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터질 수밖에 없는 거품 위에 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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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둘째 임기는 첫 임기보다도 더 큰 파국을 향하고 있다. 그가 이란과 (깨지기 쉬운) 평화 협정을 맺은 것은 패배를 자인한 셈이다.
이란 전쟁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트럼프의 지지율을 떨어뜨렸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앞세운 이주민 탄압과 공포 정치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저항에 부딪혀 이전 만큼 위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미국 지배계급은 2021년 1월 6일 극우의 국회의사당 습격 직후 트럼프를 배척했던 것과 달리 별다른 반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주식 시장 활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기업주들이 이미 얻은 막대한 부를 더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자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걸프만에 평화가 왔다는 설익은 소식을 남발해 왔는데, 그 발표 시점은 모두 주가를 떠받치도록 정해졌다.
이번 주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스라엘이 또다시 평화 협정을 파토 내려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이득을 안겨 주는 더 커다란 흐름이 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는 거대한 금융 거품이다.
이것이 단순한 신기루는 아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하이퍼스케일러’)들은 각종 AI 알고리듬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의 AI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고사양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주가가 7대 테크 기업(‘매그니피센트7’)의 나머지 기업들[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테슬라]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오늘날 생산 자본의 변화를 잘 보여 준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영국의 철도 투기 붐이나 1990년대 닷컴 호황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거품이다.
즉, AI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이윤을 안겨 주지 못할 것이다. AI가 결과적으로 어떤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든 간에 말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이렇게 말한다.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투자금의 10퍼센트를 회수하려면 해마다 2조~5조 달러어치의 추가 매출을 이뤄야 한다. 현재 연매출 1.5조 달러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는 꽤 버거운 목표다. 또 다른 가능성은 데이터센터, 컴퓨터 칩 등에 대한 투자 계획이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테크 기업 투자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후자는 십중팔구 경기 수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미국 주식시장 상장은 이런 거품의 최근 징후다.
머스크가 서류상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되자, 품격 있는 언론이라는 BBC나 〈파이낸셜 타임스〉조차 호들갑스럽게 머스크를 추켜세웠다.
좌경 자유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런 찬양에 일침을 놓았다. “그간 머스크의 부는 자기실현적 믿음에 기대어 왔다. 머스크가 천재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그가 지배하는 회사들의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면 그 결과로 기업 가치가 오르고, 이는 다시 머스크는 역시 천재라는 명성을 높였다.
“이처럼 신규 투자자들을 계속 끌어들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고, 성공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기업들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가 있다. 바로 폰지 사기다. 머스크는 폰지 사기의 의인화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시장 분석가 로버트 암스트롱도 스페이스X 상장에 관해 “서로 연관된 두 가지 우려”가 있다고 인정한다.
“하나는 이번 상장이 수수료 수입에 혈안이 된 금융업계의 대대적인 조작을 통해 이뤄졌다는 우려다. 다른 하나는 투기적인 동시에 놀랍도록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현금을 먹어치우기만 하는 기업의 가치를 1.75조 달러로 평가한 것은 아무리 봐도 [비합리적이다. — 캘리니코스]”
골드만삭스 등 이번 상장 과정을 관리한 은행들은 수수료로 5억 달러를 벌었다.
몇몇 증권거래소들, 대표적으로 나스닥은 스페이스X를 자신들의 주가지수에 포함시키려고 지수 산출 방식까지 바꿨다.
이것은 스페이스X의 주가를 더 끌어올릴 텐데, 블랙록 같은 대규모 자산 관리 업체들은 주가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주식을 구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수동적 투자자’)
신기술 기업이지만 그 수법은 낡은 것이다. 생전에 여러 주식시장 사기를 분석했던 마르크스가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본다면 하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와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트럼프도 이 과정에서 득을 보고 있다.
AI 거품이 만들어낸 경제적 낙관 덕분에 트럼프는 가족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스캔들과 무엇보다 중동에서 겪은 정치적 낭패를 무사히 넘기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거품이 터지면 트럼프는 훨씬 더 취약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