행정업무를 교사에게 짐 지워 교사가 본연의 임무인 교육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문제, 교사의 절규를 가볍게 묵살하는 교육행정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할 문제” 라며 열악한 특수교육의 현장과 일반교육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꼬집었다.
고인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서제하 교사는 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며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 만들기”, “부당한 처분에 침묵하지 않기”, “희생에 대한 강요에 순응하지 않기”를 다짐했다.
충남 탕정미래초의 우혜련 교사는 “(특수교사는) 전문성을 가진 교육자이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이며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과밀학급을 방치하지 말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즉각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인천동부특수교육지원센터 김성희 교사는 언론을 통해 고인의 죽음이 보도된 이후 교육청이 “허겁지겁 과밀학급 지원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은 것을 비판하며 “책임자 중징계”, “과중한 행정업무 경감할 제도적 대책 마련”, “교사 정원 확충 및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특수학교와 학급 신증설”을 요구했다.
인천 청인학교 최영수 교장을 통해 유가족(어머니)의 편지가 전달됐다.
고인의 어머니는 “행정이 중요한 만큼, 아이들이 중요한 만큼, 교사도 중요하다”며 인천교육청을 질책했다. “앞으로 추석은 엄마에게 아픔이야.” 다시 볼 수 없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함께해 주지 못한 미안함이 편지 곳곳에 절절하게 묻어나 교사들이 눈물을 흘렸다.
연대 발언에 나선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권일 소장은 장애 당사자로서, “특수교사는 (장애인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해 준 첫 번째 사회적 동료”이며 특수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 복지가 아니라 인권, 자립을 위한 출발선”이라고 그 중요성을 말했다. 또한 고인의 죽음은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교육 제도의 붕괴”이고 명백한 “참사”라며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집회 참가 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관련 책임자 중징계를 통해 특수교육법을 위반한 교육행정기관의 책무성 강화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특수교육법 준수 및 중도중복장애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통해 학생의 교육권 보장, ▲교원의 과중한 행정업무 실질적 경감을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 ▲특수교육법 전면 개정을 통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충, 중도중복장애학생 배치 학급에 특수교사 추가 배치를 요구했다.
책임자 처벌과 특수교사 정원 확충 및 학급 증설 등 특수교육 정상화 과제를 해결할 때만이 또 다른 김동욱 교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추모와 분노가 투쟁으로 이어져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