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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세력화 평가와 과제’ 토론회: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문제로 여전히 갈등하는 진보정당들

11월 25일에 민주노총 창립 30주년 기획 토론회들 중 하나인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개최됐다.

애초에 민주노총은 이 토론회에 다양한 정치 세력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청취해 민주노총이 다시 정치세력화의 중심 구실을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듯하다.

지난 총선에서 진보당이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 선거 연합 정당에 참여한 후,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정치방침을 어긴 진보당 징계 문제가 민주노총 내에서 논란이 돼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측은 민주당(그리고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도 열어 둬야 한다는 입장부터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다양한 세력을 토론회에 참여시키려 한 듯했다.(예컨대 토론자 중 하나인 전지윤 씨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조국혁신당 지지 입장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토론회는 시작 전에 삐걱거렸다. 토론회 전날 정의당이 토론회 불참 입장을 결정하고 불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 입장문에서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정당을 비판하는 한편, 민주노총 집행부가 대의원대회 결정 사안도 어긴 점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채택한 정치방침에 따라 지난 총선과 대선을 엄정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면 토론회는 “원론적이고 일회적인 공론장”에 그칠 것이라며 말이다.

주발제자의 하나인 안혜영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민주노총 출범 후 30년간 정치 세력화 과정을 정리해 발표했다. 안혜영 실장은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문제로 진보정당들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반복됐고 이에 따라 민주노총도 선거 방침 실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 번째 주발제자인 손우정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민주노총이 추구하는 진보대연합이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당장 진척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취지의 발제를 했다. 따라서 현재처럼 진보대연합을 출발점으로 삼으려고 할 게 아니라 목표점으로 삼고, 그전에 다양한 프로젝트와 기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연구위원의 입장은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에 긍정적인 듯했다. 2008년 촛불 투쟁 이후 민주당이 진보세력의 의제(예를 들어 무상급식)들을 받아들이면서 “대중 정치는 솔직히 민주당에 착근되어 있다”고 평가하면서, “민주당을 적대하는 것이 민주당에 착근되어 있는 대중까지도 적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비슷한 취지에서 손 연구위원은 진보 세력의 ‘노동 중심성’의 약화도 요구했다. 아직까지 진보정당들은 “노동을 중심으로 응집해서 이것을 키워 나가자는 전략”인데 이는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며, “노동으로는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비노동과의 새로운 연계나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온 진보당 김창년 공동대표는 대체로 손우정 연구위원의 발표를 지지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문제에 대해 딱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 중심의 단결된 진보 정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다른 주요 토론자인 노동당 김성봉 부대표, 녹색당 이상현 공동대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방침·선거방침을 실행하지 않는 민주노총 집행부를 비판했다.

노동당 김성봉 부대표는 “진보적 의제를 중심이 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더 많이 당선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 목적이 돼 버렸다,” “민주노총의 일관성 없는 정치 전략” 등의 비판을 했는데, 이는 민주당과 선거 연합 정당을 만든 진보당뿐 아니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결정도 실행하지 않는 민주노총 집행부를 비판한 것이다.

녹색당 이상현 공동대표는 좀더 직설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 2020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민주당과의 연합 정당 논의에 참여했을 때(최종 불참함)는 민주노총이 녹색당을 지지 정당에서 제외해 놓고는, 2024년 총선에서 진보당이 연합 정당에 참여했을 때는 진보당 지지 철회를 하지 않고 총선 방침을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말이다.

이상현 공동대표는 민주당 쪽으로 기운 “대중 정치 지형”에 개입해야 한다는 손우정 연구위원의 주장도 반박했다. 진보 정치의 대중적 기반이 취약해진 이유가 독자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더 힘을 쏟지 않고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 야권 연대 형태로 개입해 왔던 게 원인”이라며 말이다.

토론을 이끈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토론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향후 진보 정치에 있어 도약할 수 있는 계기 또는 발판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아쉽게도 이 토론회에서는 지지부진한 쿠데타 세력 척결 문제나 본격적으로 친기업·친미 행보에 나선 이재명 정부에 맞선 투쟁 등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그래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대중 투쟁 건설 문제와 별 관계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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