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서울 집회와 행진:
“다채롭고 국제적인 시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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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행진 제약한 서울경찰청 규탄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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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휴전’ 중에도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2025년의 마지막 서울 집회가 열렸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이 113번째로 주최한 이번 집회를 시작하며 사회자는 다음과 같이 연대를 호소했다.
“저희는 지난 2년간 점령 중단, 학살 종식을 염원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했고,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과 시위가 전 세계에 물결치기를 바라며 거리와 대학, 일터에서 분투해 왔습니다.
“뿌리부터 폭력이 아로새겨진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은 완전히 정당하고, 더욱 크고 강해져야 합니다. 세계적 ‘인티파다,’ 즉 저항과 항쟁이 더 필요합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그 국제적 운동의 일부로서 팔연사가 지난 2년 넘게 해 온 명동길·인사동길 행진을 제약하는 경찰을 힘주어 규탄했다. “명동길 행진 막지 마라!”
사회자는 이재명 정부가 이스라엘과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경찰이 팔연사 행진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폭로하고, 올해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이 갈 길을 보여 줬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이재명 정부 등 여러 나라 정부들의 군비 증강 등 군국주의 강화를 비판했다.
“여러 나라에서 군국주의 강화로 복지와 노동자 임금, 민주적 권리가 공격받을 것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친제국주의 행보를 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맞서, 군비 증강이 아니라 복지에 돈을 쓰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보인 모범을 따라 한국에서도 전쟁이 아닌 생명의 길을 열도록 투쟁합시다!”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보건·의료인들이 팔레스타인 병원에 보낼 의료비를 모금하고, 한국의 난민 신청자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리며 연대를 지속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대 운동 공격 규탄
이날 집회는 각국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탄압도 규탄했다. 팔레스타인-아일랜드계 영국인 엠마 씨는 영국 노동당 정부가 “영국 안팎에서 식민 점령자를 편들며 저항을 억압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엠마 씨는 영국에서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액션’ 소속 활동가 여덟 명의 단식 투쟁 소식을 전했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팔레스타인 액션’에 대한 금지 지정[테러 단체로 지정]을 해제하고,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 무기 기업인 엘빗 시스템스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지키려 할 뿐 자국민의 생명이 위험해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드니 총기 살해 사건을 이용해 ‘인티파다’라는 단어가 유대인 혐오적이라고 범죄시하려 합니다!”
엠마 씨는 탄압이 강해질수록 우리의 저항도 강해져야 한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엠마 씨의 선창에 따라 “인티파다 인티파다, 알란나하 인티파다(우리는 저항을 선포할 것이다)!” 구호를 외쳤다.
서울경찰청을 향해 행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와, 연대 행진을 제약한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잇달아 외치며 행진에 나섰다.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보장하라!”
서울경찰청 앞에 도착한 대열은 짧은 규탄 행동을 벌였다. 구호 선창자는 “안전을 명분으로 행인들과 집회 참가자들을 갈라 놓고, 이제는 행진의 자유마저 침해하는 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규탄했다.
이후 행진은 경찰청 앞에서 경복궁역을 거쳐 광화문길로 이어졌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다운 다운 트럼프”를 외치자 많은 관광객·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휴대 전화로 촬영하거나, 구호에 맞춰 주먹을 흔들거나, 두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려 연대를 표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대열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지나 을지로와 명동으로 행진했다.
명동역 앞에서 정리 집회를 할 때에도 많은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연설을 경청했다. 이런 자연스런 교감은 지난 2년 동안 팔연사 집회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팔연사 활동가는 “올해의 마지막인 오늘 행진으로 내년의 결의를 다지자”고 연설했다.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는 정부의 탄압에 맞서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그 정부들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행진은 그 국제 운동의 일부이고, 인종학살과 인종차별을 일삼는 이스라엘에 맞서는 호혜롭고 정의로운 행진입니다!”
관광차 한국에 왔다가 집회에 참가한 영국 전쟁저지연합 활동가 테이그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메시지가 매우 담대하고, 중요한 문제들에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진은 환상적이었는데, 영국 시위보다도 다채롭고 국제적이라고 느꼈어요. 조직자들의 에너지와 꼼꼼함도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 느낀 바를 영국에 돌아가서 활동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팔연사의 다음 서울 집회는 1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1월 17일에는 이태원에서 ‘팔레스타인 문화 연대의 날’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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