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배제하는 광주특별시의 이주민 인권 조례 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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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광주특별시’)가 이주노동자 인권 조례 개악을 입법 예고했다. 지역 이주노동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조례안이다.
통합 전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광주광역시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 “전라남도 외국인노동자등 보호 및 지원 조례”를 각각 제정해 두고 있었다. 광주광역시 조례는 “이주노동자”를 “광주광역시에 소재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이주민”으로 정의하며 전체 이주노동자를 포괄했다. 이주노동자의 “법적인 지위와 관계없이” 인권을 보장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반면, 전라남도 조례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배제됐다.
광주특별시는 옛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조례를 통합하며 나쁜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새 조례안에 따라 권리를 보장받는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단기취업, 계절근로 이주노동자 등 법률상 체류 허가를 받은 노동자들에 국한된다.
새 조례안은 그 명칭(“전남광주통합특별시 외국인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안”)에서부터 후퇴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조례안은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foreign work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주노동자’는 단지 “취업을 목적으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주한 사람”(ILO 협약 제 143호)을 의미하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비국적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전남광주 지역은 농축산어업 사업장이 많은데, 해당 업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새 조례안에서 배제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취약한 처지 때문에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다.
2024년 광주 평동 산업단지 일대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신분을 이용해 그들을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일이 있었고, 최근에는 한 배달 대행 업체 관계자가 출입국 사무소 직원과 유착해 미등록 이주민 라이더들의 정보를 단속 ‘실적’을 위해 제공한 일까지 있었다.
조례안에 명시된 ‘합법’ 이주노동자들도 미등록 상태로 전락하기 쉽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고용허가제, 인신매매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은 계절노동제 같은 제도들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자의로 벗어나면 체류 자격을 잃는다. 사용자들은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처지를 강요하기도 하는데,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 취급을 받으며 단속 추방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체류 자격을 갖춘 노동자들도 불리한 처우를 감내하곤 한다.
지난해 2월 영암에서는 돼지 농장에 고용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툴시 푼 마가르 씨가 농장주와 동료의 폭행과 부당한 근로 계약 강요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그가 이러한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네팔로 보내 버리겠다”는 농장주의 협박 때문이었다.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나주 지게차 결박 사건 피해 이주노동자 역시 미등록 상태로 전락할 뻔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가한 사업장을 벗어나기 위해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규정상 9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한동안 불안에 떨며 생활해야 했다.
당시 이재명은 이 사건에 분노를 표하며 이주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듯 말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소속 민형배가 시장인 지자체가 더 후퇴한 이주노동자 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을 합법과 불법으로 가를수록 그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보호 및 지원”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통합 조례안은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포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