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자녀와 아버지 생이별시킨 미등록 이주민 강제 추방
〈노동자 연대〉 구독
4월 23일 법무부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장기 구금 중이던 미등록 이주민 3명을 강제 추방했다. 당일 화성보호소 앞에서 많은 시민들이 강제 추방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다가 이들을 태운 호송버스를 발견하고 가로막자, 보호소 직원들과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밀어내며 추방을 강행했다.
이날 강제 추방된 이주민 중에는 우즈베키스탄인 E 씨도 있었다. 그는 무려 28개월째 구금돼 있었다.
오는 6월 시행 예정인 개정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그는 석방 대상이다. 기존에는 외국인보호소 구금이 무기한 가능했지만, 6월부터는 한 번에 최대 20개월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그를 석방하는 대신 6월이 되기 전에 서둘러 강제 추방한 것이다.
법무부는 E 씨의 가족이 생이별하게 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재 E 씨의 부인과 자녀도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자녀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강제 추방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E 씨는 법무부가 시행 중인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 구제 정책에 따라 자녀의 체류 자격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만약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녀와 부모의 합법 체류가 허용된다. E 씨는 이 정책을 적용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인 미등록 체류 기간에 대한 범칙금 3000만 원까지 납부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신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E 씨를 추방한 것이다.
E 씨의 자녀가 이 정책의 신청 대상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적어도 6년 이상 살아왔음을 뜻한다. 부모 입장에서 이런 자녀가 겪을 혼란을 감수하고 갑자기 우즈베키스탄으로 귀국시켜야 할지, 계속 생이별한 상태로 살아야 할지도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번 강제 추방에 대한 공분이 커지자, 법무부는 4월 25일 E 씨 등이 “합리적 사유 없이 출국을 거부하며 보호시설 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강제 추방된 이주민들을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E 씨는 한국어에 능통해 보호소 직원들이 구금된 우즈베스탄인이나 러사아인과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 자주 통역을 도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E 씨가 구금 기간 중 보호일시해제(조건부 일시 석방)를 신청했을 때, 보호과장과 의무과장 등 보호소 직원 40여 명이 E 씨가 “보호외국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호질서 유지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내용의 의견서에 자필로 서명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E 씨를 강제 출국시킨 것도 모자라 비난하는 보도자료까지 낸 것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난민 신청자에 대하여는 그 구제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강제송환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법무부는 4월 18일 화성보호소에 구금 중이던 난민 신청자 V 씨를 강제 송환하려다가 실패했다. 온몸을 결박당한 그의 모습을 본 항공사 직원들이 깜짝 놀라 자유 의지에 따른 비행기 탑승인지 V 씨에게 물어보면서 송환이 무산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V 씨는 강제 송환됐을 것이다.
난민은 강제 송환되면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미등록 이주민들도 체불 임금,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거나, 오랜 한국 생활로 본국의 생활 기반이 사라지는 등 다양한 이유로 출국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이들은 열악한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등 한국 사회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에 대한 강제 추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