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 도입,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
〈노동자 연대〉 구독
올해 1월 초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되자, 인공지능(AI)과 로봇(또는 피지컬 AI)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급속히 커졌다.
아틀라스는 인간에 근접한 자연스러운 보행과 360도 회전 관절로 찬사를 받았고,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CES 2026’에서 ‘최고의 로봇’으로 선정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 3만 대 양산 설비를 미국에 마련하고,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 우선 투입해 물류 작업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2030년에는 더 복잡한 조립 라인에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 발표 이후 현대차 주가는 100퍼센트 넘게 급등했다.
현대차 노조는 1월 22일 소식지를 통해 아틀라스의 “대량 양산과 생산 현장 투입 시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친사용자 언론은 이를 두고, ‘21세기 러다이트 운동’ 등의 과장스런 제목을 뽑으며 현대차 노조를 근거없이 비난하고 나섰다.
이 쟁점은 4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반복됐다. 그 간담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 현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AI로, 이미 노동 현장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나 피지컬 AI의 도입은 일자리의 변화가 아니라 완전한 소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대책과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안전망, 노동권, AI로 발생하는 기업의 초과이윤 환수, “노동영향평가” 전면 도입 등을 제안했다.
AI는 일자리와 임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처럼 AI와 로봇의 발전이 사회적 화젯거리가 되면서, AI가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고 대량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두려움은 10년 전인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당시 세계 2위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전 세계에 충격을 주자 크게 일어난 바 있다.
알파고 충격 얼마 뒤인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카이스트·서울대 등 9개 기관의 인공지능(AI)·로봇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는 AI와 로봇의 발전에 따라 2025년까지 1,800만 명이 고용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을 했다. 전체 취업자의 70퍼센트, 단순 노무직의 90퍼센트가 영향을 받는다는 전망이었다. 반면 회계사, 변호사, 투자·신용분석가, 자산운용가 등 전문직은 대체율이 30퍼센트 미만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미 2025년이 지났지만, 그런 전망과 현실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른바 ‘전문가’들의 과장 섞인 ‘전망’을 가려서 들어야 하는 것이다.
알파고 충격으로부터 6년 후인 2022년에 등장한 챗GPT는 인간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다루며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 열풍을 몰고 왔다. 또다시 사람들은 조만간 AI가 사고하고, 탐구하며, 지식을 만들어 내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일반적이고 광범한 문제를 스스로 학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반인공지능(AGI)이 곧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랐다.
그러자 또다시 일자리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23년 11월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 명(전체 취업자 수 대비 12%)이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앞서 얘기한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와 달리, 고학력, 고임금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 전문가,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반면 AI 노출 지수가 낮은 직업은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종교 관련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가수 등 대면 접촉이나 관계 형성이 중요한 직업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3~2024년 동안 일자리, 임금 등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 대다수는 아직까지 AI가 일자리나 임금 등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노동연구원이 2025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 ‘AI와 노동의 공존’을 보면, 2023~2024년 동안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도 고용은 감소되지 않았고, 숙련도·연령·기업 규모에 따른 직종 내 불평등도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클로드(Claude)로 유명한 앤트로픽이 올해 3월 5일 발표한 ‘노동시장에 대한 AI의 영향’ 보고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현재까지 AI 노출도 상위 25퍼센트 집단과 비노출 집단의 실업률 추이를 비교한 결과, 두 그룹 간 격차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결과를 보면 생성형 AI 같은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을 써 보면 알 수 있듯이, 생성형 AI나 거대언어모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능’과는 다른 종류의 시스템이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AI 환각” 현상이다. 다들 챗GPT에 질문을 하면 황당한 답을 제시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환각은 생성형 AI가 생성하는,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진술이다. 생성형 AI는 심지어 인용 문헌까지 조작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미국 변호사가 변론을 준비하면서 챗GPT에게 일을 시켰더니 판례를 제시했다. 그 변호사가 재판에서 판례를 들이밀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지어낸 것으로 드러나서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AI 환각 현상은 AI가 인간처럼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할 뿐이다. 따라서 학습 데이터에 없는 질문이 들어오면, AI는 스스로 빈칸을 채우는 시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럴듯하지만 진실과 다른 답변이 생겨난다. SF 작가인 테드 창이 묘사했듯이 이것은 진정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응용통계학”이다.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품질이 낮은 작업 문제도 있다. 워크슬롭(Workslop)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일(Work)’과 ‘오물(Slop)’의 합성어로, AI가 생성한 겉보기에만 그럴듯하고 알맹이가 없거나 품질이 낮은 작업물을 뜻한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전문적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장황하고 반복적이며 심지어 부정확해서,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추가로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쉬운 것이 로봇에게는 어렵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달리기, 백플립, 음악에 맞춘 춤, 킥복싱 등 점점 화려한 동작을 해내는 영상이 끊임없이 TV 뉴스와 온라인을 채운다.
그러나 로봇 전문가들은 이런 ‘묘기’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인간에게는 어려워 보이는 백플립은 로봇에게는 비교적 쉽게 가능하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물컵을 집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는 동작은 대부분의 로봇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컵을 집는다거나 계단을 오르는 순간, 인간은 시각과 균형 감각을 이용해 끊임없이 동작을 ‘교정’하지만 로봇에게 이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화가 가장 더딘 의장 공정(시트, 계기판 등 내부 부품을 탑재하는 공정)은 마찰력과 힘을 미세하게 조절해야 해, 로봇이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래서 최근에는 ‘피지컬 AI’가 각광받고 있다. 기존 로봇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동작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는 환경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실제 행동을 결정해 실행에 옮기는 자율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구글, 엔비디아 같은 거대 기업들은 로봇에 사용할 수 있는 AI 모델들을 공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피지컬 AI’ 대부분은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특히 돌발 상황 데이터가 부족해 로봇의 자율 판단의 정밀도와 학습 속도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현대차가 아틀라스 양산과 생산 공장 투입을 2028년과 2030년으로 멀찍이 잡아 놓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피지컬 AI가 노동자를 전면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AI 도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I와 로봇의 효과를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급이 일자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분명 생성형 AI의 확산과 로봇의 발전은 노동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도 생성형 AI가 제법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회계의 반복 업무, 콜센터 고객 상담 등에서는 고용과 노동조건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콜센터에 AI가 도입된 뒤 콜센터 노동자들의 상담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상담 1건당 평균 통화 시간과 상담 사례 입력 시간이 늘어나면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발업체에서는 저연차의 신입 채용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입 직원이 하던 일 대부분을 AI에 넘기는 것이 더 쉽고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혁신의 부정적 효과를 너무 과장하고 괜스레 두려움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근거없는 무력감을 줄 수 있다. 신기술 도입은 대개 수년에 걸쳐 이뤄지고, 기존 노동자들의 협조 없이 제대로 가동하기가 매우 어렵다. 노동자들에게는 신기술 도입의 조건을 둘러싸고 투쟁할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