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당신의당’ 창당대회:
지도부가 좌파 비방, 배척 시도하며 오점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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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노동당의 좌파적 대안을 표방한 ‘당신의당’이 창당했다. 11월 29~30일 이틀간 열린 창당 대회는 급진적이 될 잠재력도 보여 줬다.
창당대회에서는 노동당의 인종차별과 긴축, 전쟁 지원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또한 이주민과 난민, 트랜스젠더를 방어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큰 지지를 받았다. 트랜스젠더 해방 지지를 명시하자는 수정안이 72퍼센트 지지로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을 중심으로 형성된 임시 지도부가 보수적 압력을 관철시키려고 좌파를 배척하려 애쓰면서 창당대회에 큰 오점을 남겼다.
창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지도부는 수개월 동안 지역에서 당신의당 건설에 함께해 온 혁명적 좌파 단체 회원들에게 ‘당신들은 선거 위원회에 등록된 별도 정당 소속이므로 활동이 금지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그 명분은 참말이 아니었고 진정한 이유는 당내 노선 논쟁에서 좌파적 목소리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좌파 배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창당대회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또 다른 혁명적 좌파 활동가들에게 ‘당신들이 당대회장 안에서 소란을 피울 것이라는 제보가 있다’며 대회장 출입을 막았다.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 활동가들에게는 ‘당신들은 타 정치단체 회원으로 의심된다’며 퇴장을 요구했다.
전혀 혁명적 좌파가 아닌, 조지 갤러웨이 보좌관 출신 등의 무소속 시의원 여러 명도 당대회 출입 불허를 통보받았고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명분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좌파 출판사 버소는 원래 책 홍보 가판을 차리기로 돼 있었는데 이것도 불허됐다.
이처럼 좌파적 활동가들에게는 날조됐거나 근거 없는 사유로 출입을 제한한 반면 보수 언론은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다.
노동당 출신의 국회의원 자라 술타나는 이를 “명백한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며 첫날 당대회를 보이콧했다. 지도부가 배척하는 활동가는 대부분 그녀의 지지자들이다.
근거 없는 거짓말로 오랫동안 함께한 동지들을 내치는 모습은 많은 환멸을 자아냈다.
창당대회 진행 중에도 지도부는 비민주적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제지했고, 이를 숨기려고 온라인 생중계를 잠시 멈추기까지 했다.
지도부가 이처럼 비민주적으로 행동한 것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당의 모습이 평당원들의 바람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지도부는 의원단과 노조 관료들이 당의 운영을 틀어쥐는 당을 구상하고 있다. 선거와 원내 교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평당원들은 의원들을 위한 선거 운동원과 응원부대 구실에 머무는 정당 말이다. 사실상 ‘노동당 시즌2’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양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 위원장 렌 맥클러스키는 창당대회 전야제 행사 때부터 코빈과 함께 움직였다. 그는 코빈이 노동당 대표이던 시절, 핵무기 반대 등의 입장에서 우파와 타협할 것을 앞장서서 코빈에게 종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코빈은 이런 노조 관료들에게서 인력과 자원을 수월하게 지원받으려면 당을 보수적 소수의 통제하에 둬 그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본다. 유나이트 관료 출신 활동가들은 코빈이 노동당 대표였을 때부터 그의 핵심 측근을 이루고 있다.
반면 술타나와 그를 지지하는 좌파 활동가들은 의원들과 보수적 노조 지도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주민·난민, 트랜스젠더 방어 문제에서도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의 당 민주주의”가 필요하며 의원단에 대한 평당원 통제와 의회 바깥에서의 운동 건설을 강조한다.
결국 핵심 안건 표결에서 지도부는 모두 패배했다. 코빈의 압도적 명망을 이용해 당권을 장악하려던 1인 지도체제 대신에 집단 지도 체제가 채택됐다. 이중 당적을 전면 금지하려던 시도도 실패했다. “(선거에서 당신의당에 대항해 후보를 내지 않는 한) 모든 사회주의자를 결집시키는 당이 돼야 한다”는 호소에 당원 다수가 귀를 기울인 것이다. 그러나 이중 당적을 지도부가 승인한 단체에 한해 허용한 것은 독소조항을 남겨 둔 것이다.
당신의당은 내년 2월 정식으로 지도부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