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인 ‘시리아 무장단체 지원’ 유죄 판결:
‘테러 지원’ 조작해 국내 무슬림들을 겁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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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광주지방법원은 시리아의 무장단체 ‘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KTJ)에 자금과 물자를 지원한 혐의로 구속된 우즈베키스탄인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8년을 구형했었다.
경찰은 A 씨가 KTJ에 가상자산 630여만 원을 보내고, KTJ 측에서 받은 돈으로 중고차와 중장비를 구입해 시리아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A 씨 변호인 측이 기자에게 밝힌 내용은 경찰 발표와는 다르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A 씨가 보낸 돈은 시리아에 사는 가족의 생활비였다. 한국의 건설 현장에서 일해 번 돈 일부를 보냈다는 것이다. 시리아로 직접 송금하기 어려워 가족 지인의 가상자산 지갑을 이용했고, 그가 현금화해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 중간 전달자는 KTJ 조직원이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돈이 KTJ의 활동에 쓰인 것이 아니라 모두 A 씨 가족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한다.
중고차와 중장비도 정상적인 상거래였다고 반박한다. 현지에서 돈을 보내 주면 한국에서 차량 등을 구입해 선적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KTJ의 ‘물자 지원’ 증거로 제시한 차량 영상도 현지에서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즉, 경찰이 ‘테러자금·물자 지원’이라고 발표한 돈과 물품의 성격에 대한 A 씨 측의 설명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언론 보도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 발표만 받아 쓴 것이 대부분이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지하드를 위해 바치겠다’는 취지의 표현을 한 점 등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권에서 ‘지하드’는 종교적·도덕적 분투에서 무력 투쟁까지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변호인 측은 형제와 나눈 짧은 개인적 대화에서 전체 맥락과 무관하게 이 표현만을 떼어내 증거로 삼았다고 지적한다. [박이랑 기자는 아랍어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 — 편집부]
‘테러리스트’라는 이중 잣대
KTJ에 대한 서방과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더 황당하다.
KTJ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돼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웠고 알카에다 계열 세력과 연계됐다. 미국 등은 KTJ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그러나 KTJ는 현 시리아 대통령 아흐마드 샤라아가 리더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 세력과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KTJ 전투원들의 신생 시리아 정부군 통합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HTS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하며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제재를 해제하고 샤라아 정부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당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시리아 대통령 샤라아를 만나 공식 수교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바뀌자 어제의 ‘테러리스트’와 수교하면서, 수교국 정부군의 일부가 된 KTJ와의 관련성을 이유로 힘 없는 국내 거주 이주민에게는 ‘테러 지원’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노골적인 이중 잣대다.
무슬림 감시 강화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기관이 이런 사건을 이용해 무슬림 이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한 우즈베키스탄인 난민 신청자가 하마스와 KTJ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이 떠들썩하게 제기한 KTJ 지원 혐의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하마스 관련 혐의도 피고인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돕기 위한 구호금을 보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재판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발표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세력의 조직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정원과 함께 관련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찰과 정보기관은 무슬림 이주민들의 해외 송금과 가상자산 이용, 해외 가족·지인 관계 등을 테러와 연결시키는 수사를 잇달아 벌이고 있다. 두 우즈베키스탄인 사건에서 피고인 측은 각각 가족 생활비와 가자지구 구호를 위한 송금이었다고 반박하지만, 국가기관은 이를 ‘국제 테러 지원’ 사건으로 발표하고 무슬림 이주민 사회에 대한 감시를 확대·강화하려 한다. 이미 각 모스크마다 관할 경찰서 정보관들이 제집 드나들 듯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국채에 투자한 것이야말로 ‘테러 지원’ 아닌가.
각국 정부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테러리스트’ 딱지를 붙이면서, 그것을 이용해 가장 취약한 처지의 무슬림 이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테러 위협’ 데마고기로 무슬림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키우고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