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장 인터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체류 보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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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 촉구 오체투지 행진’이 이주 인권 단체들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단속 중단’ 요구를 넘어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을 핵심 요구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행동을 발의한 이영 신부(성공회)를 만나 미등록 이주민 체류 보장의 필요성을 들었다. 그는 마석가구공단에 있는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장을 맡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40여 명을 인터뷰한 책 《그림자를 찾는 사람들》(2023)을 출간하는 등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오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2003년 마석에 처음 왔습니다. 당시 산업연수생제도 때문에 대다수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였어요.
그해 정부가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합법화 조치를 했는데, 대상에서 배제된 이주노동자가 많았고, 명동성당, 성공회 성당 등 전국 각지에서 농성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여기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가 이주노동자지원단체 ‘샬롬의 집’이었는데요. 여기서도 농성단을 구성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했었습니다.
어쨌든 여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다 보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꽤 많은데요. 36년이나 된 친구도 있어요.
마석은 생활공간과 일터가 붙어 있고, 이주민 밀집도가 한국에서 아마 제일 높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주민과의 관계성이 굉장히 밀접합니다. 교회에서 종을 치면 5분 안에 모일 수 있을 만큼 근거리에 있고, 일 끝나고 전화해서 ‘저녁 먹으러 갈게, 괜찮아?’ 하고 걸어 내려가서 만날 수 있죠.
그런데 한국 사회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이야기가 전달된 게 없습니다. 단속 중에 죽거나 다쳤다는 이야기뿐입니다.
한번은 20년 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간다고 인사하러 왔는데 제가 그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거예요. 마석을 제2의 고향이라고 하고 청춘을 다 바친 곳인데, 20년 동안 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한국 최초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도 이곳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졌어요. 마석에서 일했던 비두는 이주노조 활동을 하다가 표적 단속으로 추방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책도 쓰게 됐죠.
이번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류권 보장을 핵심으로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초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인권 변호사 시절 도왔던 필리핀인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산재를 입고 강제 출국됐던 노동자입니다. 그때부터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죠. 이른바 지게차 사건이 터졌을 때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고요. 또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변화가 필요다하며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연말 ‘외국인력 통합지원 TF’를 구성해서 논의했어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비숙련·저임금에 고착되지 않도록 준숙련, 숙련 단계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안에 어느 정도 공감이 이뤄졌습니다.
35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새 제도가 안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도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사용자들이 새 제도를 따라 이주노동자가 한국어·기능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대신 이미 숙련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쓰면 될 테니까요.
그런데 법무부가 미등록자 합법화를 포함해 제도 개편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주 운동 진영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마석의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지금이 미등록 문제를 공론화할 기회라고 얘기하면서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감을 얻어서 6월 14일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20년 넘게 체류권 보장이 안 됐는데 집회 한 번 했다고 되지는 않겠죠. 향후 계획을 논의해 가려고 합니다.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체류 기간 5년 미만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합법화 조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면 전면 합법화해야 합니다. 그것을 전제로 어떻게 해 나갈지 논의해야 합니다.
6월 14일 집회 때 마석의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운동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그분들이 잘못한 게 뭐가 있나요? 노동의 대가로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예배가 끝나고 인사를 하는데, 저를 보더니 갑자기 ‘[체류권] 보장하라, 보장하라’ 하고 외치더라고요. (웃음)
예배가 끝나면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이번 주가 저 친구와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언제든 단속될 수 있으니까요. 올해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10년 넘게 알고 지내면서 매주 만나고 인사했던 친구가 갑자기 단속되면, 그 빈자리를 보면서 예배 드리는 게 가장 큰 고통입니다.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며 느낀 체류 보장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여기서 단속 현장을 수십 번 목격했습니다. 2005년 출입국 미니버스 2대가 들어와서 30여 명을 단속했을 때 버스를 막고 10시간 넘게 대치한 일도 있었죠. 2008년에는 경찰 중대 1개와 출입국 직원 100여 명이 와서 군사작전 하듯이 단속했어요. 10명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몇 명은 수술도 받았어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걸 내 눈으로 본 거예요.
단속을 피하려고 도주하잖아요. 그건 나쁜 게 아니예요. 단속되는 순간 모든 게 끝납니다. 본인만 아니라 본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까지 끝납니다.
출입국은 단속을 피하다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합법’인지 미등록인지 확인도 안 하고 외국인이면 우선 수갑 채워서 차에 태운 다음 신원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고용허가제에서 이탈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매년 1만 명 정도 발생합니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고 체류 기간 연장도 사장이 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는 고용주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노비 문서나 다름없어요. 그러니까 미등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단기 비자로 들어와서 미등록이 되는 사람들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왜 언어, 문화, 종교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저는 세계적인 빈부 격차 때문이라고 봅니다.
왜 미등록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묻지 않고 ‘불법’ 낙인만 찍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인들이 일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