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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특수교사의 비극적 죽음:
특수교육 개선 않는 교육 당국에 책임 있다

지난 10월 24일 인천의 초등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던 A 특수교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의 동료 특수교사로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비극은 예고된 것이었다.

A 교사가 근무한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1개로, 특수학급에 학생 8명이 배치되고, 일반학급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 6명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A 교사는 주당 29시간 수업(월~금 모든 시간 수업)을 담당했다. 생전에 동료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그가 과도한 업무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음이 폭로됐다. A 교사는 여러 차례 교육청에 “살려달라”며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질적인 지원은 전혀 없었다.

11월 5일 낮부터 모인 교사 300여 명이 인천시교육청 로비에서 연좌하고 성토대회를 열었다 ⓒ조수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 4명당 교사 1명을 배치하도록 돼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최대 6명까지 학생을 배치하고 6명을 초과하면 학급을 증설하도록 돼 있다.

인천남부교육지원청은 2024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6명으로 줄었다는 이유로 학급 1개를 줄였다. 하지만 2024년 3월과 8월 각각 1명씩 전학을 와 한 학급에 8명이 배치됐다.

추정 인원만을 근거로 1~2년 유예도 없이 무리하게 학급을 줄이더니, 불과 몇 개월 만에 법정 정원을 초과했지만 학급은 증설되지 않았다. 학급을 없애는 데에는 빛의 속도이더니 학급 증설은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교육지원청은 ‘지원청’ 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한시적 기간제교사라도 배치해 달라는 A 교사의 요청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천 지역에 특수 과밀 학급이 여럿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지원 인력 3명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지원 인력은 전문 인력이 아니다. 특수학급 수업을 할 수도, 관련 행정업무를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지원 인력 배치와 관리를 위한 행정업무만 늘어날 뿐이다.

일반학교의 특수교사는 특수학급 수업 외에도 전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통합교육을 위한 교육적 지원과 관련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작은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 매 학기 1회 이상 학생별 개별화교육지원팀회의를 소집하고 관련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며 학생 개인별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일반학급 배치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진행된다. 학생, 교직원, 보호자 대상 장애 인식 개선 교육, 통합학급 수업 지원, 행동 지원, 지원인력 채용·관리·급여, 사회복무요원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A 교사는 교사 두세 명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를 혼자서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A 교사의 빈 자리를 발령대기 중이던 신규 교사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발령대기 중인 교사가 있었다면 학급 인원이 초과됐을 때 학급 증설과 신규 발령 조치를 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랬다면 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엄청난 노동강도

한편, 일각에서 보호자의 과도한 민원이나 학생의 장애 정도가 A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라고 지적하는 듯하다.

이런 입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인 교육 당국의 책임을 흐리는 것이다.

학급이 증설되고 특수교사가 추가로 배치됐다면, 그리고 중증·중복 장애 학생에 대한 전문적인 행동 지원이 있었다면, A 교사의 어려움들은 경감될 수 있었다. 특수교사들의 엄청난 노동강도는 학생들의 장애 정도나 보호자들의 요구 때문이 아니다. 교육 당국이 제대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력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정원을 줄여 왔다. 그러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24년 기준 11만 5610명으로 2020년의 9만 5000여 명보다 21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런데도 내년 특수교사 신규 선발 인원은 733명으로 올해 756명보다 23명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용인 ㄱ초등학교 특수학급의 녹음기 사건 이후 정부는 특수교사 증원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필요에 비추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수교사 정원을 시급히 대폭 늘리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특수학급 교사의 행정 업무를 감축해야 한다. 또, 장애 학생의 어려운 행동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장애 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해지고, 특수교사의 어려움도 해소될 수 있다.

11월 5일 전교조 인천지부를 비롯한 인천 지역의 교원노조와 교사단체들은 도성훈 인천교육감 면담과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평일 낮인데도 수도권 교사 300여 명이 참가해 팻말 시위를 하고, 면담이 진행되는 3시간가량 로비에서 연좌하며 성토대회를 열었다. 이곳저곳에서 눈물 흘리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전교조는 11월 11일 교육부와의 면담을 위해, 고인의 순직 인정, 특수학급 교사 법정 정원 준수, 특수학급 증설 기준 준수 등을 요구하는 긴급 교사 서명을 1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서명하러 가기)

더불어 전교조 인천지부, 인천교사노동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인천교총은 11월 8일(금) 저녁 6시 인천교육청 정문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