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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국제법과 국제 재판소는 트럼프를 막을 수 없다

1월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그 대통령 마두로를 납치해 구금하자 세계 곳곳에서 분노가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내세워 온 국제법조차 트럼프가 대놓고 무시하자, 한국의 일부 좌파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통해 트럼프를 제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보당은 1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입니다. 진보당은 이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묻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고자 합니다.” 진보당은 또 다른 성명에서 “국제 사회 공동 대응으로 국제법과 주권 불가침 원칙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 기구들과 국제법은 주요 강대국들이 합의하는 사안에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부여할 뿐 독자적인 힘이 없다 ⓒ출처 ICC

그러나 국제법이나 국제 재판소 같은 국제 기구들을 활용해 트럼프를 억제하자는 요구는 무망한 것이다.

국제법이나 국제 재판소들은 그 자체로 국가들을 강제할 힘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힘을 가진 것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강대국들뿐이다. 타국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강대국들이 국제법, 국제기구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주요 강대국들이 합의하는 사안에 대해서 국제 기구들과 국제법은 강대국들의 이익 추구를 정당화해 주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부여한다. 주류 언론들이 보도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여론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주요 강대국들이 분열돼 있으면 국제 기구들은 마비되고 국제법은 유명무실해진다. 국제 기구들이 미국이 벌이는 전쟁범죄 앞에서 언제나 무력해지는 이유이다.

특히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미국이 아예 인정하고 있지 않아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다. ICC는 인종학살, 전쟁 범죄 등을 관할하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된 국제 재판소인데, 미국은 자국의 대외 정책이 제약당하는 것을 원치 않아 ICC의 설립 자체를 반대했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중국·이스라엘 등도 ICC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ICC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등에서 벌어진 범죄의 조사에 들어가자, 2020년에 트럼프 정부는 ICC에 대한 제재를 선언했다. 그후 바이든 정부는 제재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미국 측 전쟁범죄 수사는 반대했다. 그래서 ICC는 조사나 기소를 전혀 진행할 수 없었다.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2025년 2월 ICC 판사와 검사 등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키고,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등 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미국이 국제법을 거부한 역사는 최근만이 아니다. ICC 설립 전에도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처리하기 위해 유엔 산하에 설립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ICJ도 무시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미국이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 좌파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우익 반군(콘트라)을 지원한 것에 대해 ICJ가 유죄 선고를 내리자 레이건 정부는 ICJ를 거부했다.

유엔의 진정한 실세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이다. 미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옛 소련)·영국·프랑스·중국이다. 이 다섯 개 상임이사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조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요 강대국들은 필요하다면 유엔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목표를 추구해 왔다. 미국은 베트남, 캄보디아, 그레나다, 파나마 등을 침공했다. 구 소련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침공했다.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야만적인 전쟁을 벌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자신의 옛 식민지들에서 혹독한 탄압과 고문 같은 야만적인 짓을 서슴지 않았고, 독재 정부를 지원하며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했다. 중국은 티베트인과 동투르키스탄인(위구르인) 등 자결권을 요구하는 소수 민족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물론 개발도상국이나 빈국들 다수가 유엔 회원국이 되면서 유엔이나 국제 재판소 등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ICJ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인종학살 범죄를 벌이고 있다는 남아공의 요청을 인정해) 2024년 이스라엘에 라파흐 공격 중단을 “명령”한 것과 ICC가 네타냐후 등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이는 분명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 제국주의가 겪은 커다란 이데올로기적 패배였다.

그러나 ICJ나 ICC 모두 자신들의 판결을 집행할 수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강대국들(소위 “국제 사회”의 핵심)이 중동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을 제어할 의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트럼프는 국제법이 안중에 없다고 스스로 공언하고 있다. 1월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그 효능을 발휘하는 국제법이나 국제 기구들을 이용하려는 것은 무망한 일에 괜스레 애를 쓰는 일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제국주의적 침략에 반대하려면 보통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국제기구에 기대(환상)를 걸지 않고 제국주의에 맞서 독자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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