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바 78주년 포럼:
팔레스타인 점령, 억압, 해방의 방법을 토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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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나크바 78주년 포럼 ‘나크바, “현재 진행형” —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에서 이란 전쟁까지’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 주최로 열렸다.
‘나크바’는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말로, 1948년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80만 명을 강제 추방한 사건이다.
행사장의 열기가 높았다. 120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행사장이 가득 차는 바람에, 늦게 온 참가자들이 바닥에 앉기도 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팔연사 운동에 꾸준히 참가해 온 사람들 외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참가했다. 거리와 대학에서 홍보를 접하고 온 새로운 팔레스타인인들도 있었다. 다양한 이주 배경의 참가자들과 대학생들의 참가도 두드러졌다.
강연장 입구에서는 《가자 전쟁》, 《완벽한 피해자》, 《팔레스타인의 저항》 등 팔레스타인 관련 도서를 판매했고 호응이 좋았다. 책을 구입해 강연 시작 전부터 읽어 보는 참가자들이 여럿 있었다.
뜨거운 박수 속에 포럼이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에서 활동하며 수백 회의 평화 수업 등으로 활약해 온 권오균 교사가 사회를 맡았다.
지난 2년 반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여해 온 살라흐엘딘 엘게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부교수가 첫 발제자로 나섰다.
살라흐엘딘 교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 과정과 이에 맞서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의 역사를 짚었다. 이스라엘이 점령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랍 국가들의 부패하고 억압적인 지배 엘리트들 덕분이라고도 지적했다.
“아랍 국가 지배자들의 역할은 자국민을 구금하고 정치적 제약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아랍인들이 자유를 위해 나선다면, 지배자들에 맞서 저항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오슬로 협정을 비롯한 ‘평화 협정’들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어떤 권리도 보장하지 못해 왔으며, 희망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있다고 살라흐엘딘 교수는 강조했다.
이어서 팔레스타인인인 나리만 루미 팔연사 공동 간사가 마이크를 넘겨받아 에너지 넘치는 연설을 했다.
나리만 공동 간사는 점령 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스라엘군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겪은 비인간적 고초, 검문소가 3일간 막혀 산을 타고 등교하다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은 경험, 사실상 인질인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의 처지 등 그녀가 전하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참가자들은 귀를 기울이며 함께 분노했다.
그녀는 팔레스타인이 ‘임자 없는 땅’이었다는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를 반박하고, 하마스 등의 무장 저항을 비난하는 서방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유럽이나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불법이라고 말은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한 적은 없습니다. … 하마스 등의 10월 7일 공격은 우리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면 우리가 스스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심정을 보여 준 것입니다.”
청중 토론에서도 진지하고 흥미로운 주장이 오갔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제국주의의 도움으로 유지될 수 있었음을 지적하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낳은 위기와 생계비 고통을 이용해 행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이집트인 참가자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이집트와 요르단의 독재 정권들에 맞서 그 나라 대중이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해방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두 발제자는, 해방은 어떤 위대한 지도자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민중이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랍 민중, 전 세계 대중이 해방을 얻고자 한다면, 스스로 해방을 쟁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배워 온 교훈입니다.”(살라흐엘딘 교수)
“해방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해방을 위해 노력해 나가면서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앞으로 열리는 많은 집회에서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나리만 공동 간사)
두 발제자의 정리 발언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포럼을 마치며 사회자는 오는 5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열리는 ‘나크바 78년 집중 행동의 날’ 집회로 오늘의 열기를 이어 가자고 호소했다.
5월 15일 오후 6시 30분에는 신촌역 3번 출구 앞에서 ‘나크바의 날 대학생 집회와 행진’도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네트워크’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