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포식성 헤게모니’, 한계를 드러내다
〈노동자 연대〉 구독
도널드 트럼프의 문제는 그가 SNS에 쌍욕이 담긴 글을 올린다는 것이 아니다. 저질스럽고 인종차별적인 무뢰한인 그에게 지구상 모든 이의 생사여탈권이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4월 1일 그가 한 이란 전쟁 연설을 보라. 트럼프는 이란인들을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3,000년 된 문명에 대한 저질스런 모욕이라는 점은 일단 논외로 하자. 그가 사용한 이 표현의 유래는 무엇인가?
1965년 미군 장성 커티스 르메이는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에 있는 미국 괴뢰 정권과의 전투를 중단하지 않으면 폭격으로 북베트남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썼다. 공군 참모총장 재직 중 르메이는 여러 차례 소련과 핵전쟁을 벌이려 했다.
1968년 대선에서 르메이는 인종분리주의자였던 조지 월리스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그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승리했다. 그러나 4년 후 닉슨은 르메이의 슬로건과 크게 다르지 않게 행동했다.
북베트남에 미국의 종전 조건을 강요하기 위해 닉슨은 B-52 폭격기 수백 대를 동원해 베트남의 발전소·공장·병원·창고·철도·학교 등 민간 시설을 파괴했다. 지금 트럼프가 이란에 가하고 있는 위협과 정확히 같았다.
하지만 북베트남은 닉슨이 요구하는 타협을 거부했다. 베트남에서 빠져나오는 문제가 절박해진 닉슨이 북베트남과 결국 합의한 내용은 앞서 미국과 북베트남이 합의했지만 그 자신이 깼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합의 얼마 후인 1975년 4월 북베트남 군대는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을 장악했다.
역사상 가장 강대한 제국이 단호한 민족주의 운동에 패배한 것이다. 바로 그 제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에서 비슷한 운동에 또다시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의 허풍과 달리 이란에서 정권 교체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표적 살인을 벌인 결과, 그들을 상대로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결의가 더 굳은 사람들이 세력을 더 단단히 구축하게 됐다.
이란 지배자들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수단이 있다. 첫째, 직접 생산한 다량의 고성능 미사일과 드론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무기들을 제거하는 데에 실패했다.
둘째, 세계경제의 주요 길목 중 하나인 호르무즈해협을 옥죄는 능력이다. 이란이 후자를 무기로 사용하리라는 점은 명백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하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냈던 벤 로즈는 자신이 참여했던 모든 전쟁 모의 훈련에서 “이란은 언제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고 4월 6일 BBC 라디오에서 말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이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4월 1일 연설에서 트럼프는 호르무즈해협이 “우리에게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미국 동맹들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 해협에 가서 그냥 차지하면 되는 일”이라면서 말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퇴위 선언이었다. 국제관계론 교과서들에는 로버트 길핀이 쓴 다음 문장과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다. “헤게모니 국가는 안보·재산권 보호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헤게모니란 군사적·경제적 패권국이 모종의 보호비를 갈취해 자신보다 약한 국가들이 순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대부〉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려면 보호가 실제로 제공돼야 한다.
핵심 “공공재” 중 하나는 국제 무역의 해로가 막히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이 책임을 영국한테서 가져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막판에 이란이 걸프만에서 유조선들을 향해 공격 수위를 높이자 미 국방부가 개입해서 전쟁의 판세가 이란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국제관계론 학자 스티븐 월트가 말한 트럼프의 “포식성 헤게모니” 하에서 미국은 이 책임을 포기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력·군사력 상의 세력 균형 변화를 반영한다. 만약 “그냥 차지하면 될 일”이었다면 미국이 진즉 했을 것이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는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요구하는 태세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미국의 오랜 동맹들은 더는 그를 믿지 않는다. 언론은 트럼프가 나토가 참전하지 않는 데에 격분했다고 보도한다.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유럽연합 내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조차 이란 전쟁을 반대하고 이스라엘 제재를 지지했다. 세계 패권이 정말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