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바닥이 보이지 않는 영국 노동당 총리 스타머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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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크게 두 가지 동기로 움직인다. 하나는 굽실거리면서 국채 시장을 달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의 적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스타머 정부는 둘 모두를 처참하게 그르치면서 사실상 임종만을 기다리는 상태로 접어들었다.
스타머 정부가 국채 시장에 굽실거리는 배경에는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의 몰락이 있다. 당시 리즈 트러스가 초(超)대처주의에 따라 감세를 동반한 ‘미니’ 예산안을 발표하자 영국 국채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영국 정부는 비용 마련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팔아서 돈을 빌려야 한다. 몇 주 만에 ‘미니’ 예산안과 트러스 정부 둘 다 사라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각국의 국채 가격은 더 격렬하게 요동쳤다. 국가가 세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지출하면서 국가의 차입이 늘어난 것의 효과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정부 부채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스타머와 리브스는 2028~2029년까지 균형 재정을 이루겠다며 일련의 재정 준칙을 도입해 국채 시장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런 계책 탓에 스타머와 리브스는 준정부기구인 예산책임청의 입김에 휘둘리게 됐다. 예산책임청은 정부가 균형 재정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관해 정기 보고서를 낸다.
리브스는 다음주에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재정 준칙을 지키려면 차입을 300억 파운드 더 줄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래서 리브스와 스타머는 소득세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선거 공약을 깨기로 결심했다. 총리실은 이를 시사하는 브리핑을 쏟아냈다. 대기업들과 금융가는 기뻐했는데, 그들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반기기 때문이다.
리브스가 소득세 인상을 가장 강하게 시사한 것은 11월 10일(월요일)에 한 인터뷰에서였다. 리브스는 “쉽지 않은 예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공약을 고수하는 선택도 있지만 그러면 정부 투자를 크게 삭감해야 합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예산책임청은 예산 발표 전 정부 재정 전망을 재무부에 전달했다. 그에 따르면, 소득세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세수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예산책임청은 또한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 때문에 세수가 늘고 있어서 정부 차입을 300억 파운드가 아니라 200억 파운드만 더 줄여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리브스 일당은 소득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그 대신 언론들이 “잡다하다”고 묘사한 자잘한 증세를 도입하려 했다. 이 소식이 11월 14일 금요일 〈파이낸셜 타임스〉를 통해 새어 나가자, 익히 예상할 수 있듯 국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한 자산관리사는 정부가 시장을 속였다고 불평했다.
스타머와 리브스가 소득세 인상 계획을 뒤집은 이유를 알려면, 지난주 초 자충수가 된 또 다른 총리실 브리핑을 봐야 한다. 스타머의 위태로운 입지를 추스르기 위해 총리실은 언론 브리핑에서, 누구든 노동당의 당대표직에 도전하면 응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보건장관인 웨스 스트리팅을 잠재적 도전자로 지목했다.
스타머의 핵심 참모 모건 맥스위니가 꾸민 계획의 일환인 듯한 이 브리핑은 스트리팅을 겁줘서 확실한 충성 다짐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계획의 문제점은 … 스트리팅이 당대표 도전자가 될 어떤 기회가 오든 올림픽 다이빙선수처럼 확신을 갖고 전력을 다해 뛰어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언론과 인터뷰 일정을 잡아 놓았던 스트리팅은 총리실 브리핑을 맹비난했다. 이런 낭패를 본 스타머와 리브스가 소득세 인상을 철회할 기회를 잡은 것은 놀랍지 않다. 공약 폐기에 화가 난 노동당 의원들을 달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스타머와 리브스는 이미 금융가와 노동당 의원 대다수에게서 받고 있던 경멸을 더 키웠다. 한 장관은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분파와 진영을 막론하고 수많은 의원들은 … 스타머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도 스타머를 경멸한다. 여론조사 전문가 스칼렛 머과이어는 ‘채널4 뉴스’에 나와 “스타머라는 브랜드는 회생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머에게 견고한 지지 기반이 없어 하락세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미 대중은 키어 스타머에 대한 판단을 완전히 정리했다”고도 말했다.
물론 초(超)블레어주의자인 스트리팅은 스타머보다 딱히 더 나을 것이 없는 자다. ‘당신의 당’이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