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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드론 ─ 21세기 전장의 신무기

제국의 역사에 정통하거나 하다못해 구약성서를 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패턴이 낯익을 것이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통치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을 갖고도 전장에서 허를 찔려 보다 작고 약해 보이는 적수에게 참패하는 패턴 말이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 겪은 수모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빗댄다면, 드론은 그 비유를 뒷받침하는 가장 대중적인 상징[다윗의 돌팔매]에 해당된다.

2020년대 초 이란이 개발한 샤헤드-136 드론은, 발사나무와 모형 비행기 엔진 등 이란 내에서 조달한 부품과 자재를 이용해 만든 단순한 무기다.

애초에 군사 전문가들은 이 드론을 “쏘고 잊어버리는”[목표물 명중을 기대하지 않는] 아마추어 수준의 무기로 취급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군사 보고서에서는 이 드론에 대한 평가가 크게 상향 조정됐다.

무기 애호가들의 연구 웹사이트 ‘드론 워페어’는 이렇게 논평했다. “샤헤드-136은 단순한 GPS 유도식 배회형 무기에서, 중계 지원을 통한 궤도 수정과 메시네트워크 기반 지휘·협응이 가능한 네트워크형 무기 체계로 진화했다.”

쉽게 말해, 샤헤드 드론은 성능이 탁월한 무기다.

드론 수백 대가 협응해 특정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고, 심지어 제어 신호가 방해 전파로 교란되면 스스로 표적을 설정할 수도 있다.

샤헤드 드론은 사거리가 최대 1,600킬로미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제국주의 전쟁에서 이 드론을 이용했고, 거기서 터득한 실전 운용 전술과 개선 사항을 이란에 상세히 피드백 해 줬다.

이제 샤헤드 드론의 몇몇 파생형에는 적의 제어권 교란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전자 회로 대신 광섬유 기술이 적용된다.

이란 드론의 성능이 어찌나 좋은지 미국 무기 기업 한 곳이 이란 드론을 포획해 역설계한 후 ‘루카스’라는 이름을 붙여 생산해 서방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이란의 비대칭 전쟁 수행에 핵심이 된 저가형 드론 샤헤드-136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란은 타국의 대량 폭격에 대응해 중동 전역의 군사·경제 기반 시설을 표적 타격한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대당] 2만~5만 달러짜리 샤헤드 드론을 대량 생산했다.

드론에 희망을 건 이란의 군사 전략가들은 “비대칭 전쟁”을 수행하게 됐다. 비대칭 전쟁이란 상대적으로 열세인 측이 적과의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펼치는 전쟁 수행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비대칭 전쟁의 목표는 상대가 경제·군사·정치적 비용을 더는 감당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설령 그 상대가 이란보다 군비를 10배 넘게 쏟아붓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량 폭격에 맞서 이란은 중동 곳곳의 군부대, 에너지·교통 인프라 등을 겨냥해 엄청난 숫자의 드론을 발사했다.

서방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 훈련시킨 조종사가 모는 대당 2,000만 달러가 넘는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한 발당 4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쏘아 이란의 이 저가형 드론을 격추하려 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해 서방의 중동 동맹국들은 한 발당 370만~700만 달러에 이르는 “방어용 무기” 패트리엇 미사일을 쐈다. 미국이 개전 후 96시간 동안 쏜 패트리엇 미사일만 325기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소모다.

‘거대한 분노’ 작전은 이미 공급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서 유럽과 인도-태평양에 비축해 둔 무기들을 끌어다 쓰고 있다.

지금까지 1,000발을 훌쩍 넘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소모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 미국이 쏟아붓는 전쟁 비용은 매일 약 8억 9,100만 달러에 이른다.

3월에 백악관이 하원에 추가 전비 2,000억 달러를 요청해야 했던 것도 놀랍지 않다.

군비가 치솟는 와중에 물가가 급등하고 일자리와 복지가 사라지는 상황을 미국 대중은 얼마나 오래 더 참을 수 있을까?

이란 정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미국 측이 주장하는 샤헤드 드론 “격추율” 90퍼센트라는 수치도 보기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한 발당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출처 록히드 마틴

격추율 90퍼센트란 이란이 표적에 드론 100기를 쏘면 그 중 10대만 미국 방공망을 뚫고 목표물을 타격한다는 뜻인데, 그 열 대만으로도 불비례하게 커다란 경제적·사회적 재앙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란은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타격해 대당 3억 달러에 이르는 미군의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를 파괴했다. 또 대당 8,000만 달러에 이르는 KC-135 공중급유기 다섯 대를 완파 혹은 파손시켰다.

또 이란은 드론으로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기지를 타격해 대형 통신 센터를 파괴했다.

그밖에도 이란이 드론으로 오만·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뉴욕 타임스〉 신문은 보도했다.

이란의 공격 때문에 UAE의 도시 두바이에 터를 잡고 있던 영국의 조세 회피 기업들도 안전한 “모국”으로 도망쳐야 했다.

국제관계학 교수 드니스 가르시아는 “불일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강대국들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전투기와 값비싼 미사일을 만들었지만, 현재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저렴한 드론이다. 이는 비대칭 전쟁이 가장 잘 수행된 사례다.”

이란 “문명 전체를 파괴”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에 대비해 이란 정권은 이른바 “모자이크 독트린” 체계에 따라 드론 작전 본부를 분산시켜 뒀다.

학술지 《유라시아 리뷰》는 이란 정권이 지휘·통솔 체계를 31개의 자율성이 큰 단위로 재조직했다고 분석했다.

각 단위에는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 행동할 권한이 있는 사령부와 자체 미사일·드론·첩보·지휘 체계가 있다.”

