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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발목 절단, 유산, 사망… 야만적 미등록 이주민 단속 중단하라
미등록 이주민 배척은 극우의 토양이 된다

정부가 4월 14일부터 6월 29일까지 미등록 이주민 정부합동단속을 시행한다. 말이 단속이지 살인적인 인간 사냥이자, 극우가 부상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일이다.

이미 올해 1사분기에 벌어진 단속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비극도 있었다.

지난 3월 26일 양주출입국·외국인청이 파주시 광탄면의 골판지 공장을 급습해 단속을 벌였다. 공장에서 일하던 에티오피아인 난민 신청자 아미노 씨는 단속을 피하려고 대형 압축기계 쪽에 몸을 숨겼다가 기계에 오른쪽 발목이 끼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해당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대부분 단속에 붙잡혀 신속하게 구조할 수 없었다.

아미노 씨는 결국 발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현재 2차 감염에 의한 추가 절단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당시 단속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단속반은 이주노동자들의 머리채를 잡거나 수갑을 채웠다. 발로 배를 걷어차이고 이에서 피가 나는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어떤 여성 이주노동자는 단속반에 폭행당해 귀에서 피가 났지만 병원이 아닌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단속반은 종교적 의미가 담긴 목걸이를 가위로 끊으려 하기도 했다.

2월 26일 화성시의 한 공장에서 카자흐스탄인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려,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8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같은 날 경북 경산에서는 단속 과정에서 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그중 1명은 척추가 부러졌다.

1월 23일 인천의 한 공장에서 단속을 피해 달아났던 베트남인 노동자가 연락이 두절됐다가 8일 후 공장의 목재 야적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야적장에 몸을 숨겼다가 나무에 뿌린 약품을 흡입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약품은 보호장비 없이 흡입하게 되면 4시간 만에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7월 경주의 한 공장에 들이닥친 단속반이 임신 중이던 태국인 여성을 단속해 추방했다. 그녀는 단속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고, 출국당한 후 결국 유산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우리의 이웃이자 동료다. 2019년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조승진

‘일상적’인 단속이 이럴진대, 법무부, 경찰청, 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합동단속에서는 더욱 야만적인 폭력이 난무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부터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세워 매년 두세 차례씩 정부합동단속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단속은 극우가 이주민 배척을 내세워 선거적 돌파구를 연 직후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각별히 위험하다.

4월 2일 치러진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전광훈이 이끄는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이강산이 32퍼센트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다. 이강산은 “외국인 불법체류자 완전 추방”을 핵심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다. 구로구는 인구의 약 12퍼센트가 이주민이고, 특히 중국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은 극우의 이주민 배척 주장에 더욱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이다. 이로 인해 극우가 득세하면 주류 정치권이 더욱 우경화하는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서구에서 바로 이런 방식으로 극우가 성장해 왔다.

극우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서 미등록 이주민을 방어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4월 15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국 이주 인권단체가 공동 주최해 정부의 이번 합동단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우리 이웃과 친구, 함께 일하는 노동자를 내쫓지 말라”며, 단속 중단과 단속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이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에 맞선 항의 행동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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