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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미등록 이주민 체류를 보장하라

이재명 정부가 일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양성화’를 검토하고 있다.

6월 15일 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개편해 숙련 이주노동자에게 6년 이상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어를 잘하고 숙련도가 높은 일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 간 이견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가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6월 14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 촉구 오체투지 행진’이 이주 인권 단체들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 행동을 발의한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장 이영 성공회 신부는 간절한 마음으로 삭발까지 하고 집회를 이끌었다.

주최 측은 모든 미등록 이주민의 조건 없는 체류권 보장, 정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한 체류권 보장 로드맵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1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미등록 이주민을 포함해 많은 이주민이 몸소 참가했고, 마석에서 필리핀인 공동체가 버스를 대절해서 참가하러 오기도 했다. 국지성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참가자 대부분이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청와대 앞 행진까지 함께했다.

이 집회는 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나아가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을 핵심 요구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월 14일 미등록 이주민 체류 보장 촉구 집회에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100여 명이 참가했다 ⓒ출처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올해 4월 기준 미등록 이주민은 약 35만 명으로, 전체 이주민의 12퍼센트를 차지한다. 그중 체류 기간이 5년을 넘는 미등록 이주민이 절반 이상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14일 집회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자만 씨가 한 발언은 그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 줬다.

“비자가 없어서 누가 때려도, 욕해도, 월급 못 받아도 경찰한테 못 가고 있습니다.

“저는 쌍둥이 아들이 있어요. 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습니다. 의료보험 카드 없어서 병원비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밖에 나갈 때도 잡혀갈까 봐 걱정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 침대는 우리 마석가구공단에서도 만들고 있습니다. … 우리도 단속이라는 악몽을 꾸지 않고, 여러분처럼 편히 자고 싶습니다.”

자만 씨의 말처럼,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며 한국 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하고 있다. 조선업 등 한국 경제의 핵심 부문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농업 부문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정부가 일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양성화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주노동자의 기여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한국어 능력과 숙련도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선별적으로 체류권을 허용하려 한다. 그런 노동력을 길러 내는 데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 말이다.

14일 집회 참가자들이 요구한 것처럼, 모든 미등록 이주민에게 조건 없이 전면적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체류권을 얻은 뒤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장기 체류와 건강보험 등 복지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

이주민 운동과 경제적 필요가 맞물린 스페인의 합법화 사례

올해 1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정부가 수십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적 체류 지위와 노동할 권리를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스페인 정부는 이전에도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조처를 여러 차례 시행했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유럽에서 반이민 인종차별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스페인 사회당(PSOE) 소속 산체스 총리가 일관되게 이주민을 옹호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2022년 모로코에서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 멜리야로 월경하려던 이주민을 폭력적으로 저지한 경찰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번 조처는 대규모 이주민 운동의 압력과 스페인 자본주의의 경제적 필요가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카탈루냐 지역 이주민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청원 운동이 전개됐다. 이들은 약 70만 명의 서명을 모아 의회 입법 논의를 이끌어 냈다. 이런 압력이 존재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으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자 스페인 정부가 대규모 합법화 조처를 시행한 것이다. 스페인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나라 중 하나로, 이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민 일부에게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등 정책을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없다면 이러한 개선은 매우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극우 세력이 인종차별 선동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극우 자유통일당 이강산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불법체류자 추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그런 사례다. 이주민 방어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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