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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자유롭게 선택한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4월 26일 일요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다. 이주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경기이주평등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메이데이(5월 1일 노동절)에 쉬지 못해 그 직전 일요일에 집회를 열어 왔다.

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4월 26일 오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이날 집회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약 250명이 모여 연대를 다지며, 모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노동 안전 보장 등을 요구했다.

네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 등 여러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한데 모였고, 제조업과 농업, 원어민강사 등 일하는 직종도 다양했다. 그만큼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한 이집트인 난민이 이주민 미등록 라이더 단속을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참가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오랜만에 열악한 일터에서 벗어나 화창한 날씨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연단의 발언을 휴대폰 영상에 담고, 동료들과 함께 팻말을 들고 집회를 취재하던 언론사 사진 기자에게 인증샷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다는 방글라데시인 노동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필자에게 말했다.

“사장이 착하면 사업장 변경하게 해 주고 나쁘면 안 해 줘요. 노동조합에서 전화해[서 따져]야 사업장 바꿔 줘요.

“산재 법에 대해 몰라서 다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어요.”

그는 현재 일하는 공장에서 10년째 일하고 있고, 애초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왔다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비자로 변경해 가족도 한국에 데려왔다고 한다.

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4월 26일 오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이처럼 정주하는 이주노동자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그에 따른 처우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

연단에서는 발언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이 그런 현실을 폭로했다.

에린 민주일반노조 서울 원어민강사지회장은 학원 측의 감시와 통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저는 발을 세 군데나 골절당했습니다. 어느 날 8시간 동안 서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동안 쉬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상사가 CCTV로 저를 보고는 수업 도중에 제 교실로 찾아와 꾸짖었습니다.

“그날 퇴근하자마자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원어민강사에 대한 이런 냉혹한 무시는 흔한 일입니다.”

김가영 지구인의정류장 캄보디아 활동가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평소에도 1일 노동시간이 10시간입니다. 4월이 되면서부터는 11시간이 되고 한 달에 2일만 쉽니다. 그런데 고용주는 8시간의 임금만 지급합니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숙소에 사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 그리고 숙소비로 1인당 30만 원의 임금을 공제하거나, 매월 약 60시간의 추가노동을 하게 합니다.

“폭행이나 성폭력에 시달려도 구제받기가 힘듭니다. 증거를 만들기가 힘듭니다. 고용주들은 노동자가 비자를 연장하거나, 재고용해야 하는 때가 되면 더 괴롭힙니다.”

방글라데시인인 마문 알리 이주노조 조합원은 “우리의 권리는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싸울 때, 단결할 때 비로소 바꿀 수 있습니다!” 하고 호소했다.

아리셀 참사 유족도 이날 집회에 참가해 발언했다.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던 아리셀 참사는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사망한 사건이다.

참사 책임자인 박순관 아리셀 사장은 형사 재판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2심 재판부는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율이 내국인의 3배에 이르고, 최근에도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반동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순희 아리셀 산재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발언을 시작하자마자 울먹이며 분통 터지는 심정을 절절하게 토로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유가족을 무시했습니다. 제가 소리 내어 울거나 기침 한 번 해도 감치한다고 합니다. … 대한민국에서 20여 년을 살면서 금쪽같은 딸을 잃고 나서야 피해자가 돼서 싸우지 않으면 뭐든지 해결할 수 없는 나라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 대법원 항소심과 유해 수습에 여러분들의 연대와 지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와 광화문대로를 거쳐 청와대 앞까지 행진에 나섰다.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강제 노동 철폐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차별과 폭력 중단하라,” “임금체불 근절하라,” “미등록 이주민 단속 추방 중단하고 체류권을 보장하라”

이주노동자들이 놓인 열악한 현실만큼이나 다양한 구호가 외쳐졌고,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들이 함께하는 긴 대열에 거리 시민들의 이목이 모였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 대통령이 질타하고 대책을 지시하지만 정책과 현실은 바뀌고 있지 않다며, 청와대를 향해 함성을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아리셀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4년 선고받은 것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선창하며 행진 대열을 이끌고 있다 ⓒ이미진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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