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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포럼 ‘전쟁, 혼돈의 세계, 저항’:
가자에서 이란, 동아시아까지 — 제국주의 위기와 좌파의 과제를 토론하다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포럼 ‘전쟁, 혼돈의 세계, 저항’이 5월 16일 서울 을지로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포럼은 미국이 이란에서 ‘세계사적 패배’를 겪고 제국주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제국주의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에서 미국·이스라엘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온 재한 이란인과 팔레스타인인이 발제자로 나섰다.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도 온라인으로 발제하고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참가자 구성도 다양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울산, 대구, 제천, 원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가 모였다. 다양한 국적의 이주 배경 참가자도 많았다. 주최 측이 제공한 통역 덕분에 언어 장벽 없이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활동가들과 광고를 보고 찾아온 시민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재한 이란인, 한국인이 발제자로 나선 첫 번째 토론 세션 ‘가자에서 이란까지: 미국·이스라엘의 전쟁과 저항’ ⓒ이미진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가자에서 이란까지: 미국·이스라엘의 전쟁과 저항’이었다. 발제자 중 한 명인 재한 이란인 소니아 씨가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해, 그가 보내온 발제문을 이예송 통역사가 대독했다.

소니아 씨의 발제는 “왜 이란인들은 미국 정부와 정책을 싫어할까요?” 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미국이 1953년 이란 쿠데타와 레자 팔레비 독재를 지원하고,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하고, 47년간 이란에 경제 제재를 가한 역사를 짚으며 소니아 씨는 반문했다. “한 나라의 민중이 민주주의와 독립, 주권을 위해 싸울 때마다 외세가 개입해 그들의 정치 운동을 가로챈다면 그 나라 사람들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소니아 씨는 지난해 말 이란 대중 항쟁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 외신에 의해 납치됐다고 개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지하는 팔레비 지지자들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는 인종학살을 끝내려면 네타냐후와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패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저항과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트럼프의 가자지구 ‘평화 이사회’가 지닌 위선을 신랄하게 폭로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절멸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저항은 정치적 선호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의 조건입니다. 점령, 봉쇄, 학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요청이 아닙니다.”

김지윤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지금의 전쟁이 세계적·지역적 패권 경쟁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하며 이재명 정부의 친미·친이스라엘 행보를 비판했다. 이어 해방의 열쇠로 중동 민중 항쟁과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 등 노동자 투쟁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김지윤 운영위원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공동간사도 맡고 있다.

청중 토론에서는 대학 캠퍼스와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2년 반 전과 비교해 사람들이 더 진지하고 실천적인 문제 의식을 갖게 됐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정서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세션 ‘동아시아는 다음 전장이 될 것인가?’에서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지금 벌어지는 주요 전쟁들이 미·중 경쟁을 배경으로 하며, 아시아가 그 대결의 직접적인 각축장임을 지적했다. 특히 대만이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시아는 다음 전장이 될 것인가?’를 주제로 두 번째 토론 세션에서 발제 중인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이미진

김하영 운영위원은 진보 진영 내 대안으로 거론되는 남북 관계 개선론, 자주 국방론, 진영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인류는 정말이지 재앙 앞에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세계 열강의 증대하는 분열을 이용해서 반제국주의 운동을 확대하고 국제적 경쟁 시스템 자체에 도전해야 합니다.”

청중 토론에서도 중요한 기여가 잇따랐다. 최일붕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반전 운동이 분명 일어나고 있고 역할을 하지만, 전쟁을 좌절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그 한계를 지적하며 운동 내 논쟁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어떤 정치와 전략으로 현 상황에 대응해야 할지를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스탈린주의·마오쩌둥주의 등과 논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일본인 참가자는 다카이치 정권 아래 일본의 군사화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폭로하며, 이에 맞선 수만 명 규모의 시위 소식을 전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김하영 운영위원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위험의 중요한 고리”임을 짚으며, “한국의 반전·반제국주의 운동은 위험하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시간에는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 개념을 설명하며, 미국 패권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으로 특징지어지는 오늘날의 제국주의를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집권 후 ‘포식성 제국주의’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짚었다.

세 번째 토론 세션 ‘트럼프, 제국주의의 위기, 좌파의 과제’에서 온라인 화면을 통해 발제하고 있는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 ⓒ이미진

또한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이은 미국의 세 번째 ‘세계사적 패배’인 이란 전쟁이 초래한 세계 질서 재편을 분석하며 좌파의 과제를 제시했다.

캘리니코스는 좌파 내 진영론이 세계를 계급이 아닌 국가들 간의 대결로 봄으로써 “마르크스주의의 근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급적 관점의 반제국주의 운동과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터 벤야민은 혁명이란 폭주하는 열차의 승객들이 비상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이 비상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세계적 석학과 직접 토론할 기회인 만큼 청중의 질문이 쏟아졌다. 혁명의 가능성, 제국주의 구조와 행위자의 관계, 이스라엘 로비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좌지우지하는지, 이슬람주의자의 반제국주의, 미국과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행보,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 노동당 왼쪽에서의 도전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에 대한 평가 등이 다뤄졌다.

이른 점심부터 저녁까지 포럼이 이어졌지만 토론 시간은 짧게만 느껴졌다. 발언 신청자가 많아 청중 토론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으며, 참가자들은 매우 진지하게 경청했다.

토론장 외부에 마련된 ‘작은 책방’은 쉬는 시간마다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제국주의와 고전 마르크스주의를 다룬 서적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세계 질서의 균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중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반제국주의 좌파가 직면한 과제가 막중함을 보여 준 포럼이었다.

포럼 ‘전쟁, 혼돈의 세계, 저항’의 토론 내용을 필기하며 경청하는 참가자들 ⓒ이미진
포럼 현장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청중들 ⓒ이미진
포럼 ‘전쟁, 혼돈의 세계, 저항’의 열띤 토론과 발제에 큰 박수로 화답하는 200여 명의 참가자들 ⓒ이미진
쉬는 시간마다 포럼장 밖에 마련된 ‘작은 책방’으로 모여들어 관련 서적을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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