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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협상과 전쟁 재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트럼프

트럼프는 오락가락 하고 있지만 중동에서 “끝없는 전쟁”을 지속할 위험이 크다 ⓒ출처 백악관

협상이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전쟁이 재개될 것인가? “전쟁은 불확실성의 영역”이자 “우연성의 영역”이라는 프로이센의 탁월한 군사 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그동안 트럼프의 말은 날마다 바뀌었다. 이란과의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발언을 쏟아 내다가, 이란이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을 폭격하겠다는 식이다. 그 와중에 미군은 이란 국적 화물선을 포격해 나포했다. 이란과의 대결장을 회담장이 아니라 다시 군사적 영역으로 돌려놓을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협상력 극대화를 노린 트럼프식 협박이라는 평이 흔하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상대가 “거래의 달인”의 최후통첩(불안감에서 비롯된)을 역이용해 지연 작전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군의 이란 화물선 나포 직후 이란은 트럼프에 의해 20일로 예고된 회담을 거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 군함들에 드론을 발사했다.

그래서 군사력의 압도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을 격파하고 있지는 못할지라도 트럼프 정부가 군사력을 투사하는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핵심 문제다.

그래서 협상을 낙관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의 호통과 욕설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통제한다면 그것은 미국에게 굴욕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열려야 하는 에너지 병목 지점이다.

반면,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지렛대다. 이란은 세계 석유 및 가스 공급의 급소를 장악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는, (트럼프가 2월 말에 시작했으나 고전하고 있는) 이란 전쟁의 역학을 바꾸려는 시도다. 트럼프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해협 통제 능력을 과소평가했었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에게 이 전쟁은 정권의 생존이 걸린 실존적 전투다. 그래서 이란 정권은 미국과 그 동맹국, 세계 경제가 치를 비용을 높이는 것을 전쟁의 주요 목표 하나로 삼았다.

트럼프의 역봉쇄는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허용해 왔던 기존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작전은 오히려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상태를 연장시키고 있다. 카타르와 바레인에 이어 쿠웨이트도 원유와 석유 제품 수출에 대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이란 전쟁이 “역사상 최대의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유 손실양이 수년간의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기 침체, 연료 배급제를 촉발했던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4월 초 아일랜드에서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도로와 항구를 봉쇄해, 정부가 군대를 투입하는 한편 유류세를 인하해야 했다. 아일랜드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는 무엇보다 실행상 어려움이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강경 집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봉쇄 위반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전 수칙을 정하지 않았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그리고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고 통과하려는 배가 걸프 국가나 프랑스 선박이라면, 또는 중국 선박이라면 그 유조선을 나포할 것인가? 그러면 중국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그래서 미국 싱크탱크인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군사 분석 책임자 제니퍼 캐버너는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좌절감과 대안 부재감을 느끼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파이낸셜 타임스〉, 4월 12일 자).

트럼프는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전쟁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서아시아에서의 지배력 약화를 만회할 수단이 군사력 말고는 달리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군사력을 통한 이란 정권 굴복이 실행 가능한 옵션이었다면 진작에 시도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군 지휘부는 아라비아해에 해군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해군력을 파괴했다고 허세를 부렸다. 그러나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은 홍해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로 우회해 페르시아만으로 향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

트럼프의 이런 진퇴양난을 트럼프의 사이코패스 성향이나 베냐민 네타냐후의 꼬드김 탓으로 돌리는 논평들을 심심찮게 본다. 트럼프가 타인에 대한 공감 장애 성향이 있고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제국주의의 역사적 약화와 변화를 지도자 개인의 정신 건강이나 부수적 외국 지도자의 영향력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극도로 피상적이다.

트럼프의 광기는 쇠퇴하는 강대국의 곤경과 좌절의 표현이다. 미국은 압도적으로 강력한 군사 강국이지만, 중국의 부상에 직면해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들 중에는 트럼프의 스타일이나 오판에 불만을 품는 자들이 많지만,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통치 행위가 아닌 마땅한 대안도 없다.

게다가 미국 권력자들은 또 다른 전쟁 동력인 이스라엘의 확장주의에 대해서도 대체로 옹호한다. 그래서 이란 전쟁이 야기하는 경제적 혼돈이 세계 지배자들을 덮고 있지만 중동에서 “끝없는 전쟁”이 지속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발포하고 나중에 협상하라’가 지배자들의 표준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한국 국가도 그 중요한 일부가 됐다.

이란, 레바논, 팔레스타인을 트럼프의 베트남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글로벌 반전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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