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자금’ 지원 혐의로 우즈베키스탄 난민 구속: 마녀사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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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난민 신청자가 수억 원을 모금해 하마스 등에 송금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조선일보〉, 〈한겨레〉를 비롯해 주요 언론들은 ‘사상 최대 테러 자금 지원 규모’라고 크게 보도했다. 연합뉴스 TV는 “아펙 앞두고 이런 일이 ⋯”라는 제목을 달았다. 경주 아펙(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주민·난민을 마녀사냥해 항의 운동을 단속하려는 것이다. 또 하마스를 거론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얼어붙게 하려는 것이다.
이 난민은 아프리카 우물 사업 명목으로 가상 화폐 ‘테더’를 모금했는데, 최근 가상 화폐 가치가 급등하면서 그 가치가 9억 원이 넘었다고 한다. 국정원·경찰은 그중 3퍼센트에 해당하는 2700만 원가량이 하마스의 가상 화폐 지갑 주소로 송금됐다는 혐의로 그를 체포했고, 그 모금액이 전부 “테러 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출처는 이스라엘이다.
그런데 하마스는 어떤 단체인가? 하마스는 1987년 설립된 이래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에 맞서 무장 저항을 벌여 온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 단체이자 대중 정당이다. 무엇보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다.
유엔조차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한국 법은 “테러 단체란 유엔이 지정한 테러 단체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정원·경찰은 법조차 무시하며 하마스를 ‘테러 단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 언론이 국정원·경찰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하마스에 대한 테러 자금 지원”이라고 요란을 떨고 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고조되고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고 있거나 앞으로 지지할 사람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국정원·경찰은 해당 난민이 난민 신청자 비자를 11차례 연장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마치 불순한 의도를 갖고 체류를 연장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그만큼 오래 걸리고 까다로운 현실의 반영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회 계류중인 난민법 개악을 추진하려 할 수도 있다. 2024년 9월 윤석열 정부는 “국가 안보나 공공 질서를 해쳤거나 해칠 위험”만 있어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심지어 이미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의 난민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게 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제출했다. 난민 즉각 인정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는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하는 무슬림 이주민 등 난민·이주민들의 정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한편, 국정원·경찰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난민이 시리아 내 이슬람주의 무장 단체인 ‘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KTJ)’에 돈을 보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와 달리 KTJ는 ‘이슬람국가’(ISIS) 소속이 아니라 시리아 새 정부를 세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과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그리고 미국·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HTS 정부가 협조적 행보를 보이자 이들을 테러 단체 지정에서 해제했다.(새 정부 수립 후 KTJ의 전투원들은 현재 새 시리아 정규군의 일부로 재편됐다.) 한국 정부도 올해 4월 외교부 장관을 파견해 시리아와 수교하고, HTS의 리더이자 새 대통령이 된 아흐마드 샤라아를 만났다.
정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든 얼마든지 만나지만, 난민 신청자를 비롯해 가장 열악하고 불안정한 신분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테러리스트’와 그 후원자는 누구인가?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서방의 막대한 지원하에 가자지구에서 7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살육하고,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려는 이스라엘인 정착자들의 테러를 부추겼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이스라엘과 군사·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개회사를 한 무기 박람회인 아덱스(ADEX)에는 이스라엘 전범 기업들이 버젓이 초청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시험’한 무기들을 전시하고 홍보·판매했다. 또, 이재명 정부는 인종학살 공범 트럼프의 방한을 극진히 환대했다.
반면, 난민 신청자들은 종종 마녀사냥을 당하면서, 안 그래도 엄격하고 까다로운 난민 신청 절차와 체류 여건이 더 악화돼 고통받는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전에는 아예 건강보험이나 제대로 된 일자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체류 자격으로 고통받는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난민에 대한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