《유라시아 리뷰》는 다음과 같이 결론 짓는다. “이란의 전략 목표는 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직 생존을 목표로 비대칭적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란 국가는 미국 제국주의를 흔들고 수모를 안길 수 있다

본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군사적 패배를 겪기를 바라지만, 이란 정권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란 국가는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제국주의적 지역 강국이지, 원칙 있고 일관된 반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다.

그러니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이란의 지지는 한계가 분명했다. 인종학살이 벌어질 동안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란 정권은 예컨대 2023년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었다.

이란은 시리아에서 잔혹한 아사드 독재 정권을 비호할 때 드론을 실전에 투입해 테스트했다.

제국주의에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가하려면 중동 사람들의 사회적 항쟁이 필요하다. 제국주의자들과,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권들을 모두 몰아낼 항쟁 말이다.

군비 경쟁

이란이 드론의 우월성에 힘입어 중동에 있는 서방의 자산을 타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중일 수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강대국 모두가 그들만의 샤헤드 드론 생산에 박차를 가해, 다른 국가의 드론을 공격하러 벌떼처럼 달려들 드론 편대를 꾸리고 있다.

2025년 하반기에 미국 국방부는 10억 달러가 배정된 “드론 우위 확보”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의 목표는 2028년까지 30만 대 넘는 저가형 공격 드론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8개월도 안 돼 미국은 샤헤드 드론의 미국판 파생종인 루카스 드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루카스 드론은 2026년 2월 대(對)이란 전투에 최초로 실전 투입됐다.

속속들이 수모를 당한 미국

한때 미국이 지배했지만 이제는 이란이 통달한 기술에 드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테헤란에 기반을 둔 언론 ‘익스플로시브 뉴스’는 “레고 영상”을 제작해 수백만 조회수를 얻고 있다.

그 “레고 영상”은 트럼프와 트럼프의 측근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미국 제국주의를 조롱하고 이란의 군사적 승리를 찬양하는 짧은 영상들이다.

우스꽝스러운 레고 트럼프 ⓒ출처 @explosivemediaa (인스타그램)

한 영상은 레고 형상의 트럼프가 제프리 엡스틴 파일에서 자신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사진을 보는 장면을 담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 그 레고 트럼프는 미사일을 발사해서 이란의 여자 초등학교를 타격해 100명 넘는 학생들을 죽이는 것으로 세간의 이목을 엡스틴 파일에서 멀어지게 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 [레고] 트럼프는 이란이 미군의 F-15 전투기를 격추한 데에 격분한다.

다음 장면에서는 추락한 전투기에서 탈출한 미 공군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트럼프와 수많은 레고 형상의 이란인들 사이에 경주가 벌어진다.

이란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익스플로시브 뉴스’의 영상들을 퍼 나르고 있지만, 그 영상들은 자력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왕은 없다’ 시위 참가자 중 몇몇은 그 영상에 나오는 레고 트럼프 캐릭터의 엉덩이에 불이 붙은 그림을 현수막으로 들고 행진했다.

하지만 다른 많은 AI 생성 저질 프로파간다와 달리, ‘익스플로시브 뉴스’의 영상들은 진짜로 재미있다.

‘익스플로시브 뉴스’ 구성원 중 한 명은 자신들을 “사회 운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이끄는 미디어 팀”이라고 묘사한다.

그는 팀원들이 모두 자기 정체를 감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거둔 성공 때문에 미국·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재미난 역설은, 우리가 다닌 이란의 유서 깊은 대학 중 몇몇이 폭격을 당했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이란의 과학과 문화에 보낸 대단하신 ‘선물’인 겁니다!”

‘비대칭 전쟁’이란 무엇인가?

“비대칭 전쟁”이라는 용어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식민지 해방 전쟁들이 벌어지고 유럽 제국들이 쇠락하며 등장했다.

그런 독립 전쟁에서는, 대개 무장 수준이 형편없는 전사들이 식민 지배에 대한 대중의 거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전투를 치렀다.

그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 산업국들에 맹공을 퍼부어 승리를 쟁취했다.

기존의 국수주의적 통념은 무장·훈련에서 우위인 측이 설령 숫적으로 열세일지라도 어떤 전투에서든 승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인도차이나반도, 인도네시아, 알제리, 키프로스, 아덴, 모로코, 튀니지에서 완전히 깨졌다.

예컨대 프랑스는 고작 1만 5,000 병력으로 인도차이나반도의 대중을 60년 넘게 강압 통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46년에 베트남인들이 게릴라 투쟁을 시작하자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1954년에 그 게릴라 전사들은 프랑스에 굴욕을 안겨 줬다. 당시 프랑스군은 병력을 20만 명까지 늘렸는데도 말이다.

그로부터 20년도 안돼, 장거리 폭격기와 헬리콥터, 50만 병력을 자랑한 강대한 미군도 프랑스와 같은 굴욕을 당했다.

저술가 앤드류 맥은 《큰 나라가 작은 전쟁에서 지는 이유》에서 반군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유용하게 요약했다.

“모든 경우에서 반군이 승리하는 비결은 전장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두는 데에 있지 않았다. 군사적 승리가 보조적 구실을 했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진짜 비결은, 적들이 전쟁을 수행할 정치적 역량을 점진적으로 소진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비대칭적 전쟁에서는 반군이 군사적 교착 상태, 심지어 군사적 패배 상황에서도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트럼프가 끝내겠다고 약속했던 “영원한 전쟁”이 또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조짐이 있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고난에 신음하는 미국인들이 그런 전쟁을 지지할 것 같지는 않다.

올해 초 아래로부터 항쟁으로 타격을 입은 이란 정권은 과거 민족 해방 운동들이 동원할 수 있었던 대중적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덕에 이란 정권은 그 전까지 잃고 있던 통치 정당성을 다질 수 있게 됐다.

번역: 김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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