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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트럼프에 이어 올림픽위원회(IOC) 트랜스젠더 배제 추진: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권리를 지지해야 한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트랜스젠더 선수가 올림픽 여성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스포츠 참가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트랜스젠더 이슈에서 가장 뜨겁게 논란이 돼 왔다.

그 논란을 이끈 사람 하나는 단연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올해 초 취임하자마자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가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미국 이민국은 트랜스젠더 선수의 미국 비자를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배제는 극우가 벌이는 젠더 공격의 일환이다

극우의 먹잇감

올림픽만이 아니다. 올해 8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는 트랜스여성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의 기록을 삭제했다. 미국 정부는 펜실베니아 대학교가 리아 토머스를 출전시킨 것이 미국 교육법에서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 조항을 어긴 것이라며 연방 지원금 중단을 압박했다. 성차별 금지 조항이 트랜스젠더 차별 조항으로 둔갑한 것이다!

심지어 플로리다, 미시시피, 아이오와, 몬타나 주 등지의 초중고등학교 수준에서도 트랜스젠더가 여성부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률이 2020년 이후 줄줄이 만들어졌다.

스포츠 일반에서 이와 같이 트랜스젠더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일은 극우가 벌이는 젠더 공격의 일환임을 알아야 한다. 극우는 이 체제의 근본적 불평등을 은폐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 트랜스젠더를 희생양 삼는다. 트랜스젠더는 미국 인구의 1~2퍼센트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 한해 동안에만 트랜스젠더 적대적 법안이 1000건 이상 발의됐다.

극우의 트랜스젠더 공격은 “여성 선수들의 권리 보호,” “여성을 위한 공정성,” “여성 안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트럼프 등 극우야말로 여성들을 실질적 위험에 빠뜨린 자들이다. 존스홉킨스대의 한 연구는 2022년 미국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일부 주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한 결과 원치 않거나 안전하지 못한 임신이 늘고 영아사망률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알려진 트랜스젠더 선수가 거의 없고(2023년 트랜스 여성인 나화린 사이클 선수가 강원도민체전에 출전하며 처음 드러났다) 출전 금지와 같은 실질적 공격이 (아직) 벌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극우의 주장은 어디에서나 대동소이하다. 극우는 여성 차별 개선 요구와 정책을 “남성 역차별”이라더니, 이제 스포츠 참여 등 트랜스젠더 권리를 인정하면 “여성 역차별”(올해 서울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에 등장했던 팻말)이 일어난다고 기망하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스포츠를 위협하나?

그런데 극우와 달리 여성 해방을 진정으로 바라는 페미니스트의 일부도 트랜스젠더 권리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2021년 서울시 보궐선거 후보였던 여성의당 김진아 씨도 당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를 비난하는 입장에 섰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때에도 엑스(트위터)에서 많은 여성들이 여자 복싱 경기에서 우승한 알제리 출신의 이마네 켈리프더러 “남자가 금메달을 훔쳐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켈리프는 출생 때부터 여성으로 등록됐고 줄곧 복싱 여자부에 출전해 왔다.)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여성 스포츠의 공정성 위협”한다고 비난한다. 이것은 극우가 “여성 인권” 운운하며 트랜스젠더를 공격하는 것이 더 잘 먹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는 수십 년 동안 여성 스포츠에서 활동해 왔고, 언제나 우위를 누렸던 것도 아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트렌스젠더가 겪는 혹심한 차별과 성전환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그들이 올림픽 같은 엘리트 스포츠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전하게 되더라도 적대적인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야 할 때가 많다.

반면, (위에서 언급된)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는 전미대학체육협회 경기 등에서 연속 우승했다. 하지만 그도 언제나 1등만 한 것은 아니다. 한 경기에서 리아 토마스는 2등을 38초 격차로 이겼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것은 세계적인 미국 여성 수영 선수 케이티 러데키의 세계 기록과 비교하면 55초나 느린 것이었다.

공정한 경쟁?

스포츠는 대체로 신체적 운동 능력을 겨루는 것이고, 평균적으로 남성과 여성 선수 사이에 신체적 능력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여성 일반이 여성으로 태어난 선수 일반보다 생물학적으로 유리하다는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또, 스포츠 종목마다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운동 능력의 요소(협응력, 민첩성, 심폐 지구력 등)가 다양하기 때문에 몇 가지 테스트로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체급을 나눠 선수의 노력을 더 공정히 평가하고자 하는 스포츠도 있다.

그럼에도 명확한 것은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의 체격 조건과 운동 능력이 천차만별이듯이 트랜스젠더 사이에서도 그렇다는 점이다. 선수 중에는 이례적으로 키가 큰 사람, 남다르게 긴 팔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 때문에 경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독 트랜스젠더의 생물학적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 스포츠의 공정성을 시비하는 것은 차별이다.

애초에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 참가국 총 203개 중에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5개 국가가 전체 메달의 38퍼센트를 가져갔다. 아무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국가가 절반 이상이다.

즉, 스포츠에 투자가 얼마나 이뤄지고, 체계적인 스포츠 시스템과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느냐 여부가 엘리트 스포츠에서 우승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다.

트랜스젠더를 스포츠에서 배제하기 위한 ‘자격 검증’은 여성 선수들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 스포츠 경기에서 두드러진 기량을 보여 주거나 외모가 ‘충분히 여성스럽지 않’으면 그 선수는 공격과 의심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유색인종 여성들이 그 대상이 돼 왔다.

트랜스젠더가 여성 스포츠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여성 차별 개선은커녕 스포츠에서의 다른 불평등 문제를 가리는 효과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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