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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구간 허리끊기 한 경찰:
이재명 정부의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에 부합하려는 것이다

경찰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도심 행진을 잇따라 제한했다. 서울경찰청은 11월에 명동길 행진을 금지한 데 이어, 12월에는 인사동길 행진마저 금지했다.

팔연사는 이 행진 제한 통고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이를 기각하고 경찰 측의 손을 들어 줬다. 팔연사는 12월 13일 경찰과 법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 변호단’도 비판 입장을 냈다. “자의적 판단으로 인사동 길을 행진금지장소로 만든 법원의 이번 결정을 엄중히 규탄한다.” 특히 민변은 “행진장소의 자유로운 선택은 집회의 자유의 한 실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3헌바322 결정)”에도 반하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평화적인 팔연사 행진은 박수 치며 환호하는 내·외국인들을 허리 끊긴 구간에서 매주 만날 수 있었다 ⓒ유병규

팔연사는 지난 2년 동안 명동길, 인사동길을 행진했다. 이 행진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돼 왔다. 그런데 경찰은 느닷없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법원에 극우들의 혐중 집회를 근거로 제출했다. 마치 팔연사 집회가 비슷한 문제라도 있다는 인상을 풍긴 것이다.

그러나 팔연사 집회는 중국인 관광객을 모욕하고 위협하는 극우 집회와는 조금치도 닮은 데가 없다.

팔연사 행진은 평화적이고 개방적으로 진행됐다. 행진에 대한 지지도 컸다. 대열을 향해 박수 치고, 때로 눈물을 흘리면서 환호를 보내는 내외국인들을 매주 만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행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실로 국제적인 운동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팔연사 행진은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인종학살에 대한 분노,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모으는 구실을 해 왔다.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팔연사의 시위와 행진 영상을 보면서 자신들이 결코 고립되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명동길과 인사동길은 팔연사의 이런 도심 행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로다. 경찰은 두 곳의 행진을 금지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확대를 견제하려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유지·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F-35 스텔스 전투기 부품을 공급해 왔다. 또, 지난 10월 정부 주요 부처들이 주최하는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25)는 이스라엘의 군수 기업들을 초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해 축사까지 했다.

지난달 한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또 다른 식민 지배 구상에 불과한 트럼프의 ‘가자 평화 구상’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니 이재명 정부로서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못마땅했을 법하다.

민주적 권리 공격

경찰의 행진 제한 조처는 비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경찰은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을 야금야금 확대해 왔다.

처음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위들(특히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의 친서방 제국주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서울 명동 극우 집회를 “깽판”이라고 비판하고 관련 조처를 명령했다. 그러자 10월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혐중 시위’를 이유로 경찰에 집회·시위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그 뒤 경찰청은 “외국·외국인보호”를 위해 “혐오 집회·시위를 금지,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신고 단계에서부터 위험도를 따지고 집회·행진 제한과 잔여집회 금지 등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집단 마찰 우려,” “공공안녕질서 위협”을 근거로 댔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팔연사의 행진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롯이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아펙 경주 정상회의는 정부에게 집회 단속의 명분을 줬다. 아펙 기간 경주 회담장 인근에서는 극우들의 혐중 집회뿐 아니라 트럼프 반대 시위도 제한됐다. 같은 때 트럼프의 이스라엘 인종학살 지원에 항의하려던 팔연사의 미국 대사관 앞 행진도 가로막혔다.

최근에는 청와대 앞 집회도 제약하려 하고 있다. 여당 주도로, 대통령 집무실 100미터 인근의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악안이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이를 두고 “집회의 자유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집시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를 좌절시킨 지 1년이 된 지난 12월 3일에 “민주주의 수호를 기념하고자 이날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오히려 민주적 권리를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는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불러일으켜 지지를 모으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집회와 시위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핵심적인 권리로, 이를 가로막으려는 것은 정치적 억압을 강화하는 비민주적 처사다.

민주적 권리 축소 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단결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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