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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왜 민주당뿐 아니라 국힘에서도 내로남불이 난무하는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국힘도 내로남불이다 ⓒ출처 국민의힘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 아파트 대박 김병기, 주식 대박 민중기”

국민의힘(국힘) 회의실 걸개 문구다. 민주당 원내 대표 김병기와 민중기 특검이 각각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비상장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힘이 여권을 향해 내로남불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정말이지, 국힘이 부동산 보유를 가지고 뭐라 말할 처지는 전혀 못 된다. 국힘 의원 32명이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민주당은 17명). 또, 국힘 의원의 아파트 평균가액은 11억 5,200만 원으로 민주당 6억 원의 두 배 가깝다.

이렇게 켕기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국힘은 오히려 내로남불 책략을 부린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는 바로 그 일을 남이 하면 비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둘 다 같은 행동을 하는데 용어를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충성

민주당과 국힘은 정책이 마치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양 사사건건 충돌한다. 몇몇 민주당의 ‘개혁파’ 의원들은 사회운동의 온건한 지도자들과 연계를 맺고 있고 일부 쟁점(가령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반대)에서는 국힘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 지배계급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들(경제와 안보)에서 두 당은 오십보백보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재벌 개혁을 주장하지만(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선본은 그나마 이와 관련된 정책을 아예 뺐다), 여당이 되면 국힘과 마찬가지로 삼성·현대·SK 등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애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 때처럼 기업에 대한 국감 증인 신청을 마구잡이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미 무역 협상 등을 고려해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말이다.

안보 정책도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미디어가 그 대립을 증폭시키지만) 두 당 모두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를 지지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은 “중국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말함으로써 미국 제국주의를 지지함을 확실히 했다.

이것은 정당의 ‘다원성’이 자본주의 국가의 계급적 본질을 바꾸지 못함을 보여 준다.(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좌파 정부가 등장해도 마찬가지다.) 의회 내 경쟁은 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의 경쟁일 뿐이다. 국힘과 민주당은 돌아가며 정부를 구성하면서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충실하게 표현하려 한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당이 어느 계급에 충성하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민주당의 주 지지층이 아무래도 상층 20퍼센트에 많이 있다 보니 민주당이 요즘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란 말 잘 안 해요. … 분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에 예를 들면 언론 개혁, 검찰 개혁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전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분배와 상관없는 이슈를 중심으로 정당이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 난 상속세 어떻게 내지? 월급 웬만큼 받고 지분이 있는데 그럼 주식 투자 어떻게 하지? 이런 데로 가 있는 거잖아요.”(유튜브 ‘송채경화의 공덕포차’, 2025년 10월 7일 자)

그래서 여당이 바뀌어도 국가의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고, 경쟁하는 주류 양당은 정치적으로 수렴한다. 이런 정치적 수렴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본질적으로 자본가 계급의 민주주의임을 보여 준다. 결국 민주당과 국힘은 누가 기존 시스템의 수혜자가 될지를 두고 경쟁할 뿐이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가 등장해도 “사회대개혁”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류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다시 증대하고 있다. 그럴수록 주류 정치인들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더한층 위선적이 된다(더 내로남불 한다).

주류 정치인들의 이런 위선은 친자본주의 정치의 본질적 요소다.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적 성격을 감춰야 하기 때문이다. 친자본주의 정당들은 실은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표현하려 하면서도, “국민 전체”를 위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덕적 연극을 한다. 이런 모순은 필연적으로 체계적인 거짓말을 낳는다.

이런 이데올로기적 정당화는 체제 유지 노력의 핵심 요소다. 지배계급이 물리적 강제력뿐 아니라 문화, 교육,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가치와 세계관을 사회 전체의 ‘상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두고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헤게모니’라고 불렀다.

즉, 지배계급의 전체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피지배계급의 종속을 강제하는 억압적 기제(경찰, 감옥, 법원, 군대 등)가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피지배계급을 체제 내부로 통합해 그들의 저항이 체제 자체와 충돌하기 전에 무력화시키는 기제(정당, 학교, 노동조합, 교회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억압적 기능과 이데올로기적 기능은 서로를 보완한다.

지배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국익”(국민적 이익)으로 위장할 동기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주류 정치인들의 위선은 불가피한 관행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내로남불 정치는 주류 정치인들의 인격적 결함의 문제가 아니라(물론 그들은 대부분 비윤리적인 정치인들이다) 계급 기만의 필연적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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