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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좌파 정당들의 ‘연합정치’

여권이 분열하는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개혁 염원층은 현재 크게 미동이 없다. 좌파는 존재감도 약해 매력적 선택지가 못 되고 있다.

최근 ‘이준석 신당’은 여권의 분열과 위기를 틈타 윤석열에게 실망한 젊은 보수를 이삭 줍기 하는 데에 비교적 성과를 보는 듯하다. 이준석은 정당 없이 대통령이 된 프랑스 마크롱을 흉내낸답시고 노인 무료 승차 폐지 등을 내놨다. 자신이 우파의 어젠다를 단호하게 추진하면서 보수 부동표도 흡수할 수 있는 정치인임을 어필하려는 것이다.

민주당 친문 탈당파,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 등 윤석열보다는 덜 오른쪽이지만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자리잡으려는 세력들이 모두 이준석 신당과 연합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주류 양당의 당대표, 총리, 재벌 기업 임원 등 온갖 특권을 누리던 구태의연한 인물들이 자기 당들의 이름을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어쩌고 한다. 그러면서 원칙도 없이 연합 협상을 벌인다. 꼴불견이다.

이 당들에 ‘제3지대’ 운운하던 정의당 전현직 의원들이 들어갔다. 정의당의 전통적인 선거 중시 노선과 실용주의의 한 귀결이다. 정의당 이름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1월 14일 정의당 제12차 정기당대회 ⓒ출처 정의당

진보대연합

지난 총선 정당비례투표에서 9.8퍼센트까지 득표했던 정의당이 올해 총선에선 2~3석이 최대치라는 예상이 많다. 진보·좌파의 정치적 존재감이 매우 낮은 때인 것이다.

대부분 “연합 정치”를 말한다. 정의당을 빼고는, 비례 1석을 얻는 데 필요한 최소치인 정당 득표율 3퍼센트 넘기가 혼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합 정치는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 대안을 제시하고 노동계급을 투쟁 속에서 단결시키는 정치는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연합 정치”는 결국 실용주의적 당선 중시 노선의 표현이다.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연합 정치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 핵심 지도자인 심상정 의원은 최근 새 저서 《심상정, 우공의 길》에서 여전히 ‘연합 정치’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윤석열의 등장은 “민주당이 (오만하게) 연합 정치를 거부한 것에 있었다”고 비판한다.

정의당은 자기 당을 진보당·녹색당·노동당에게 선거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제공하겠다며, 연합 협상을 추진해 왔다.

정의당을 선거연합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방안은 참신하긴 하다. 그러나 의석은 적어도 노동운동 기반이 더 큰 진보당(이나 정의당보다 좌파적인 노동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다.

정의당은 1월 14일 당대회에서 녹색당과의 임시 합당 방침을 승인했다. 정의당은 새 당명(“녹색정의당”)과 당 조직 개편안을 22일부터 시작된 당원 총투표에 부친다.

녹색당 측에선 “녹색정의당” 방안이 당원 총투표를 통과했다.

두 당은 불평등과 기후 위기 극복을 주요 방향으로 내세우고 지역구와 정당비례 후보를 공동으로 낸다.

두 당의 연합은 민주당과의 연합에 목매지 않는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급진 개혁 강령으로 뭉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의석 확보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연합이다. 두 당 모두 노동계급의 자체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루는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진보당은 정의당의 선거연합 제안을 거절하고 민주당을 포함한 “반윤석열 최대진보연합”을 제안했다. 물론 공개적인 반향은 없다. 안보 위기 국면에서 민주당은 지배계급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당의 제안은 민주당을 지지 정당에서 배제한 민주노총의 총선 방침과도 맞지 않다. 총선 방침을 제출한 양경수 집행부 다수가 친진보당 성향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이런 제안은 정의당과 노동당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국 노동계의 두 대표적 정치 조직인 정의당과 진보당은 연합 정치를 말하면서도 서로를 배제했다.

민주당 부속

그런데 진보당과 비슷한 방안을 1월 15일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이 제안했다. 연동형 비례제 적용을 전제로 ‘반윤 개혁 최대 연합’을 지향하는 수평적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민주당·정의당·진보당 같은 세 정당들, 그리고 조국 전 장관 ... [등에게] 드리는 제안”(용혜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이다.

민주당이 참여하면 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안일 수밖에 없다. 이 안을 제안한 정당들은 비례 1~2석 유지·확보가 목표인 당들이다. 민주당이 지난번 총선처럼 이 당들을 비례 앞 순번에 배치하는 방안도 어렵지 않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면, 조직상의 독립은 무슨 실질적 의미가 있을까?

개혁 염원 대중 다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개혁 염원을 투영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민주당의 개혁은 명시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개혁이다. 22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경쟁적으로 삼성전자 사장 출신,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 영입을 각각 발표했다.

민주당의 이런 ‘부르주아적’ 성격 때문에 좌파 정당의 민주당을 통한 출마나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가 선거에서는 득이 되더라도 좌파적 개혁이나 반제국주의를 위한 기층 운동을 건설하는 일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비례연합 개혁 신당을 제안한 당들이 촛불행동 주최의 윤석열 퇴진 집회를 지지하며 꾸준히 참석해 왔지만, 좌파적 대중 투쟁 건설에 진지한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오히려 민주당의 성격 때문에, 민주당과의 전략적 선거 공조를 추진하는 것은 복합 위기에서 대중의 삶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진정한 개혁을 실제로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주는 징표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좌파 정당들은 개혁 염원 대중과 결합해 좌파적 대중 투쟁을 기층에서 키우고 조직하는 일을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킨다’며 부차적으로 취급해 왔다. 좌파가 개혁 염원 대중에게 기대를 적잖이 잃고 존재감 부진을 심화시킨 이유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각종 ‘연합 정치’ 제안들은 이를 만회할 해법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